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무댜 아난타 투르 재단은 '인도네시아의 문호'로 통하는 프라무댜 아난타 투르 작가의 작품들을 담은 온라인 백과사전(https://seabadpram.com/)을 출범했다. 작가의 사진과 기록, 작품 목록이 등재된 이 플랫폼은 그의 탄신 100주년을 맞아 파란만장한 삶과 문학적 유산을 기념하기 위해 개설됐다. 올해 2월 중부 자바 블로라(Blora)에서 대대적으로 열린 기념식을 시작으로 그의 탄신 100주년 기념행사가 1년간 계속되고 있다. 재단이 베란다 락얏 가루다 예술 커뮤니티(Beranda Rakyat Garuda art community)와 협력해 만든 해당 플랫폼은 프라무댜 아난타 투르 애호가인 안드레 C. 프라무댜(Andre C. Pramaditya), 크리스 위비사나(Chris Wibisana), 무하마드 우르와티 웃쯔고(Muhammad Urwatil Wutsqo) 등이 디자인에 참여했다.
< 프라무댜 아난타 투르 작가 탄신 100주년 기념 홈페이지 메인 화면 - 출처: seabadpram.com >
해당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작가인 당신의 글은 바람에 삼켜지지 않는다. 그것은 영원할 것이며 날이 지날수록 더욱 먼 곳까지 다다를 것이다."라는 프라무댜 아난타 투르의 1981년 작품 『모든 민족의 아들』 일부가 기재돼 있다. 해당 플랫폼은 등재된 자료들을 공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이 가지고 있는 추가 정보, 데이터 및 기록 자료를 제공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프라무댜 아난타 투르의 유산 보존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오픈소스 플랫폼이다. 대중들의 참여를 통해 관련 콘텐츠가 더욱 풍성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문학 애호가들은 문헌목록(Bibliografi) 섹션에서 프라무댜 아난타 투르가 1950년부터 2014년까지 출판한 작품 53편 모두를 살펴볼 수 있다.
< 문헌목록(Bibliografi) 섹션 내 1940년~1950년 출간 작품. 표지가 망실된 것이 다수다 - 출처: seabadpram.co >
리니마사(Linimasa) 섹션에서는 작가의 81년 인생 여정 중 중요한 순간을 둘러볼 수 있다. 블로라에서의 유년기, 청소년기, 자카르타 생활, 1950년부터 1965년까지 신생 인도네시아라는 역사적 시공간에서 겪은 격동의 삶, 1965년 9월 30일 친위 쿠데타와 그로 인해 발생한 인도네시아 대학살(1965, 66)부터 1979년까지 수하르토의 신질서 정권에 의해 공산당 연루 혐의로 투옥됐던 질곡의 시절, 그리고 생애의 마지막 몇 년까지 그의 인생을 7개의 뚜렷한 시기로 나누고 있다. 한편 홈페이지에는 사진 앨범 세 개도 포함됐다. 부루(Buru) 유형지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시절의 사진 16장, 사회 복귀 당시 사진 24장, 독일 방문 당시 사진 2장 등이 그것이다. 앨범은 계속 추가되는 중이어서 총 5~7개의 컬렉션 갤러리로 늘어날 예정이다. 또한 프라무댜 아난타 투르의 편지도 실려 있는데 그중 부루섬 유배 시절에 보낸 엽서 26장도 포함됐다. 가장 오래된 엽서의 날짜는 1973년 5월 8일로 돼있다. 이 기록 보관소에는 다른 작가들 사이에서 오간 서신, 해외에서 보낸 편지, 1980년대 신문들이 작가의 작품 게재를 거절한 공문, 정부에서 발표한 금서 목록 등도 포함될 예정이다. 프라무댜 아난타 투르의 손자이자 재단 이사장인 아디티아 아난타 뚜르는 "이 기록 보관소는 학술적, 언론, 비상업적 용도로 이용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용자가 파일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우선 홈페이지 관리자와 접촉해야 한다. 정보 활용을 위해 넘어야 할 문턱이 제법 높은 편이다. 더욱이 위 플랫폼은 영구적으로 개설해 놓은 것이 아니라 우선 2026년 1월까지만 운영할 예정이어서 프로젝트적 성격이 크다. 물론 장기적으로 운영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디티아는 "프라무댜 아난타 투르 애호가들에게 귀중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그의 삶과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를 추구하는 연구자들에게 좋은 자료가 되기를 바란다."며 홈페이지 개설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자유와 인권을 열렬히 옹호했던 프라무댜 아난타 투르는 수하르토 정권 하에서 부루섬에 유배됐던 14년을 포함해 여러 정권에서 투옥 당한 전력을 가진 작가로 작품에는 사회 및 인권 문제에 대한 그의 사상이 녹아들어 전 세계 독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한국에도 『조국이여 조국이여(Keluarga Gerilya)』, 『인간의 대지(Bumi Manusia)』, 『인도네시아의 위안부 이야기(Perawan Remaja dalam Cengkeraman Militer)』 등 그의 작품이 일부 번역 출간됐으나 그의 명성과 인도네시아 문학 내 비중에 비해 번역돼 나온 책은 미미하기 그지없다. 그중 『인간의 대지』는 프라무댜 아난타 투르가 부루섬에서 쓴 이른바 '부루 4부작' 중 첫 번째 책으로 1980년 『모든 민족의 아들(Anak Semua Bangsa)』, 1985년 『발자취(Jejak Langkah)』, 1988년 『유리 온실(Rumah Kaca)』 등 후속작으로 이어지는데 이중 두 번째 책인 『모든 민족의 아들』은 『인간의 대지』 후속으로 발간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작가들의 작품이 한국 독자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하기에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 도서가 지난 2011년 이후 300권 이상 현지에 번역 출간됐고 그중 일부는 장기간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을 감안하면 일방향적 문화교류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따라서 한세예스24문화재단에서 몇 년 전부터 추진한 동남아 주요 국가 도서를 한국에 번역 출간하려는 노력은 나름 높이 평가받아 마땅한 일이다. 인도네시아 작품으로는 함카의 1936년작 『판데르베익호의 침몰(Tenggelamnya Kapal van der Wijck)』이 2022년 출간됐고, 넷플릭스 5부작 드라마로도 공개된 라띠 꾸말라 작가의 『시가렛 걸(Garis Kretek)』 번역 작업이 현재 진행 중이다. 인도네시아의 문호 프라무댜 아난타 투르를 비롯해 레일라 S. 추도리, 디 레스터리, 에카 꾸르니아완 등 수준 높은 작가들의 역작이 좀 더 한국에 소개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길 바란다. 그 가운데 프라무댜 아난타 투르의 '부루 4부작' 나머지 세 권 완역본도 한국 서점 서가에서 만나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The Jakarta Post》 (2025. 3. 26). Pramoedya Ananta Toer’s encyclopedia website officially launched, https://www.thejakartapost.com/culture/2025/03/26/pramoedya-ananta-toers-encyclopedia-website-officially-launched.html - 프라무댜 아난타 투르 탄신 100주년 기념 홈페이지, https://seabadpram.com/ - 굿리즈(Goodreads) 홈페이지, https://www.goodreads.com/book/show/30350798 - 당근 북스 X 계정(@danggeunbooks), https://x.com/danggeunbooks/status/1887381457129414852
성명 : 배동선[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인도네시아/자카르타 통신원] 약력 : PT. WALALINDO 이사, 작가,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