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거리를 걷다 보면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 광고판에서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Mickey 17)> 홍보 포스터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포스터 상단에는 "영화 <기생충(Parasite)> 감독 봉준호의 신작"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이제 영화 <기생충>과 감독 봉준호는 별도의 설명 없이도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은 듯하다. 영국의 대형 영화관 체인인 오데온(Odeon), 뷰(Vue), 커즌(Curzon) 등에서는 이 영화를 메인 상영작으로 내걸었고 상영 시간도 비교적 자주 배치돼 관객의 기대감을 방증한다.
< 런던 시내 곳곳에 걸린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 홍보 포스터 - 출처: 통신원 촬영 >
지난 2월 13일 런던 레스터 스퀘어(Cineworld Leicester Square)에서 <미키 17>의 프리미어 시사회가 성대하게 열렸다. 이른 아침부터 행사 준비 과정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며 화제를 모았다. 영화 속 복제 인간 무리가 행사장에 등장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로버트 패틴슨(Robert Pattinson), 나오미 아키(Naomi Ackie), 스티븐 연(Steven Yeun), 마크 러팔로(Mark Ruffalo), 토니 콜렛(Toni Collette) 등 주요 출연진이 포토 라인에 서서 팬들과 기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현지에 머물던 한국인들은 한국 감독의 영화 시사회가 런던 도심에서 열리는 이색적인 상황에 감탄하며 소셜미디어에 생생한 현장 분위기를 기록했다. 워너브라더스 공식 계정은 유명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행사의 역동적인 사진을 공개하며 이목을 끌었다. 시사회장은 영화 팬과 배우 팬들로 북적였고, 봉 감독과 출연진을 열렬히 환영했다. 이후 3월 7일 영화는 영국 전역에서 개봉하며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 영국-아일랜드 영화 톱 5 - 출처: 스크린데일리(Screen Daily) >
영국 영화 매거진 《Screen Daily(스크린 데일리)》는 "<미키 17>, 영국-아일랜드 박스오피스에서 오프닝 기록으로 <브리짓 존스: 매드 어바웃 더 보이> 제치고 1위 차지했다"라는 헤드라인을 뽑았다. 이는 봉준호 감독의 작품 중 영국·아일랜드 지역에서 기록한 최고 오프닝 성적이자 <기생충>을 넘어선 결과다. 언론은 앞다퉈 영화 평을 쏟아냈는데 대부분 봉준호의 기존 작품들과 비교하며 그의 신작의 독창성을 분석하려 했다. 대체로 높은 평점을 부여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다만 영국 언론이 주목한 포인트는 조금 달랐다.
< 영국 영화관 메인 페이지에 등장한 '미키 17' - 출처: Picture House, VUE 홈페이지 >
영국 일간지 《The Guardian(가디언)》은 유전자 '순수성'이라는 주제와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도널드 트럼프를 연상시키는 캐릭터, 그리고 개봉이 1년 연기된 점을 언급하며 절묘한 개봉 타이밍을 꼬집었다. 특히 현실 정치인을 직설적으로 풍자한 장면을 언급하며 "올해 극장에서 본 최고의 순간"으로 꼽았다. 일간지 《The Independent(인디펜던트)》역시 개봉 시기의 우연이 시의적절했음을 언급하며 "복잡한 내러티브를 쉽게 풀어내는 봉준호의 연출력 덕분에 긴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다."고 평했다. 이들은 영화를 "혼란스러운 시대를 반영하는 무딘 무기"에 비유하며 그의 영화가 주는 힘을 인정했다. 국제 영화 리뷰 사이트 IMDb에는 <미키 17>에 대한 각양각색 감상평이 올라오며 이 영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증명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은 한국 영화의 경계를 넘어 영국 관객과 평단을 사로잡으며 그의 보편적 힘을 입증했고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영화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워너브라더스(WarnerBrosUK) 유튜브 계정(@warnerbrosuktrailers), https://www.youtube.com/watch?v=YPMioBErxX0 - 《Independent》 (2025. 3. 7). Mickey 17 is an absurdist, anti-capitalist, Trump-mocking masterpiece, https://www.independent.co.uk/arts-entertainment/films/reviews/mickey-17-movie-review-release-robert-pattinson-b2710911.html - 《The Guardian》 (2025. 3. 9). Mickey 17 review – two Robert Pattinsons for the price of one in Bong Joon-ho’s acidly funny sci-fi satire, https://www.theguardian.com/film/2025/mar/09/mickey-17-bong-joon-ho-review-robert-pattinson-sci-fi-space-clone-satire - 《London World》 (2025. 2. 13). Watch: Cineworld staff roll out the red carpet for Mickey 17 premiere in Leicester Square, https://www.londonworld.com/whats-on/mickey-17-london-premiere-leicester-square-video-4990460 - 《Screen Daily》 (2025. 3. 10). ‘Mickey 17’ opens with £2.1m at UK-Ireland box office to dethrone ‘Bridget Jones: Mad About The Boy’; ‘Marching Powder’ strides out, https://www.screendaily.com/news/mickey-17-dethrones-bridget-jones-4-to-top-uk-ireland-box-office/5202786.article - IMDb, https://www.imdb.com/title/tt12299608/
성명 : 이윤지[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영국/런던 통신원] 약력 : 전) 국립현대미술관 신호탄전 코디네이터 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운영팀, 마스터플랜 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