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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분석]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장의 실물 음반을 판매하고 있는 케이팝

2024-02-22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케이팝을 주축으로 한 프랑스 내 한류의 인기는 2024년에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 27일 프랑스 대표 일간지 《Libération(리베라시옹)》은 '실물 문화인 케이팝(K-Pop: culture physique)'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케이팝의 독특한 행보에 관심을 보였다.

음반업계에는 스트리밍 혹은 다운로드 이용 방식이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케이팝은 여전히 실물 음반인 CD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여기에는 음악 CD만 포함된 것이 아니다. 팬들의 수집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굿즈가 포함돼 있다. 잘 만들어진 선물 세트처럼 보이는 상품이 바로 케이팝 앨범이다. 이에 대해 《Libération》은 "케이팝은 점점 디지털화되고 있는 음악시장에서 여전히 팬심을 사로잡으며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장의 실물 음반을 판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케이팝에 대해 보도한 현지 언론 - 출처: 'Libération' >

프랑스 파리에서 킥 카페(Kick Cafe)를 운영하는 사바나 트루옹(Savannah Truong)은 "케이팝 앨범은 CD와 가사지가 들어있는 플라스틱 케이스가 아니다."라고 언급하며, 카페를 열기 전 근무했던 회사 동료와의 일화를 전했다. 사바나가 실물 CD를 판매할 예정이라고 이야기하자, 그의 동료는 "요즘은 CD를 구매하는 사람이 없다."며 이해하지 못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동료의 말과는 다르게 케이팝 팬들은 실물 음반을 구매하고 있다.

《Libération》은 "음반을 구매하고 싶은 팬들의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데 있어 케이팝의 창의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라고 분석했다. 콘텐츠인 음악만큼이나 앨범을 멋있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뉴진스(NewJeans)는 첫 번째 EP를 다양한 가방에 넣어 판매했다. 이와 관련해 『K-Pop Culture』의 저자인 오펠리 쉬르쿠프(Ophélie Surcouf)는 "한국의 음반산업은 패키징과 비주얼 측면에서 매우 강하다. 케이팝의 목표는 더 많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 이미 지난 2019년부터 프낙(FNAC) 매장 음반 코너를 차지하고 있는 케이팝 - 출처: 통신원 촬영 >

그동안 프랑스 케이팝 팬들은 주로 파리 13구(통신원 주: 차이나타운이 형성돼 있는 파리의 남쪽 지역)에 있는 아시아 음반 가게에서만 케이팝 앨범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프낙(FNAC; 통신원 주: 한국의 교보문고와 하이마트가 결합된 형태의 매장) 등 프랑스의 주요 리테일 체인에서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더 나아가 프랑스 메이저 음반사에서도 케이팝 앨범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유니버설 뮤직(Universal Music)은 BTS와 블랙핑크 앨범을 판매하고 있다.

게나엘 제(Guenaël Geay) 유니버셜 뮤직 프랑스 국제파트 담당자는 "(케이팝 앨범 판매는) 3년 전부터 큰 파급력을 보이고 있다. 초기에는 연간 3개의 앨범을 발매했다. 케이팝 덕분에 실물 음반 구입자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케이팝 업계는 항상 제품의 질에 신경을 쓰며 혁신적인 상품을 선보이고자 한다. 이는 다른 아티스트들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한다. 굿즈나 파생 상품을 활용해 음악을 마케팅하는 방식이 과거에 우리가 했던 것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팝을 담당하기 시작했을 때 (실물 음반 안에 있는) 포토카드를 발견하고 어린 시절의 파니니 스티커(통신원 주: 수집 스티커)를 찾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케이팝이 마케팅 측면에서 우수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K-Pop le Fan Quiz(케이팝 르 팬 퀴즈)』의 저자인 마티유 베르비귀에(Mathieu Berbiguier)도 "포토카드는 포켓몬 카드와 같다. 팬들은 다양한 버전을 갖기 위해 실물 음반을 여러 번 구매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CD 컬렉션을 위한 비즈니스가 생길 정도다. 또한 SNS에서는 팬들이 스티커를 교환할 때 특정 포토카드의 가치가 증가했는지 감소했는지 알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있을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케이팝 팬들이 앨범을 수집하기만 하거나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한 거래에 목적을 두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에 대한 열정은 진심이다. 마티유 베르비귀에는 "팬심은 물질적이기만 한 것만이 아니라 감성적이기도 하다. 많은 팬들이 식당에서 자신들의 우상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처럼 포토카드를 들고 사진을 촬영한다."며 팬들의 진심을 덧붙였다.

