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정부가 2025년부터 16세 이하 청소년들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부모의 동의 없이 소셜미디어 계정을 생성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이번 법안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강력한 규제 조치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호주처럼 플랫폼에 대한 벌금 부과나 이용자 처벌을 중심으로 하는 강제 조치보다는 16세 이하 청소년들에 대해 소셜미디어 계정 이용 제한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매개하는 도구와 기술인 '미디어(media)'와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인 '리터러시(literacy, 문해력)'가 합쳐진 말로 사전적인 의미로는 미디어를 읽고 쓰는 능력을 말한다. 매체 문해력 또는 매체 이해력이라는 뜻이다. 책과 라디오, 텔레비전과 같은 대중매체가 발달했던 20세기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 이용자의 수용 능력, 즉 대중 매체를 해석하고 비판하는 능력을 의미했다. 하지만 컴퓨터와 모바일 기기와 인터넷의 발달로 미디어의 소비자가 생산자의 역할도 동시에 수행하는 현대의 미디어 환경에서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의 수용 능력뿐만 아니라 생산 능력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확장됐다. 이를 위해 튀르키예 정부는 법적 규제와 함께 부모 및 청소년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소셜미디어의 이용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디지털 시대에서의 올바른 정보 활용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튀르키예 소셜미디어 이용 증가와 청소년 중독 문제 튀르키예는 전 세계에서 소셜미디어 이용률이 높은 국가로서 이용자 수 6,400만 명으로 인도와 미국, 브라질,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계 5위에 해당한다. 이는 전체 인구의 79%에 해당하며 특히 10대 청소년들의 소셜미디어 이용률은 90% 이상에 달한다. 튀르키예 정부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13~16세 청소년 중 40%가 하루 평균 5시간 이상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고 있으며 일부는 10시간 이상 온라인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수면 장애와 집중력 저하, 불안증, 우울증 등 정신 건강 문제를 겪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그 사례 중 하나로 최근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는 위험한 콘텐츠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튀르키예 청소년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소셜미디어로 사회적 문제가 불거지자 급기야는 튀르키예 정부가 직접 통제에 나섰다. 2024년 8월 로블록스(Roblox) 플랫폼에서 성적 콘텐츠 유포가 확인되면서 해당 플랫폼의 접근을 차단했다. 또한 디스코드(Discord) 역시 불법 음란물 유포 문제가 지속되면서 완전 폐쇄 조치를 내렸다. 그 외에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는 '챌린지' 콘텐츠도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올해 초 튀르키예 서부 이즈미르 지역에서 11세 청소년이 부모가 외출한 사이 알코올 성분이 강한 손 세정제를 온몸에 부어 불을 붙이는 영상을 촬영하다가 심각한 화상을 입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튀르키예의 사회적·종교적 배경과 소셜미디어 규제 필요성 튀르키예는 전통적으로 가족 중심의 사회 구조가 깊이 형성돼 온 나라이다. 종교적으로도 이슬람 문화가 깊이 뿌리내린 국가다. 이슬람은 가족 간의 결속을 중시하며 부모가 자녀의 도덕적·윤리적 교육을 책임지는 것이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이러한 가치관이 튀르키예의 소셜미디어 규제 정책에도 영향을 미쳐 청소년 보호를 위한 법적·사회적 조치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가 소셜미디어 규제를 강화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포되는 부적절한 콘텐츠와 외국 문화의 무분별한 유입이 전통적인 가족 중심의 가치관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돼 튀르키예의 종교 지도자들과 보수적인 학자들은 이번 법안 통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소셜미디어가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이슬람 문화에서 강조하는 가족 간의 신뢰와 소통을 바탕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이 소셜미디어 중독 문제 해결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의 대응: 16세 이하 소셜미디어 이용 제한 법안 튀르키예 정부는 청소년 보호를 위해 16세 이하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이제 2025년부터는 16세 이하 청소년들은 부모의 동의 없이 소셜미디어 계정을 생성할 수 없고 소셜미디어 플랫폼도 이를 강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그와 함께 소셜미디어 플랫폼 규제도 강화된다. 틱톡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해당 법안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막대한 벌금을 부과 받게 된다. 여기에 유해 콘텐츠의 차단도 강화된다. 이를 위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청소년에게 유해한 콘텐츠가 유포되지 않도록 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정부가 직접 감시 시스템을 운영한다. 상기 법안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온라인 광고 및 데이터 수집 제한 조치도 포함됐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청소년들의 데이터를 무분별하게 수집하고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것을 제한해 청소년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확대해 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를 올바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부모와 자녀 모두를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5년 '가족의 해' 지정과 미디어 리터러시 부모 교육 확대 튀르키예 정부는 2025년을 '가족의 해'로 정하고 부모와 자녀 간의 소통을 강화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청소년들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무조건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건강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학생들이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허위 정보를 걸러낼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핀란드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모델을 참고해 초등학교 단계부터 소셜미디어 활용법과 미디어 정보 분석법을 교육할 예정이다. 통신원은 이번 취재와 관련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하고 있는 인터넷 중독 상담소를 직접 찾았다. 그곳에서 취재 허가를 받고 청소년 자녀를 둔 학부모와 청소년에게 소셜미디어 중독과 관련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 인터넷 중독 전문 상담사에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받는 어머니와 아들의 줌 인터뷰 - 출처: 통신원 촬영 >
