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외식시장에서 대중성과 고급화를 동시에 사로잡은 영역은 일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일식은 특별한 날에나 먹는 고급 음식이 아니라 회전초밥, 라멘 등 젊은 세대가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외식의 범주다. 1973년 설립된 텍스챔(Texchem) 기업도 말레이시아에서 호텔 일식당을 운영하지만 1995년부터 말레이시아 첫 회전초밥 전문점 스시킹을 운영하며 고급화와 더불어 대중화를 추진해 소비 기반을 넓혀왔다. 최근 말레이시아 외식시장의 흐름은 급격하게 일식의 고급화로 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고급 일식당에서는 손님들 앞에서 대형 참치를 직접 해체하는 '해체쇼'를 열거나 일본 사케와 요리들로 구성된 '사케 페어링(Sake Pairing)' 등의 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한 일식당에서 열린 '참다랑어 해체쇼(Bluefin Tuna Cutting Show)'는 참치를 해체하는 일본인 장인들이 즉석에서 회와 초밥, 사케를 손님에게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인 가격은 268링깃~888링깃(약 8만 원~22만 원)에 달하지만 예약이 모두 마감될 정로도 큰 관심을 받았다.
< 말레이시아 고급 일식점에서 열린 참다랑어 해체쇼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날 행사에 참여한 손님들의 대부분은 주류를 즐기고 평소에 일식을 즐기는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로 구성됐다. 행사 담당자 카렌(Karen)은 통신원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처음 해체쇼를 처음 선보인 이후 반응이 좋아 올해도 행사를 기획했다."며 "일본에서 직접 공수한 참다랑어를 일본인 장인이 직접 해체한다는 점에서 고급스럽고 색다른 문화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참치의 다양한 부위 이름과 맛을 설명하고 참치 골수 등 특수부위를 제공해 소비자에게 단순히 고급 음식을 경험하게 하는 것을 넘어 고객의 취향과 식재료를 이해하려는 수요를 충족했다.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스타벅스 커피 클래스, 와인 클래스 등 행사가 늘어나는 것처럼 일식 전문점에서도 미식을 제대로 배우고 즐기려는 소비자들을 위한 행사를 연 것이다. 또 다른 일식 전문점은 '닷사이 여름축제(Dassai Summer Festival)' 행사를 열어 일본 유명 사케 닷사이(獺祭)와 궁합을 맞춘 요리를 선보였다. 행사 기간 동안 프리미엄 저녁 오마카세 상품으로 참치, 철갑상어 알, 와규 등 고급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 10여 종을 닷사이와 함께 제공해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프리미엄 저녁 오마카세(요리 15종)는 1인당 888링깃(약 29만 원)으로 이는 2025년 기준 말레이시아 최저임금 월 1,700링깃(약 56만 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지만 많은 호응을 받았다. 이곳에서는 일본 식재료와 일본 고급 위스키를 홍보하며 다른 곳에서는 찾기 어려운 일식을 즐기려는 소비자들을 유치하고 있다.
< 일식 전문점에서 소개하는 일본 식재료와 위스키 - 출처: 하쿠 인스타그램 계정(@haku_extraordinary) >
미식(美食)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고급 일식이 늘고 있는 현상은 한식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현재 말레이시아에는 김치, 된장, 김 등 대중적인 한국 식재료를 비롯해 샤인머스켓, 한우, 광어, 화요 등 고급화를 표방한 한국산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 2021년부터 한국은 말레이시아에 처음으로 냉동 광어 필렛을 136kg 수출하며 성장이 유망한 식품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당시 말레이시아 중국어 매체 《東方日報(오리엔탈 데일리 뉴스)》는 광어를 '대한민국 국민 횟감'으로 소개하며 말레이시아에서도 큰 사랑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2023년 6월 말레이시아에 한우를 첫 정식 수출했고 샤인머스켓, 킹스베리 등 프리미엄 과일도 말레이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 프리미엄 소주인 화요도 말레이시아로 수출을 확대한 바 있다. 이처럼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산 고급 식자재와 주류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지만 대형 유통체인인 하이퍼마켓이 슈퍼마켓 또는 호텔과 음식점에서 일반적으로 판매하다 보니 한국의 미식문화를 알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일식이 그랬듯 한식도 고유의 식자재를 심도 있게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한식과 선별된 주류를 곁들일 수 있는 고급 식문화를 선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매년 한국 식품류 수출이 다양화되고 늘어나는 만큼 일반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대중적인 행사뿐만 아니라 고급화된 행사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한식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東方日報》 (2020. 9. 11). 韩国餐桌上的国民美食扁口鱼刺身顶级味觉享受, https://www.orientaldaily.com.my/news/food/2020/09/11/362809 - 광주요그룹 홈페이지, http://kwangjuyo.com/ - HAKU 인스타그램 계정(@haku_extraordinary), https://www.instagram.com/haku_extraordinary - Hut Sake Bar 인스타그램 계정(@hut_sake_bar), https://www.instagram.com/hut_sake_bar/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USM(Universiti Sains Malaysia) 전략적 인적자원관리(SHRM)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