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순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국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창원대학교 사학과 교수, 한국 대표 사학자이자 한국 현대사 및 독립운동사 특히 백범 김구 연구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백범김구선생 시해 진상규명 위원회 전문자문위원, 백범학술원 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2021년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아 열린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도진순 교수는 '1842년 김대건의 南京條約 참관과 나그네길'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김대건 신부가 1842년 난징조약 체결 현장을 참관한 경험, 당시 경험이 그의 삶과 사상에 미친 영향을 조명하는 내용이었다. 도진순 교수는 '김대건과 그의 시대: 군함과 선교, 북학과 서학'이라는 주제로 '2023년도 인문사회분야 우수학자지원사업'에 지원해 선정됐다. 도진순 교수는 김대건 신부의 국제적 경험과 역사적 맥락, 그리고 그 의미를 탐구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대건 신부를 단순히 종교적 인물로만 보지 않고 그의 삶을 당대 동아시아와 조선의 역사적 변화 속에서 조명하기 위한 시도 중에 있다.
< (좌)롤롬보이에 있는 성 김대건 신부 성당(Shrine of St. Andrew Kim Tae-gon), (우)필리핀 답사 중인 도진순 교수 - 출처: 통신원 촬영 >
김대건 신부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시작됐나요? 현재 진행 중인 연구의 주제와 목표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2020년 2월 신채호 선생의 동지였던 대만인 임병문(林炳文) 선생 유족을 찾기 위해 대만대학으로 가서 6개월을 보냈습니다. 8월 6일 귀국을 앞두고 두고 대만대학의 남지우 교수의 소개로 1842년 김대건 신부가 탄 프랑스 군함 에리곤호의 항해 기록(CAMPAGNE DE lA FRÉGATE L'ÉRIGONE)에 대해 알게 된 것을 계기로 2021년 8월 김대건 탄생 20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김대건 신부에 대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여러 연구를 진행하면서도 김대건 신부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아 '2023년도 인문사회분야 우수학자지원사업'에 지원했습니다. 해당 사업에 선정돼 5년 동안 '김대건과 그의 시대: 군함과 선교, 북학과 서학'이라는 주제로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이번 2월 필리핀을 방문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진행 중인 '김대건과 그의 시대: 군함과 선교, 북학과 서학'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1842년 2월 김대건 신부가 에리곤호를 타고 귀국길에 오른 것에서 알 수 있듯 당시 선교는 군함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습니다. 이러한 시각에서 대항해시대 이후 가톨릭의 동양 진출, 포르투갈 보호권(Padroado)과 교황청 포교성성(布敎聖省)의 갈등, 동방 선교의 대표적 단체인 예수회(IHS)와 조선 선교를 담당하게 되는 파리외방전교회(MEP), 파리외방전교회의 마카오 대표부와 페낭 신학교 등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김대건 신부와 가톨릭 선교의 발자취를 쫓다 보면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연구를 통해 선교와 관련되는 아시아의 '섬'과 '기지'의 네트워크, 즉 인도 고아(Old Goa), 말레이시아 페낭(Penang), 필리핀 마닐라와 바실란(Basilan) 섬, 마카오와 홍콩 등으로 연결되는 선교 루트를 검토할 것입니다. 이것은 조선을 찾은 '이양선'의 루트와 연결되며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다른 지역과도 연결됩니다. 연구의 큰 주제는 이념과 사상 문제입니다. 19세기 중반 조선의 사상 지형에서 서학 및 북학은 실학과 연결돼 진보적인 조류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1846년 김대건 신부 처형을 적극 주도한 사람이 당대 최고 지성인 중 한 사람인 영의정 권돈인이었으며 그 배후에는 그의 절친인 추사 김정희가 있는데 그는 북학파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추사가 천주교 '예비신자'로 서학에 우호적이었다가 반대로 전환되는 과정, 나아가 북학(北學)과 서학(西學)의 충돌과 경계선을 규명할 것입니다. 이번 필리핀 답사로 얻은 성과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필리핀 답사를 통해 문헌상으로 확인했던 여러 사항을 현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기존의 여러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김대건과 최양업은 1839년 4월 6일에 마카오를 떠나 19일 아침에 당시 파식강 하구에 있던 마닐라 항에 도착, 하선했습니다. 11월 마카오로 복귀하기까지 7개월 동안 필리핀에 있었습니다. 김대건 일행은 마닐라의 심장 인트라무로스 여러 곳을 방문했고, 도미니코 수도원에 5월 3일까지 머물렀으며, 5월 3일 배를 타고 롤롬보이 영지로 이동하여 머물렀습니다. 지난 2월 답사를 통해 당시 김대건 일행이 마닐라 인트라무로스에서의 여러 행적과 숙소 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마닐라는 '동양의 로마'라 불리던 아시아 최선진의 중요한 도시였고, 인트라무로스는 그 심장이었습니다. 인트라무로스에 김대건 관련 유적 표시가 하나도 없어 무척 아쉬웠습니다. 현재 롤롬보이 영지에는 성김대건안드레아신부성지가 단장돼 있으며 성지에는 1986년 김대건 성인 동상이 들어섰고 2002년부터는 성안드레아수녀회에서 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인근에는 성김대건안드레이사성당을 비롯해 김대건을 주보성인으로 모시는 성십자가소성당도 있습니다.