셈라 비체르(학부모) 인터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받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13세 된 아들이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저도 소셜미디어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교육을 받게 됐어요. 아들이 친구들과 하는 대화에서 성적인 내용의 메시지가 많이 오가는 것을 보면서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이 교육을 받기로 결단하게 됐죠. 아들이 이제 자신의 몸을 알아가고 변화에 대해 느끼기 시작하는 나이가 됐는데요. 이 같은 중요한 시기에 인터넷에서 잘못된 정보가 아니라 부모로부터 올바른 정보를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 교육에 참여하게 됐어요. 아이가 관련 정보를 부모에게 숨기고 잘못된 정보로 인해 왜곡된 성 인식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염려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아들과 함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교육을 통해 배운 내용 중 가장 인상 깊거나 유용했던 점은 무엇인가요? 일단 엄마지만 내 아이가 어떤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지 그리고 그 플랫폼이 어떤 정보를 주고 있는지에 대해 전혀 몰랐던 것 같습니다. 핸드폰을 그만하라는 잔소리만 했지 더 이상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어요. 그래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받으면서 소셜미디어 종류에 어떤 것들이 있고 또 어떤 정보를 주는지, 주의해야 될 점들은 무엇이 있는지 등을 청소년들의 실제 사례를 통해 아주 현실적으로 배웠던 거 같습니다. 본 교육을 받으면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엄마와 아들이 함께 어떤 교육을 받은 거였어요. 처음엔 아들 앞이기 때문에 상담원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것이 쉽지 않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어요. 성적인 문제가 있는 플랫폼의 위험성과 폭력성, 소셜미디어 이용 시 주의할 점 등을 아이하고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아들과 하고 싶은 이야기를 터놓고 하면서 더욱 가까워진 것 같아 좋았어요. 교육 후 자녀의 소셜미디어 이용 습관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아들이 교육을 받기 전에는 소셜미디어 중독 수준이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제 허락을 받고 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어떤 플랫폼을 들어가서 볼 건지도 공유해 주고요. 만약에 성적인 음란 메시지가 오면 바로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좋은 변화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이가 자주 물어보는 것 같아서 소셜미디어 이용에 어느 정도 관여하고 얼마나 자율성을 줘야 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되더라고요. 하지만 이번 교육을 받으면서 아이와 대화가 많아진 것 같아 앞으로는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한 비체르(청소년) 인터뷰: 하루에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어떤 활동에 주로 이용하나요? 주중에는 1시간 30분 게임을 하고 주말엔 2시간 동안 게임을 해요. 보통은 인스타그램을 하는데 게임을 더 많이 해요.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서 게임 버튼을 누르면 로블록스 조이닝 서버에 들어가는데요. 그곳에 들어가면 여러 방에서 모르는 사람들하고 같이 있어요. 만약 친구가 같은 방에 들어오면 친구들 옆에도 갈 수가 있어요. 부모 허락 하에 소셜미디어 계정을 생성할 수 있는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부모님 허락을 받지 않고 소셜미디어를 이용할 수 있다면 게임 중독인 저에게는 너무 좋아요. 하지만 게임에 중독될 정도라면 부모 허락을 받고 이용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한테는 부모님 허락을 받고 소셜미디어를 하는 것이 좋지는 않아요. 그래서 평소에는 엄마가 핸드폰을 숨겨둔 곳에서 몰래 인터넷 검색을 해요. 소셜미디어 이용을 줄이거나 대체할 만한 다른 활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함께 돌아다니고 공놀이를 해요. 그리고 할 일이 없을 때는 예전에 했던 게임 방법들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공책에 적는 시간을 가져요. 게임만 할 때는 내가 중독된 것도 모르고 무감각하게 몇 시간 동안 하게 되는데 게임하는 방법을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공책에 적으면 필요한 것들을 생각하면서 노트에 기록하기 때문에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 같아요. 세계 각국에서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 제한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완전한 정답은 없는 듯하다. 각 나라의 상황과 배경이 모두 다 다르기 때문이다. 2025년 16세 이하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이용 규제 법률안을 발표한 튀르키예의 경우 가족 중심의 전통에서 개인주의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과정에서 나타난 사회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규제 법안과 더불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튀르키예 개인과 가족 구성원 모두가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해 가고 있는 시대를 건강하게 대처해 나가기 바란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튀르키예/이스탄불 통신원] 약력 : YTN world 해외 리포터, 민주평통 남유럽협의회 튀르키예 지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