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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럽을 무대로 활약하는 한국의 전통예술단 현아트와 김채현 대표

2025-05-29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이탈리아 밀라노를 거점으로 유럽,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한국전통예술 단체의 김채현 대표를 만났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무용을 전공한 김채현 감독은 현아트에서 한국무용을 공연하는 무용수이자 다른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주도하는 예술감독이다. 현아트는 지난 1월 주이탈리아한국문화원과 협력해 한국의 전통무용과 음악 공연인 '수오나 라 포르투나(Suona la Fortuna)'를 로마에서 공연해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현아트 대표 김채현

< 현아트 대표 김채현 - 출처: 현아트 제공 >

현아트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아트는 이탈리아를 거점으로 한국의 전통예술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세계와 소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팀입니다. 한국의 전통문화와 유럽의 현대문화가 만나고 관객과 예술이 하나 되는 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무용수이자 현아트 대표로 있는 저와 기획자로 있는 김지민 피디님이 함께 팀을 이루고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한국 아티스트나 이탈리아에 계시는 한국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현지 아티스트와 프로젝트 형태로 협업하며 다양한 레퍼토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저희 프로젝트는 크게 네 가지로 소개할 수 있는데요. 실내에서 하는 공연뿐만 아니라 저희가 중점적으로 해오고 있는 버스킹 공연도 있습니다. 페스티벌에 한국 부스를 마련해 참여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인과 함께 하기 위해 원 데이 클래스 같은 워크숍도 기획 중에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한국의 전통예술을 소재로 공연을 하시는데요. 이탈리아인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처음에는 그들의 눈에 신기하기 때문에 낯선 의상이나 음악, 무용을 선보이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무관심한 반응이 많았어요. 버스킹 공연을 하다 보면 잘 모르는 동양의 한 문화라며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도 많았죠. 하지만 멈춰 서서 말을 걸어오고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주로 한국이라는 국가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분들이지요. 특히 BTS를 통해 한국을 알게 된 분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BTS를 통해 한국에 대해 알게 되고 한국문화에 관심 갖게 됐다는 것이 마치 공식처럼 작용해요. 이외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할 수 있는 한국 드라마를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쏘또 일 첼로 디 로마(Sotto il Cielo di Roma)' 버스킹은 콜로세움 같은 로마의 역사적 장소에서 이루어진 무용 공연이라고 들었습니다. 버스킹 공연으로 이탈리아 관객을 만나는 것은 한국의 전통예술인으로서 어떤 경험이었나요?
재미있었어요.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이탈리아를 너무나 사랑해 이곳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아티스트로서 콜로세움을 배경으로 춤을 추고 있는 그 순간에 대한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이게 어려운 일이 아닌데 참 긴 시간이 걸렸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복합적인 감정이 몰려오기도 했습니다. 한 번은 저희 프로그램이 끝나고 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바로 옆에서 현지 버스킹 팀이 이탈리아 곡 를 기타로 연주하는 거예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곡이라 저도 모르게 그 음악에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사실 제 공연을 막 끝낸 직후라 감정적으로 많이 올라와 있던 중에 평소에 너무나 좋아하는 이탈리아 곡이 라이브로 들려오자 춤을 추게 됐던 것 같아요. 즉흥으로 협업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어요. 특히 관객들이 많이 좋아해 주셔서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현지 아티스트에게 더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면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겠다.'라는 희망이 생긴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로마 콜로세움 앞에서 '쏘또 일 첼로 디 로마(Sotto il Cielo di Roma)' 버스킹 공연 중인 김채현 대표

< 로마 콜로세움 앞에서 '쏘또 일 첼로 디 로마(Sotto il Cielo di Roma)' 버스킹 공연 중인 김채현 대표 - 출처: 현아트 제공 >

이탈리아에서 한국의 전통예술인으로서 작업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탈리아, 크게 봤을 때 유럽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한국의 전통예술을 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많지는 않아요. 사실 정말 드물다고 할 수 있어요. 다른 나라에서 한국의 전통예술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는 부분에서 쉽지 않은 점이 이유가 될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현아트만의 차별성을 만들기 위해 접근 방법을 고민해 왔습니다. 대부분 전통예술을 하시는 분들은 '우리 것이 최고'라는 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부심 없이는 전통을 이어 나갈 수 없겠지요. 하지만 이런 태도만을 고집하고 해외에서 전통예술인으로 살아남으려 한다면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외국인들에게 그것은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그들에게는 그들의 것이 최고이며 이탈리아만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전통예술을 갖고 있는 나라인 것이 사실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현지의 문화를 많이 접목하기 시작했어요. 이탈리아 민요나 가요에 한국 무용을 추기도 하고, 한국 악기로 연주하는 협업을 진행했습니다. 처음에는 가만히 앉아 있던 이탈리아 관객들도 자신들에게 익숙한 음악이 나오면 일어나 박수 쳐주고 함께 노래를 부르는 등 호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전통예술단'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팀이 현아트가 된다면 좋겠다는 김채현 감독은 2025년 6월 한국에서, 10월 이탈리아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다. 또한 이후 2026년 공연 기획을 위해서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출처
- 현아트 제공

통신원 정보

성명 : 백현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탈리아/피사 통신원]
약력 : 이탈리아 씨어터 노 씨어터(Theatre No Theatre) 창립 멤버, 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