걸그룹 에스파(aespa)의 프랑스 판매권을 보유하고 있는 워너 뮤직(Warner Music) 프랑스의 엘레오노르 카루치(Eléonore Karoutchi) 브랜드 매니저는 "독창적인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케이팝의 힘이다. 팬심을 끄는 모든 에디션이 많은 돈을 지출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엘레오노르 카루치는 "앨범이 발매될 때마다 아티스트, 케이팝 음반사는 팬들과 소통한다. 팬들도 많은 활동을 펼치며 자신들이 좋아하는 그룹의 음악이 실린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한다. 이는 굉장히 커뮤니티적이며 프랑스 팬들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공동으로 주문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유니버셜 뮤직의 게나엘 제는 "현재 우리가 다시 마주하고 있는 것은 이미 사라져 버린 1990년대 팬클럽 문화"라고 덧붙였다.

케이팝 앨범 컬렉터 버전이나 특별 한정판도 가격이 합리적인 편이다. 프랑스에서는 문화상품권의 등장으로 만화와 마찬가지로 케이팝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됐다. 프랑스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한국의 음악 인기차트 최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한국판 수입 앨범을 구매한다. 그래야만 판매량이 음반 차트에 반영돼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프낙(FNAC) 특전 포토카드 1매가 추가적으로 포함된 '세븐틴 헤븐' 한정판 - 출처: 프낙(FNAC) 홈페이지 >

디지털 음원을 듣는 것이 대세인 현재 상황에서 케이팝의 실물 음반 판매량은 이례적이다. 2023년 9월 보이그룹 세븐틴(SEVENTEEN)은 새 앨범 선주문량 기록을 갈아치웠다. 역대 케이팝 앨범의 최다 선주문량 기록을 경신한 세븐틴의 미니앨범 11집 < EVENTEENTH HEAVE >의 국내외 선주문량은 500만 장 이상이다. 

케이팝 생태계의 핵심은 음악이며, 음악은 주로 디지털 음원과 뮤직비디오로 소비되고 있다. 앨범에 들어가는 음악 CD는 케이팝 세계를 연결하는 일회용 상품인 것이다. 사바나 트루옹은 이에 대해 "내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지만, 케이팝은 전혀 생태학적이지 않은 극단적 자본주의라고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CD 생산(혹은 CD 대량 구입 후 폐기 등)으로 인한 플라스틱 낭비와 환경오염 문제로 인해 한국의 음악산업은 키트 앨범(통신원 주: 근거리 통신 방식을 이용한 음반 및 비디오의 한 종류)과 포카 앨범(통신원 주: 포토카드 형태의 종이 디스크에 NFC, QR코드 등을 탑재해 모바일 기기를 통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형태)으로 해결책을 찾아냈다. 이제 음악 CD는 온라인에서 음원을 들을 수 있는 QR 코드로 대체됐다. 이와 관련해 《Libération》은 키트 앨범, 포카 앨범 등 대체 앨범의 유일한 단점으로 정식으로 집계되지 않아 해외 주요 음반 차트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Libération》 (2024. 1. 27). K-Pop: culture physique, https://lirelactu.fr/source/liberation/77967f91-36f0-4bd9-8956-e845c417ef26
- 프낙(FNAC) 홈페이지, https://www.fnac.com/

통신원 정보

성명 : 지영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프랑스/파리 통신원]
약력 : 현) 파리3 소르본 누벨 대학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