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7일 주상하이한국문화원에서 서울시립미술관과 협업한 '키치 앤 팝: 한국적 팝아트의 현재(Kitsch & Pop: 韩国式波普艺术的当下)' 전시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과 주상하이한국문화원이 공동 주최했는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교류문화진흥원의 '2025 투어링 케이-아츠(Touring K-Arts)' 지원 사업 일환이기도 하다. 2025년 6월 27일부터 9월 13일까지 예정된 전시는 상해를 시작으로 홍콩에서도 순회 전시가 예정돼 있다. 통신원은 개막식을 막 마친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 주상하이한국문화원에서 전시 개막식 축사하는 주상하이한국문화원장 - 출처: 통신원 촬영 >
전시 개막 첫날인 오늘은 평일(금요일)인데도 중국인 관객들로 북적이고 있는데요. '키치 앤 팝' 전시는 어떤 내용인가요? '키치 앤 팝' 전시는 팝아트라는 세계에서 통용할 수 있는 미술사적 흐름을 한국적 맥락과 연결해 '코리안 팝아트'를 국제 표준의 맥락에서 재정의하고 해외에 소개하는 전시입니다. 특히 2000년 이후 코리아 팝아트의 선구자 역할을 한 작가 작품부터 2010년 포스트 인터넷 시대 한국의 젊은 작가인 돈선필, 추미림, 노상호, 심래정, 류성실, 우정수의 작업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팝아트 흐름과 함께 2000년대, 그리고 지금까지의 한국 팝아트의 흐름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의도는 아직 미술사적으로 완벽히 정의될 수 없는 '팝아트', 더 나아가 '한국적 팝아트'의 문화 흐름이 무엇이 다르며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는가에 있습니다. 팝아트를 동아시아 전시에서 자주 볼 수 없어서인지 전시 주제가 조금은 심오할 수 있겠습니다. 좀 더 전시를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현지인들을 위한 강연 가이드나 주제 시사점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쉽게 설명하면 2008년 이후 젊은 한국 팝아트 작가가 당면한 매체적인 변화가 예술에 미치는 영향을 전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쿨-키치'입니다. 201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인터넷, 소셜미디어를 거쳐 AI까지 다변화된 기술과 미디어 환경이 새로운 '개별화된' 팝아트를 창조해 냈다고 보는 것이죠. 그리고 그들의 작품 속에서 세대 문화뿐만 아니라 한국문화가 반영돼 있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한국의 미술 시장이 크게 성장했습니다. 팝아트가 태동했던 영국에서처럼 대중문화의 차용과 이미지 아이콘을 오려 붙이듯 콜라주해 조형하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대중문화와 매체가 중심이 돼 그 시대와 사회를 반영하는 미술이었죠. 이번 전시에서 가장 직관적인 예가 손동현 작가의 작품입니다. 대중문화의 아이콘을 동양화로 표현했습니다. 아까 2008년 이후라고 말씀드린 그 시점은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한 현대미술과 갤러리의 위기, 아이폰이라는 개인화된 매체의 등장입니다. 대중 매체가 개별화되는 동안 대중 매체와 문화를 투영한 팝아트도 개별화됐다는 분석입니다. 팝아트가 관객에게 유통되는 방법부터 예술을 표현하는 방식까지 모든 것이 다양해지고 세분화됐죠. 그 일련의 흐름 안에 있는 '한국적 팝아트'를 중국 관객에게 보여드리면 동시대적인 주제이니 만큼 '개별화된 팝아트'에 대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손동현 작가의 '왕의 초상(03 I Wanna Be Where You Are)' - 출처: 통신원 촬영 >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중국인들에게 한국적 팝아트가 전하는 사회의 시각화, 우리들의 일상 시각화라고 할 수 있겠다. 미시적인 주제 이미지에서 중국인 관객들은 어떤 것을 느꼈을까? 인터뷰를 진행해 봤다. 어떤 계기로 이번 전시를 관람하셨나요? 참가자 A: 중국 관영 매체에서 한국 관련 기사를 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한류가 가장 유행하던 2010년대 한국 유학도 다녀왔습니다. 그만큼 한국에 관심이 많은 편이요. 문화 전파에 대해서도 물론 관심이 많았고요. 중국에서 <별에서 온 그대> 이후 한류가 소실됐다고 언급되지만 저는 그 발언에 대해 시기상조라 생각합니다. 오늘 전시장을 와보니 더 느껴졌습니다. 개개인의 중국 관람객이 어떤 이유로 모였는지 모두 알 수는 없지만 '한국문화 전파에 대해 중국인들이 아직 관심 있다'라는 점을 말입니다. 참가자 B: 미술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입니다. 주상하이한국문화원도 이번에 처음 와보는데 팝아트라는 주제로 전시한다는 내용이 샤오홍슈 둘러보기에 떠서 신청했습니다. 솔직하게는 한국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할 수 없어요. 한국 미술품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고 케이팝이나 한국 드라마, 영화 같은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해서도 잘 아는 편은 아닙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받으셨나요? 참여자 A: 일단 팝아트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문화원이라는 곳은 그 나라의 문화를 느끼기 위해 방문하는 곳인데 워낙 한국문화원이 주최하는 다수의 프로그램이 문화예술 내 다양한 영역을 다루다 보니 경험할 수 있는 영역도 광범위한 것 같습니다. 팝아트를 주제로 한 전시는 미국에서 본 이후로 처음입니다. 소재가 상당히 달라서 '이거 같은 팝아트 맞아?'라는 생각을 했는데요. 전시 내용을 들어보니 그것이야말로 팝아트가 가진 성질이자 매력이더라고요. 가장 좋았던 것은 일본 애니메이션과 피규어를 작품으로 승화시킨 돈선필 작가의 작품이었습니다. 어릴 적 봤던 일본 애니메이션이고, 익숙하게 봐왔던 피규어였어요. 작가는 자신의 개인적 취미를 작품으로 표현한 것이지만 관람하는 저의 동심을 자극하기도 했습니다. 소재에만 집중해 보면 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보편성이 있었습니다.
< 돈선필 작가의 작품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참여자 B: 픽셀과 인공위성을 주제로 한 추미림 작가의 작품이 좋았습니다. 픽셀 아이콘이라는 소재는 사실 팝아트의 관점에서 봤을 때 꼭 존재해야 할 재료죠. 우리는 픽셀의 세상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이 작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오기 전 확인했던 그의 인터뷰처럼, 도시에서 살다 보니 자연이 오히려 미지의 대상이라 두렵고 픽셀로 표현할 수 있는 인공적인 것을 표현하는 것이 익숙하다는 점이 담겨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도구를 작품화한 것인데 우리는 그 작품에서 인간을 마주할 수 있죠.
< 중국인 관객들과 함께 공연을 마무리하고 있는 퓨전 국악팀, 일렉트레디션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편 개막식 첫날과 이튿날까지 이틀 동안 '키치 앤 팝' 전시와 더불어 한국의 전통연희와 전자음악을 합쳐 실험적인 음악을 내는 그룹 일렉트레디션의 개막식 공연도 마련됐다. 전시와 개막식 공연을 보는 중국인 관람객들의 눈빛은 초롱초롱했고, 마지막 공연이 끝난 후에는 기립 박수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번 전시처럼 관계 기관의 노력으로 상해에서 한국의 다양한 문화 색채를 느낄 수 있는 장이 늘어가길 바란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성명 : 김근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상해)/상해 통신원] 약력 : 복단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 석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