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민족국가이자 약 134개 언어가 통용되는 다중언어 사회인 말레이시아에서는 다양한 언어를 활용한 마케팅을 접할 수 있다. 공용어로 사용되는 영어 중에는 '머리카락(Hair)'과 발음이 비슷하다고 해서 '정통(Heritage)'을 활용한 '헤어리티지 헤어 스튜디오(Hairtage Hair Studio)'를 하나의 사례로 볼 수 있다. 또한 중국계 말레이시아 인구를 대상으로 중국어 방언을 활용한 마케팅도 눈에 띈다. 가구 업체 이케아(IEKA)는 말레이시아에 매장을 신설하며 복건성 방언으로 병아리를 뜻하는 '케이키아(Kay Kia, 鸡仔)'를 사용한 광고 문구 '우리는 병아리가 아니라 이케아다(We are not kay kia, We are IKEA)'를 내걸어 브랜드를 알렸다.
< 이케아의 언어 유희 마케팅 - 출처: 이케아 말레이시아 유튜브 계정(@ikeamalaysia) >
최근에는 한글 자체도 하나의 마케팅 요소로 말레이시아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한국과 관련된 제품과 서비스를 홍보할 때 영어나 말레이어를 그대로 사용하기보다는 현지에 잘 알려진 한국어를 활용한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 넷플릭스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인 제니 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영화 <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 >를 홍보하며 기회를 뜻하는 '영어(opportunity)'와 발음이 비슷한 한국어를 활용해 '오빠-튜니티(Oppa-tunity)'라는 신조어로 작품을 홍보했다.
< 신조어 '오빠-튜니티'를 활용해 영화를 홍보하는 넷플릭스 - 출처: 말레이시아 넷플릭스 X 계정(@NetflixMY) >
국내 기업도 한국어와 현지어를 사용하는 기업 마케팅을 반영한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2021년 편의점 프랜차이즈 씨유(CU)는 말레이시아 유명 유튜버 지니보이TV(JinnyBoyTV)와의 협업 광고 영상 '남자를 유혹하지 않는 방법(How Not To Pick Up A Guy)'에서 재미를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언어를 사용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해당 영상에 등장하는 씨유 편의점 여직원 엘리(Alle)와 제니(Jenny)는 한국인처럼 보이는 남성 고객에게 씨유 상품을 소개한다. 엘리는 '메로나(MELONA)' 상품을 "당신과 저만 있네요(Just you and ME aLONe Ah’)"라고 소개하고, 제니는 '떡볶이'를 소개하며 "당신의 마음으로 가는 떡볶-키(Key)를 가질 수 있을까요?"라고 유쾌한 질문을 던진다. 또한 대화 주제를 바꾸자는 제니의 말에 엘리는 닭강정(Dakgangjeong)을 들어 올리며 "긴장한 것이 아니라면 남자에게 직접 물어봐(Then you ask him out lah if you TAK Gan jeong)"라고 답한다. 여기서 '탁(Tak)'은 말레이어로 할 수 없다는 뜻을 가진 'Tidak'의 줄임말이며 간정(Gan jeong(緊張))은 광둥어로 '긴장'을 뜻한다. 이처럼 씨유는 한국어와 영어, 말레이어,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이 사용하는 광둥어로 한국 상품을 재치 있게 소개했다. 해당 광고 영상에는 "입이 아플 정도로 웃었다.", "역대 최고의 광고다." 등 호평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 지니보이TV와 씨유의 협업 광고 - 출처: 지니보이TV 유튜브 계정(@Jinnyboy) >
이처럼 언어 유희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재미와 친밀감을 선사하며 상품 정체성을 전달하기 때문에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리기도 한다. 말레이시아는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다민족국가인 만큼 언어 유희 마케팅도 영어, 중국어 방언, 말레이어 등 다양하다. 또한 영어 문장에 중국어 방언을 섞어 쓰기도 하는 등 말레이시아 샐러드인 로작(Rojak)처럼 다양한 언어를 섞어 쓴다고 해서 '로작 언어(Bahasa Rojak)'라는 신조어가 있기도 하다. 씨유는 '로작 언어'라는 단어처럼 한국어와 현지어를 활용해 한국 제품이라는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동시에 한국어를 익숙하게 사용하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내 호평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한국어가 현지 젊은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말레이시아 문화와 다양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언어 및 문화를 더욱 풍요롭게 하고 있다. 앞으로 말레이시아에서 어떠한 새로운 한국어가 '로작 언어'로 등장해 사용될지 더욱 궁금해진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말레이시아 넷플릭스 X 계정(@NetflixMY), https://twitter.com/NetflixMY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