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크(Park)라는 이름으로 이탈리아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박종수 씨는 한국인 최초 이탈리아 가수로 데뷔했다. 2022년 이탈리아 산레모 음악제(Festival della Canzone Italiana di Sanremo)의 신인 가요제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하고, 성인 가요상을 수상하며 2관왕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예선부터 본선까지 참가자 경쟁률이 무려 3000대 1이었다고 한다. 이탈리아 대중음악뿐만 아니라 유럽 대중음악 흐름을 주도하는 그 유명한 산레모 가요제에 한국인 우승자라니 반갑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가득하다. 그 가운데 최근에 박종수 씨가 피렌체로 이사를 와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가수 파르크(Park) 박종수 씨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가수라니 반가우면서도 그간의 이력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이탈리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가수가 되셨나요? 부산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한 후 2014년도에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Conservatorio di Musica 'Giuseppe Verdi')에 유학을 와서 2017년도에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졸업 후에 이탈리아에서 가이드, 사진 등에 관련된 일을 하며 계속 노래를 부를 기회를 찾던 중에 2021년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계속 이탈리아와 이탈리아 사람들, 그들만의 여유 같은 것이 그리워 어떻게든 이탈리아에 다시 오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2022년도에 산레모 가요제에 참가 신청을 하면서 다시 이탈리아에 돌아왔습니다. 성악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 노래를 하는 것은 가수로서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한국에서 노래를 배우는 것과 어떤 다른 점이 있을까요? 이탈리아어 뉘앙스를 일상생활과 그 안에 있는 문화를 통해 배우고 그것을 노래에 접목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탈리아 현지에서 노래를 배우고 노래를 하는 가장 큰 이점인 것 같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말하듯이 노래해라'라고 하시잖아요. 당연히 이탈리아인들은 자신의 언어로 노래를 하니 말하듯 노래하는 것이 가능하지요. 게다가 한국어에는 받침소리가 많아 얼굴 구조 안쪽 부분에서부터 소리가 나는 반면 이탈리아어에는 받침이 없어 저절로 소리가 '마스케리아(얼굴 앞부분을 손으로 가리키며)'에 붙을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어를 할 때는 호흡이 자연스럽게 들어가서 안에서 돌고 목도 덜 쉬게 됩니다. 이탈리아어 자체가 발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에 오래 살게 되면서 '벨칸토(통신원 주: 성악의 한 기법)'는 이탈리아어 자체가 아닌가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 것 같아요. 많은 가수들 또한 이를 배우기 위해 이탈리아에 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2023년 이탈리아 소속사와의 계약 연장 당시 - 출처: 박종수 제공 >
3월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팬텀 스타워즈-부산청년 봄을 깨우다'에서 베이스바리톤 길병민, 바리톤 이승민, 바리톤 신명근 씨와 함께 성황리에 공연을 마치고 돌아오셨는데요. 한국 관객과 이탈리아 관객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같이 공연한 분들이 인지도가 높은 가수들이었을 뿐만 아니라 실력이 뛰어나시고 저와의 호흡도 잘 맞는 분들이었어요. 한국 관객과 이탈리아 관객의 차이점을 꼽자면 한국에서는 점잖게 듣고 계시다가 끝나면 뜨겁게 호응해 주시는데요. 이탈리아 관객들은 시작부터 박수를 쳐 주시고 노래 중에도 감동이 오면 자유롭게 바로 호응을 해 주시는 편입니다.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비이탈리아인 성악가들은 볼 수 있지만 이탈리아 칸초네(가요)를 부르는 한국인은 제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많이들 신기해하시죠. 특히 이탈리아 60대, 70대 분들은 당신들이 어렸을 때 듣고 부르던 옛날 가요들을 외국인이 부르니 신기하기도 하시겠지요. 한국으로 치자면 이름도 낯선 나라의 외국인이 어르신들 앞에서 조용필의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볼 수 있겠네요. 2024년부터 '파르크(Park)'로 활동명을 바꾸시고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셨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산레모 가요제 출전 당시 '헝크테너'로 등록하고 활동해 왔습니다. 2024년부터는 제 성을 이탈리아 식으로 발음한 '파르크'로 활동명을 바꾸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박 씨가 되고 싶다는 뜻에서요. 이탈리아에서 제가 어디까지 성공할 수 있는지 제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시리라 믿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소개해 주세요. 이탈리아에서는 소속사와 홍보용 비디오 작업을 마쳤습니다. 이탈리아 공연 준비를 위한 작업으로 본격적인 이탈리아 공연 일정은 여름부터 시작될 예정입니다. 올해 산레모 지휘자 중 한 분이셨던 지휘자와 함께 이탈리아 전역을 순회하는 일정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기적으로 저는 이탈리아 노래로 이탈리아인들에게 봉사를 하고 싶어요. 그 어디서라도, 관객이 단 열 명뿐이더라도 저를 불러 주신다면 가서 노래하고 싶습니다. 이탈리아도 고령화가 많이 진행돼 시골 곳곳에는 공연을 보러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에게 제가 이탈리아에서 배운 노래를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 박종수 제공
성명 : 백현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탈리아/피사 통신원] 약력 : 이탈리아 씨어터 노 씨어터(Theatre No Theatre) 창립 멤버, 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