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2024년 첫 천만 영화로 이름을 올린 < 파묘 >가 베이징 국제영화제에 정식으로 초청됐다. 현지 언론은 "베이징 국제영화제에 한국 영화 5편이 초청받았다."고 보도했다. 초청작으로 홍상수 감독의 < 여행자의 필요 >, 김혜영 감독의 <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 김용균 감독의 작품이자 나문희, 김영옥 배우 주연의 < 소풍 >, 박홍준 감독의 < 해야 할 일 >, 그리고 장재현 감독의 < 파묘 >가 있다. 다섯 편 모두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2024년 4월 18일부터 27일까지 베이징 국제영화제 지정 영화관에서 특별 상영될 예정이다.
< 2024년 제14회 베이징 국제영화제 초청작 리스트 중 첫 줄에 나와 있는 '파묘' - 출처: 베이징 국제영화제 홈페이지 >
그중에서도 < 파묘 >는 초청 전부터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작품인데 이번 베이징 국제영화제 부문 중 '카니발, 미드나잇(嘉年华, 午夜场)'에 초청됐다. '카니발, 미드나잇'은 스릴러나 대반전을 주제로 한 소재 영화를 특별 초청하는 부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해당 부문에 대해 영화제 홈페이지는 "단순한 공포 영화나 스릴러 영화가 아니라 끊임없이 상투적인 스릴러 서사의 틀을 깨고 시대적 색채와 긴장감을 주는 이야기여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베이징국제영화제 웨이보 계정에서는 < 파묘 >가 2024년 제14회 베이징 국제영화제 박스오피스 5위에 이름을 올렸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언론에서도 한한령이 풀리는 신호냐며 보도한 바 있다. 중국 언론에서는 "< 파묘 >가 영화제에 초청받았다."는 내용과 함께 "한국 오컬트 영화의 대표작 < 파묘 >는 독특한 공포 요소와 흡입력 있는 줄거리로 한국에서 천만 관객을 넘겼다."고 진단했다. 또한 "풍수, 액운, 미지의 공포를 다루며 한국의 전쟁 상처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며 민족성의 반영을 초청 이유로 꼽기도 했다. "호화 캐스팅과 탄탄한 연기력이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며 "아시아 몇몇 국가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다른 보도에서도 "< 파묘 >는 공포 영화 장르에 깊은 의미를 더하고 있다."며 "전쟁의 상처를 바탕으로 공포를 느끼면서도 동시에 민족적 정서를 담아냈다. 이런 내면적 감정적 공감은 아시아 관객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며 흥행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 파묘 >는 민속적 공포를 보여주면서도 줄거리와 캐릭터에 대한 뛰어난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이기에 공포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왜 아시아, 특히 한국을 휩쓴 작품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 2024년 제14회 베이징 국제영화제 박스오피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파묘' - 출처: 베이징 국제영화제 홈페이지 >
한편 중국 관객들은 영화제 초청에 앞서 < 파묘 > 줄거리와 연출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 파묘 > 한국 개봉 초기, 중국 언론은 "영화 < 파묘 >가 중국 선조들의 역사를 베껴 풍수, 음양과 같은 동양 철학을 이도 저도 아니게 찍었다."며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 파묘 >에 대한 긍정적인 평론과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우선 영화 속 주인공 4인조가 처음 묘를 이장하려는 장면에서 산이 여우 떼를 거느리고 있다거나 하늘을 가린 고목이 빽빽한 장면은 중국인이 설명 없이 알아볼 수 있는 풍수나 액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한다. 무덤 속 무덤, 뱀 요괴의 눈, 시체를 화장하는 내용 등은 중국의 퇴마 영화와도 유사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 초기 양국 영화 팬들은 이와 같은 문화를 두고 각종 설전을 벌였다. 그러나 논란이 있던 와중에 < 파묘 >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은 초기 홍콩 퇴마의식 영화를 좋아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또한 인터뷰에서 "< 파묘 > 속편이 있다면 홍콩 유명 배우인 궈푸청(郭富城)과 함께 홍콩판 < 파묘 >를 만들고 싶다."고 밝혀 궈푸청의 열렬한 팬이며 홍콩 스릴러 영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름을 전했다. 중국 언론은 "감독의 이러한 수용적 태도는 중국 내 역사 논란에 대한 분위기를 잠재울 수 있었다."면서 "이러한 여론을 바탕으로 지금까지도 < 파묘 >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으며 오히려 영화에 대한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 파묘 >는 본질적으로 항일 영화"라면서 영화의 또 다른 시사점과 주목할 점을 소개하기도 했다.
< 관련 사건에 대한 당시 한국의 보도 - 출처: '网易号' >
중국 언론은 한국의 풍수지리적 정기를 뺏기 위해 일제강점기 일본이 설치한 쇠말뚝을 제거하는 내용을 다룬 과거 한국의 보도 사례를 재인용하며 < 파묘 >의 스토리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논란보다는 한국 영화의 일본에 대한 태도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항일 소재에 대한 중국인 관객들의 관심이 특히 높다."면서 "영화 < 파묘 >를 관람하고 나면 그 핵심은 과거 일본에 대한 역사적 아픔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에 중국에서 < 파묘 >의 인기는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고 전하기도 했다. 게다가 < 파묘 >를 보고 나면 음양오행과 풍수를 담은 중국 영화가 저절로 떠오르는데 사실 이런 종류의 영화는 중국 내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웹드라마나 및 영화의 성적을 보면 스릴러 민속 장르가 매우 인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언론과 네티즌이 영화 < 파묘 >와 연결 지은 중국 영화로는 1982년 < 奇门遁甲(기문둔갑) >, 2015년 < 鬼吹灯之寻龙诀(심용결: 잃어버린 전설) >, 2018년 < 唐人街探案2(당인가탐안 2) >가 있다. 끝으로 자연스럽게 문화를 전파하는 한국 영화를 모티브로 중국도 이와 같은 영화를 제작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오는 6월 열릴 상하이 국제영화제에서는 또 어떤 한국 영화가 주목받을까 기대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베이징 국제영화제 홈페이지, https://www.bjiff.com/en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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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김근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상해)/상해 통신원] 약력 : 복단대학교 신문학원 매스커뮤니케이션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