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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림돌 훼손' 반유대주의 범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이후 급증

2025-07-02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걸림돌(Stolphersteine) 프로젝트'는 예술가 귄터 뎀니히(Gunter Demnig)가 주도한 예술 프로젝트다. 유럽 전역에서 나치에 의해 희생당한 사람들을 기리자는 의미로 황동판에 희생자의 정보를 새겨 길에 설치했다. 현재 유럽 전역에 약 12만 개의 '걸림돌'이 설치돼 있으며 독일 기억문화의 대표적인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걸림돌에 발이 걸리는 것처럼 일상 속에서 나치 역사를 기억하고 반성하자는 의미다.
훼손된 '걸림돌' 예술 작품

< 훼손된 '걸림돌' 예술 작품 - 출처: 'SR.de' >

6월 4일 수요일 17시 30분경 독일 자르브뤼켄 말슈타트에 있는 성 요셉 교구 교회 앞 보도에 설치돼 있던 '걸림돌'이 파손 및 도난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반유대주의 연구정보센터(RIAS)는 '걸림돌'을 훼손하는 반유대주의 사건이 지난해 102건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반유대주의 범죄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독일 공영방송 《tagesschau(타게스샤우)》는 2023년 10월 7일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한 이후 독일 내 반유대주의 사건이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반유대주의 연구정보센터에 8,627건의 반유대주의 사건이 접수됐는데 이는 2023년 대비 77% 증가한 수치다. 
 

가자지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선전포고,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다. 민간인에 대한 공격과 납치도 발생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가자지구에 식량, 의약품, 연료를 포함한 모든 구호품 반입을 80일 가까이 전면 차단했다. 5월 19일 이 조치는 제한적으로 해제됐지만 여전히 가자지구 내 민간인은 충분한 인도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러한 가자지구 봉쇄 조치가 2007년부터 약 20년 가까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가자지구에서 고조되고 있는 심각한 분쟁이 독일 내 범죄로 옮겨붙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지난 총선에서 독일 각 정당은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반유대주의 철폐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접근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반유대주의를 진영화할수록 더 큰 극단화를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반유대주의 범죄는 과거 유대인 희생자와 현재 이스라엘 당국을 구분하지 않은 담론이 확산되며 발생했다. 현재 이스라엘에 대한 증오가 과거 희생자들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 역사, 문화, 예술을 갈등으로부터 지켜낼 보호막이 필요한 이유다. 
 

한국에 시사하는 바도 있다. 현재 독일에는 4개의 소녀상이 설치돼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성노예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최근 정치적 압박으로 인해 이 소녀상이 철거 위기에 놓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치가 문화 영역을 침범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화는 문화로 남아야 한다. 정치적 갈등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역사를 반성하고, 희생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넨 독일을 상징하는 기억문화. 독일 사회가 앞으로 이 기억문화를 지켜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 주목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SR.de》 (2025. 6. 5). Stolperstein vor St. Josef in Malstatt gestohlen, https://www.sr.de/sr/home/nachrichten/panorama/stolperstein_vor_st_josef_in_malstatt_geklaut_100.html
- 《tagesschau》 (2025. 5. 29). Der "Stolperstein-Effekt", https://www.tagesschau.de/inland/gesellschaft/stolpersteine-beschaedigungen-100.html
- 《DW》 (2025. 6. 4). Antisemitismus: Vorfälle in Deutschland nehmen stark zu, https://www.dw.com/de/israelbezogener-antisemitismus-bedeutung-vorf%C3%A4lle-in-deutschland-gaza-nahost-v-1/a-72786227
- 《국제앰네스티》 (2025. 6. 2).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점령지역: 벼랑 끝 가자지구 주민들… 80일 넘게 지속된 이스라엘의 구호품 차단, https://url.kr/2a9aze
   

통신원 정보

성명 : 최경헌[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프랑크푸르트 통신원]
약력 : 『솔직한 유럽 이야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