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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녀들> 인도네시아 흥행 선전의 의미

2025-03-21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한국 영화 <검은 수녀들>이 인도네시아에서 2025년 1월 24일 개봉해 100만 명 넘는 현지 관객을 불러들였다. 한국 영화 배급사 NEW가 인도네시아 최대 상영관 체인인 시네마 21(Cinema XXI) 산하 배급사인 프리마 시네마 멀티미디어(PT Prima Cinema Multimedia)와 협업을 통해 스크린에 올린 <검은 수녀들>은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개봉 5일 만에 인도네시아 유료 관객 31만 명을 기록했다. 이후 약 2주 후인 2월 11일 100만 관객을 넘겼다는 보도가 일제히 나왔다. 이 같은 보도는 여러 한국 매체에도 올랐다.
 

< '검은 수녀들' 영문 포스터 - 출처: IMDb >

로컬 영화들과 달리 수입 영화의 관객수가 대외비로 취급돼 해당 배급사가 특별히 밝히지 않는 한 대중에 공개되지 않는 인도네시아의 특성상 해당 보도는 배급사의 보도자료에 따른 것이라 보인다. 그러나 영화진흥위원회 인도네시아 통신원이 직접 NEW 측에 문의해 위 영화의 해외 세일즈를 담당한 콘텐츠판다 이정하 이사로부터 받은 2025년 2월 21일 답변은 이와 미묘하게 엇갈린다. 

"개봉 1일차에 약 1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인도네시아 개봉 한국 영화 중 최고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다. 이틀 만에 누적 20만, 닷새 만에 누적 50만 관객을 돌파하며 개봉 5일 최대 스코어를 달성하기도 했다. 현재 102만 관객을 동원하며 인도네시아에서 두 번째로 가장 흥행한 한국 영화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관객 증가 추이에서 약간 차이가 보이지만 어쨌든 <검은 수녀들>이 인도네시아 현지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한 것은 한국 배급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개봉한지 1개월 가까이 지난 2월 20일 기준 현지 3대 상영관 체인 중 CGV나 시네폴리스(Cinepolis)에서는 <검은 수녀들>이 더 이상 상영되지 않고 있었다. 전국 스크린의 60%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 시네마 21은 아직도 자카르타를 포함한 7개 도시, 7개 상영관에서 하루 1회 이상 상영 중이었으므로 한국 수입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장기 상영된 영화에 속한다.

< 2025년 2월 20일 시네마 21에서의 '검은 수녀들' 상영 상황 - 출처: 시네마 21(Cinema XXI) 홈페이지 >

'100만 관객'을 강조하는 이유는 인구 대비 스크린수가 한국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상영관 접근성이 미흡한 인도네시아에서 100만 관객은 한국의 최소 200만~300만 관객 정도의 큰 반응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검은 수녀들>이 한국에서 총 166만 관객을 들이는데 그쳐 한국 천만 관객 돌파 영화도 별로 맥을 못 추는 인도네시아에서 매우 이례적인 흥행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관객 256만 명이 본 <파묘>는 한국에서는 1,156만 관객이 들어 인도네시아 관객수가 한국 관객의 20% 남짓이었는데 이게 그간의 최대치였다. 그런데 한국 166만 관객의 <검은 수녀들>을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관객수의 60%에 육박하는 100만 명이 관람한 비율은 앞으로 좀처럼 깨지기 어려운 기록이다.
 

<파묘> 이전에는 한국 천만 관객 돌파 영화도 인도네시아에서 5~10만 명 관객을 간신히 들이며 고전했다. 그나마 선전한 <부산행>, <군함도> 정도가 20만 관객을 불러들였다. 한국에서 936만 명이 관람한 <기생충>이 인도네시아에서 6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들인 것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영화제 작품상을 받은 영화라는 대대적인 명성에 이은 예외적인 경우였다.
 

한국의 NEW와 콘텐츠판다 측은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종교적인 소재에 친숙도가 높은 인도네시아 영화 시장에서 <검은 수녀들>이 흥행 잠재력이 있음을 그간의 데이터로 확인했다고 한다. 우선 드라마 <더 글로리>의 성공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하는 배우 송혜교 배우의 임팩트가 컸다. 한국 측에서는 한국-인도네시아 동시 개봉을 위해 현지 관계사들과 조율하고 옥외광고와 대규모 사전 프로모션도 진행하며 영화에 대한 기대감과 인지도를 높였다.
 

배우 송혜교 외에도 <빈센조>의 전여빈, <스위트홈>의 이진욱 등 현지에서도 잘 알려진 한국 배우들도 주효했다. <파묘>와 같은 오컬트 장르, 그리고 작년 100만 관객 이상이 들었던 로컬 영화 <어둠의 권세(Kuasa Gelap)>와 같은 천주교 베이스의 구마 영화라는 것에서 흥행의 이유와 배경을 찾는 시각도 있다.
 

<검은 수녀들>은 1년 전인 2024년 2월 현지 개봉한 <파묘>에 이어 한국 영화의 인도네시아 진출에 굵은 한 획을 그었다. 그간의 배급사인 CGV의 CBI 픽쳐스, <파묘> 배급사인 싱가포르의 퍼플플랜(Purple Plan) 외 제3의 한국 배급사가 직접 인도네시아 배급에 나섰다는 점, 즉 한국 영화 공급 채널이 늘어났다는 것에서 그렇다. 더불어 2023년부터 일부 스크린을 한국 영화에 할애하기 시작했지만 그간 대체로 한 다리 건너 현지 다른 배급사로부터 한국 영화를 선택적으로 공급받던 시네마 21 소속 수입 배급사와 한국 업체가 처음으로 직거래를 텄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검은 수녀들>의 연령 등급이 '17세 이상'이었음도 주목된다. <파묘>가 인도네시아에서 '13세 이상'이라는 등급 분류를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검은 수녀들>은 상대적으로 훨씬 큰 핸디캡을 안았으므로 더욱 의미 있는 흥행 성적을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검은 수녀들>은 결과적으로 한국 영화의 흥행성을 <파묘> 이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이곳 영화 시장 진출의 문을 좀 더 넓게 열어준 역할을 한 셈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IMDb, https://www.imdb.com/title/tt32491690/mediaviewer/rm1614570497/
- 시네마 21(Cinema XXI) 홈페이지, https://21cineplex.com/
- 《detikcom》 (2025. 2. 14). Dark Nuns Balik Modal di Korea, Cuan di Indonesia, https://www.detik.com/pop/korean-wave/d-7777891/dark-nuns-balik-modal-di-korea-cuan-di-indonesia

통신원 정보

성명 : 배동선[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인도네시아/자카르타 통신원]
약력 : PT. WALALINDO 이사, 작가,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