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스타일 팝업 현장 파리의 중심이자 가장 파리다운 동네인 마레(Le Marais)는 개성 넘치는 매장과 맛집, 갤러리가 가득해 관광객뿐만 아니라 유행에 민감한 파리지앵들도 사랑하는 곳이다. 파리 시청 바로 맞은편에 있는 르 베아슈베 마레(Le BHV Marais) 백화점에서는 지난 6월 11일부터 7월 13일까지 약 한 달간 한류를 주제로 인상적인 팝업 행사를 개최한다.
< 르 베아슈베 백화점 출입문 및 쇼윈도 - 출처: 통신원 촬영 >
백화점의 쇼윈도를 전부 해당 행사와 관련된 콘텐츠로 꾸민 것은 물론 출입문과 벽면까지 빈틈없이 홍보하고 있어 아무리 바쁘게 지나가더라도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게다가 행사 기간이 파리 패션위크는 물론 여름 세일 기간과도 겹쳐 있어 백화점이 이번 행사를 상당히 공들여 준비했다는 인상을 준다. 이처럼 대형 유통업체가 적극적으로 한국 관련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우는 모습은 BTS와 블랙핑크 같은 케이팝 스타들, 그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이후 프랑스 내에서 한국문화가 소수의 취향을 넘어 점차 대중적인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팝업 행사는 한국문화는 물론 패션, 한식, 화장품, 미용 기기, 게임 등 한국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조망하며 백화점 6층 전체를 활용한 상당한 규모의 행사로 기획ㄷ됐다. 르 베아슈베의 이번 한류 팝업 행사가 특히 인상적인 이유는 기존의 한류 관련 행사가 주로 한국 기업의 유럽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B2B 중심의 코리아 엑스포(Korea Expo)와 같은 형태였다면 이번에는 파리의 중심지인 마레 지구에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류가 단순한 콘텐츠 소비를 넘어 프랑스 소비자들의 일상에 더욱 친숙하게 스며들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현지 신생 뷰티 브랜드의 참여는 프랑스 내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K-라이프스타일이 프랑스 시장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 한류 팝업 행사장 전경 - 출처: 통신원 촬영 >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길목 곳곳에는 한류 행사 안내 표시가 설치돼 있어 관람객의 동선을 고려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행사장 입구에 도착하니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한국 식재료 부스였다. '얌미소(YUMMYSO)'와 '조아(JOA)'라는 두 스토어가 참여하고 있었다. '조아'는 한국 식재료 및 주류를 중심으로 구성했지만 '얌미소'는 일본 제품과 한국 제품을 혼합해 전시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프랑스에서는 여전히 한국 식문화가 독립적인 정체성을 갖기보다는 일본문화와 하나의 범아시아적 이미지로 묶여 인식 및 소비되고 있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고유성이 온전히 전달되지 못한 채 아시아 전반에 대한 포괄적이고 모호한 이해 속에 소비되고 있다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이외에도 15구에 있는 한국 디저트 카페 '오노을(ONOUL)', 디자이너 문영희 컬렉션, 그리고 다양한 K-뷰티 브랜드가 부스를 채우고 있었다. 특히 신생 뷰티 브랜드 및 한-불 협력 브랜드들이 다수 참여하며 프랑스 현지에서의 K-뷰티 확산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500㎡ 규모의 공간을 활용해 진행된 이번 행사는 기대에 비해 전반적인 완성도나 몰입도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외부 쇼윈도와 대대적인 홍보에 비해 실제 현장은 다소 휑하고, 전시 간 연결성이 부족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라는 느낌을 지우기는 어려웠다. 일상 속 한류, 이제 시작일 뿐 이번 팝업 행사는 한국문화가 콘텐츠 소비를 넘어 프랑스인의 라이프스타일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이 아닌 파리를 기반으로 한 한국 패션, 식문화, 뷰티, 게임 등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와 제품이 총체적으로 소개된 점은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이번 행사를 공동 기획한 프랑스 한국 비즈니스 클럽(Paris Korean Club)은 2023년 설립 이후 한국과 프랑스 간 전략적 문화교류를 강화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이들이 파리 중심가에서 대중을 대상으로 한 팝업을 실행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한류의 위상이 과거와는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행사 구성의 미흡함과 메시지의 일관성 부족이 드러나며 아직 프랑스 내 한류 확산이 트렌드에서 문화로 뿌리내리기에는 갈 길이 남아있다는 현실도 함께 드러났다. 이는 곧 한류가 지속가능하고 진정성 있는 문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기획력과 현지 맥락에 대한 깊은 이해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프랑스 한국 비즈니스 클럽(Paris Korean Club) 홈페이지, https://www.pariskoreanclub.com/ - 르 베아슈베(Le BHV Marais) 홈페이지, https://www.bhv.fr/edito/korean-wave - 《Le Parisien》 (2025. 6. 12). La 《 K-beauty 》 très tendance à Paris : la 《 skincare 》 coréenne se fait une place au BHV, https://www.leparisien.fr/paris-75/la-k-beauty-tres-tendance-a-paris-la-skincare-coreenne-se-fait-une-place-au-bhv-12-06-2025-DFVLMZVFCZEPPKHP6CN5U3VVXY.php - 《Le petit journal.com》 (2025. 6. 27). La Korean Wave déferle au BHV à Paris, https://lepetitjournal.com/seoul/emploi/korean-wave-bhv-paris-417006 - 《Sortir à Paris》 (2025. 6. 6 ). Korean Wave au BHV Marais: Pop up XXL dédié à la K-Beauty, K-Food, K-Fashion, K-Culture et au Gaming, https://www.sortiraparis.com/loisirs/shopping-mode/articles/328908-korean-wave-au-bhv-marais-pop-up-xxl-dedie-a-la-k-beauty-k-food-k-fashion-k-culture-et-au-gaming
성명 : 김명선[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프랑스/파리 통신원] 약력 :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아시아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