< (좌)발표 중인 도진순 교수, (우)발표 후 기념촬영에 함께한 김용태 신부 - 출처: 도진순 교수 제공 >
답사 이후 연구 관련 발표를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4월 18일 14시부터 18시까지 한국교회사연구소회의실에서 제220회 연구발표회가 있었습니다. 저의 발표는 후반부 제2주제로 '신학생 김대건의 필리핀 생활: 동양의 로마 마닐라와 치유의 영지 롤롬보이'였습니다. 김대건 신부 후손이신 김용태 신부(대전교구 사회복음화국)님이 토론을 맡아 주셔서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당일 발표는 한국교회사 연구소에서 발행하는 『교회사학』에 수록될 예정입니다. 먼저 김대건과 최양업은 긴 기간도, 짧은 기간도 아닐 정도로 마닐라와 롤롬보이에 머물렀으며 특히 아픈 몸으로 온 김대건은 1839년 11월 중순 상당히 호전된 상태로 마카오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마닐라 인트라무로스 생활은 견문을 넓힐 수 있는 현장 학교였으며 롤롬보이는 심신을 회복하는 치유와 피정의 영지라 할 수 있습니다. 1839년 11월 중순 마닐라를 떠났던 김대건은 1842년 2월 다시 마닐라를 찾았습니다. 김대건은 1842년 2월 20일부터 4월 21일까지 성요한레트란학교(Colegio de San Juan de Letran)에 머물렀습니다. 2차 방문 시에는 롤롬보이에는 가지 않고 마닐라 성요한레트란학교에만 머물렀습니다. 당일 발표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김대건 신부가 1839년 처음 마닐라를 찾았을 때 머문 도미니카 수도원은 현재 아우구스티노 성당 박물관이 아닙니다. 이렇게 소개하는 성지순례 안내는 바로잡아야 할 것입니다. 김대건 신부가 두 번째로 마닐라를 찾았던 1842년에는 롤롬보이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롤롬보이 성지 내 망향의 망고나무에 있는 김대건 신부 관련 안내판도 수정이 필요합니다. 롤롬보이에는 성지가 잘 조성돼 있지만 마닐라, 특히 두 번째 방문 시 두 달 동안 머물렀던 인트라무로스 내 성요한레트란학교에 관련 안내가 전혀 없다는 점이 무척 아쉽습니다. 현재 마닐라에 있는 한국과 필리핀 간 우호 상징물은 대부분 6.25 전쟁과 관련돼 있습니다. 김대건 신부와 관련된 안내판을 설치함으로써 양국을 넘어 아시아와 전 세계가 전쟁이 아닌 평화의 영성을 함께 나누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향후 연구 관련해 더 해주실 말씀이 있으신지요? 이번 작업을 통해 한국교회사, 한국사 일반, 한국사와 동서양사 등 공백지대를 보충해 서로 연결하는 의미 있는 교육 및 연구 자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대건 안드레아로 대표되는 서학(西學) 및 서교(西敎), 추사 김정희로 대표되는 북학(北學)의 충돌 및 경계 설정은 19세기 중반 사상 지형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으로 관련 자료 수집을 위해 말레이시아 페낭, 인도 고아, 프랑스 파리 등으로의 답사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도진순 교수 제공 - 국사편찬위원회 홈페이지, https://www.history.go.kr/board/boardDetail.do?menuId=000000000424&itemId=000000013276&itemIndex=0&totalCount=5309 - 한국교회사연구소 제220회 연구발표회, 제220회연구발표회.pdf
성명 : 조상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필리핀/앙헬레스 통신원] 약력 : 필리핀 중부루손 한인회 부회장/미디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