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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한여름 밤 부다 성의 낭만, 100년 전 '황금빛 여름'으로의 초대

2025-08-20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야외 포스터 전시부터 와인 웬즈데이(Wine Wednesdays)까지… 관람객의 발길 붙드는 헝가리 국립미술관의 특별한 여름 나기 전략
전 세계 관광객들로 활기가 넘치는 한여름의 부다 성(Buda Castle). 헝가리 국립미술관(MNG)이 자리한 이 유서 깊은 언덕의 야외 조각 공원이 20세기 초반의 낭만으로 가득 찼다. 긴 여름휴가 시즌을 맞이해 국립미술관은 '황금빛 시절'로 불리는 헝가리 아르누보 시대의 여름 풍경을 담은 야외 포스터 전시를 무료로 선보이며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이는 단순히 눈을 즐겁게 하는 이벤트를 넘어 박물관의 문턱을 낮추고 일상 속에서 예술을 만나게 하려는 현명한 전략이다. 그 특별한 현장을 직접 다녀왔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부다 성 초입에 위치한 가든 바자르 모습

< 헝가리 부다페스트 부다 성 초입에 위치한 가든 바자르(Castle Garden Bazaar) - 출처: 캐슬 가든 바자르 홈페이지 >

대중 속으로 들어온 예술, 야외 포스터 전시
부다 성 가든 바자르(Castle Garden Bazaar)의 산책로를 따라 들어서자 마치 100년 전으로 시간 이동을 한 듯한 착각에 빠진다. '도시의 여름: 광고 기둥에서 만난 경험들'이라는 이름의 야외 포스터 전시가 그 주인공이다. 네오르네상스 양식의 정원과 어우러진 10개의 조명 박스에는 1900년대 초부터 1940년대에 이르는 포스터 20여 점이 전시돼 있었다.
부다 성 가든 바자르에 '도시의 여름' 포스터 전시

< 부다 성 가든 바자르에 '도시의 여름' 포스터 전시가 한참이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기획을 맡은 큐레이터아니코 커토너(Anikó Katona)는 "벌러톤 호수에서의 휴가, 영화 관람, 자전거 타기 등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은 여름 여가 활동을 주제로 삼아 관람객들이 과거의 사람들과 즉각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유도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작품들은 큐레이터의 말처럼 여름철 여가 활동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미하이 비로(Mihály Biró)의 포스터가 당시 새로운 오락거리였던 영화관으로 대중을 유혹하고, 에르뇌 마르코(Ernő Markó)의 샴페인 광고가 세련된 소비문화를 과시하는 식이다.
부다 성 가든 바자르를 찾은 관광객들이 '도시의 여름' 포스터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

< 부다 성 가든 바자르를 찾은 관광객들이 '도시의 여름' 포스터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단연 '포스터'라는 매체의 선택이다. 포스터는 태생부터 거리의 예술이자 대중을 위한 상업 미술이었다. 즉 오늘날의 소셜미디어 광고처럼 사람들의 욕망과 소비를 자극하고 시대의 트렌드를 이끌었던 최전선의 미디어였던 셈이다. 이처럼 공공장소에서 예술이 기능하는 방식에 대한 성공적인 실험이자 헝가리 상업 미술의 황금기를 보여주는 아카이브로서 이번 야외 전시는 휴가철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효과적인 전략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와인과 예술의 만남, 오감을 만족시키는 특별한 경험
야외 전시가 훌륭한 맛보기였다면 국립미술관 내부에서 10월 5일까지 열리는 '삶의 예술: 헝가리 아르누보 포스터와 유물' 본 전시는 그 시대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메인 요리다. 야외에서 만난 포스터의 원본은 물론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알폰스 무하 같은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부터 당대의 가구, 공예품까지 총 12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아르누보 시대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헝가리 국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와인 웬즈데이'를 홍보하고 있다

< 헝가리 국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와인 웬즈데이'를 홍보하고 있다 - 출처: 헝가리 국립미술관 홈페이지 >

여기에 국립미술관은 '와인 웬즈데이'라는 프로그램을 더해 관람 경험의 질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 일반 입장료 7,800포린트(약 3만 원)로 헝가리를 대표하는 명문 와이너리의 와인과 라이브 재즈 공연,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모든 특별 전시를 함께 즐길 수 있다. 이는 미술관을 단순히 작품을 '보는' 정적인 공간에서 와인과 음악, 예술을 함께 '즐기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확장시킨 영리한 시도다.

부다 성 국립미술관의 여름 프로그램은 무료 야외 전시로 진입 문턱을 낮추고, 유료 본 전시로 핵심 콘텐츠의 가치를 전달하며, 특별 이벤트로 관람 경험을 완성하는 유기적인 설계를 통해 관람객의 동선을 성공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과거의 유산을 현대적 프로그램과 결합해 대중에게 먼저 다가서는 이들의 적극적인 시도는 21세기 뮤지엄이 관객과 소통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미술관의 권위를 유지하면서도 어떻게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에 대한 매우 성공적인 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Hungary Today》(2025. 6. 14). Summer Nostalgiaat the Buda Castle Garden Bazaar, https://hungarytoday.hu/summer-nostalgia-at-the-castle-bazaar/
- 헝가리 국립미술관 홈페이지, https://en.mng.hu/events/wine-wednesdays-7/20250730/
- 캐슬가든 바자르 홈페이지, https://varkertbazar.hu/en/castle-garden

통신원 정보

성명 : 유희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헝가리/부다페스트 통신원]
약력 : 『한국 영화 속 주변부 여성과 미시 권력』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