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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비상선언>으로 보는 브라질 안방극장 생존 전략

2024-05-16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지난 3월 27일 브라질 지상파 채널 글로보(Globo)에서 한국 영화 < 비상선언 >이 방영됐다. 브라질 국내 최초 공개였다. 여러 온라인 플랫폼에서 선전하는 한국 작품들이 적지 않지만 지상파 방송에서 한국 영화가 방영되는 일은 손에 꼽히기에 더욱 반가웠다. 글로보에서는 2021년에 영화 < 기생충 >, 2023년에는 < 터널 >을 방영했으며 지상파 헤지떼베(RedeTV!)도 2023년 9월 16부작 한국 드라마 < 태양의 후예 >를 편성한 바 있다.

< 브라질 안방극장에 방영된 한국 영화 '비상선언' - 출처: 'Rede Globo' >

온라인 스트리밍 시대에 지상파 방영이 큰 의미가 있나 싶겠지만, 지상파가 갖는 고전성은 신뢰감을 준다. 《Bloomberg Línea(블룸버그 리네아)》의 기사에 따르면 TV 시청자의 약 85%는 지상파나 유선방송 시청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핸드폰, 컴퓨터 등을 제외하고 TV로 스트리밍하는 시청자는 전체의 6.5%뿐이었다. 변화의 파도에서도 TV는 여전히 전통적인 역할에 충실하다. 거실, 식당, 병원 등 일상 공간에 배경처럼 틀어놓는 TV 화면 속 이미지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지상파 방영은 한국 작품이 더 이상 낯설고 어색한 것이 아니라 대중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방증한다. TV 특선 영화가 주는 감성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외화 더빙 성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는 물론이고 다시보기나 일시정지 없이 한 줄이라도 놓칠세라 온전히 집중하게 된다. 습관처럼 TV를 틀어놓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저렴하고 편안한 더없이 좋은 오락거리다.

해외 수상 타이틀과 한류로의 편승을 기대했던 글로보 편성의 < 기생충 >, 헤지떼베 편성의 < 태양의 후예 >는 명성에 비해 시청률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는 평이 따랐다. 외화 특선으로 방영된 영화 < 기생충 >, < 터널 >과 달리 < 비상선언 >은 배급권을 가진 글로보의 홍보 전략에 따라 조금 새로운 방식으로 공개됐다.

< 비상선언 >을 방영한 < CINE BBB >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국민 리얼리티쇼 < 빅 브라더 브라질(Big Brother Brasil, BBB) >의 코너 속 코너 같은 프로그램이다. 올해로 24 시즌을 맞이한 < 빅 브라더 브라질 >은 보통 매년 1월부터 4월까지 매일 밤 글로보 채널에서 방영된다. 평범한 일반인부터 유명인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인물들을 24시간 밀착 카메라로 관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각종 게임과 사건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인기가 높은 만큼 프로그램의 파급력도 엄청나다. 협찬 브랜드의 홍보 효과는 물론, 각종 광고에 노출된 참가자들은 인플루언서로서 부와 인기를 얻는다. 방영 기간 동안 매일 방송되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내적 친밀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노련한 방송사는 시즌 22부터 매주 영화 한 편 보기 코너를 만들었다. 참가자들 중 게임 등을 통해 선택된 이들은 주전부리가 마련된 시청각실에서 함께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게 된다. 보통 글로보가 배급 또는 제작한 작품 중에서 개봉이나 첫 화 방영을 앞둔 작품을 선공개식으로 보여준다. 참가자들의 실제 리액션이 들어간 선공개 에피소드가 공개되고 며칠 후 일반 시청자들이 CINE BBB에서 해당 작품을 볼 수 있다. 스트리밍 유료 구독자라면 기다리지 않고 언제든 바로 플랫폼에서 시청할 수 있다.

루아나 씨 가족은 < 빅 브라더 브라질 >를 1회부터 챙겨보고 있는 오랜 시청자다. < 빅 브라더 브라질 >에 소개된 협찬 제품을 구매한 적도 있고 시청자 투표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월요일 < 빅 브라더 브라질 >에 한 한국 영화가 소개되자 호기심이 생겼다. 유료회원이 아닌 루아나 씨는 그 주 목요일까지 기다려 < 빅 브라더 브라질 >가 끝난 후 시작된 < 비상선언 >을 챙겨봤다. "심야 시간이지만 잠을 잊게 하는 스릴이 있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또한 "< 빅 브라더 브라질 > 덕분에 좋은 영화를 알게 됐다."며 만족해했다.

< '비상선언'을 시청 중인 '빅브라더' 출연자들의 모습 - 출처: 'CINE BBB'/글로보플레이(Globoplay) >

글로보는 스트리밍 플랫폼 전국시대에 지상파 방송과 국산 플랫폼이 어떻게 윈윈하며 살아남는지 보여주고 있다. 지상파 방송과 온라인 스트리밍의 경계를 없애 기존 이용자들을 끌어모았다. 특히 브라질 사람들의 삶에 빠질 수 없는 축구, 일일 드라마, 예능 등의 실시간 무료 중계는 다른 스트리밍 회사에서 제공할 수 없는 방송사만의 강점이다. 독점 콘텐츠에 꾸준히 투자하고 유무료를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 덕분에 작년 글로보플레이(Globoplay)는 넷플릭스를 누르고 마침내 국내 이용자 수 1위를 달성했다. 《StarSE(스타세)》의 기사에 따르면 글로보플레이의 2023년 유무료 서비스 이용자 수는 약 3,000만 명으로 넷플릭스의 가입자 수의 약 두 배에 이른다. 다만 스트리밍 구독자 수는 넷플릭스가 글로보플레이의 4배 이상으로 여전히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글로보플레이는 현재 < 비상선언 > 이외에도 < 헌트 >, < 하녀 > 등 여러 인기 한국 영화를 서비스하고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Rede Globo》 (2024. 3. 26). 'Cine BBB' exibe o longa coreano 'Alerta de Emergência', https://redeglobo.globo.com/filmes/noticia/cine-bbb-exibe-o-longa-coreano-alerta-de-emergencia.ghtml
- 《Bloomberg Línea》 (2023. 2. 23). Guerra do streaming: Globoplay desafia Netflix pela liderança do mercado, https://www.bloomberglinea.com.br/2023/02/23/guerra-do-streaming-globoplay-desafia-netflix-pela-lideranca-do-mercado/
- 《StarSE》 (2023. 7. 10). Como o GloboPlay se tornou maior que a Netflix no Brasil?, https://www.startse.com/artigos/globoplay-maior-que-a-netflix-no-brasil/
- 글로보플레이(@globoplay), https://www.instagram.com/reel/C5AD2-BrGI1/?igsh=ZndtNHhybXZ5ZG42

	

통신원 정보

성명 : 서효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 통신원]
약력 : 전) 서울여자대학교 의류학과 졸업  현) 리우데자네이루 YÁZIGI TIJUCA 한국어 강사 재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