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국립오페라단 창작오페라 <천생연분> 스페인 공연 현장

2025-06-13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지난 5월 18일 스페인 마드리드 모누멘탈 극장(Teatro monumental)에서 한국 국립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천생연분> 공연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천생연분>은 오영진의 「맹진사댁 경사(1943)」를 원작으로 조선시대 신분 차별 때문에 조선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몽완과 바다 너머 세상을 동경하는 서향의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를 담아냈다(대본 이상우, 작곡 임준희). 2006년 3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페라 극장에서 <결혼>이라는 제목으로 초연된 후 싱가포르, 홍콩, 도쿄 등지에서 공연을 이어 왔는데 이번 스페인 무대는 일곱 번째 해외 투어다. 창작오페라 <천생연분>은 원작의 주제인 권선징악 대신 계급 타파 의식과 주체적 삶을 사는 여성상을 여주인공을 통해 보여주며 한국뿐만 아니라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는 보편성이 있다. 조선으로 배경으로 해 전통혼례 등과 같은 장면에서 한복 등 한국문화 고유의 색을 담아 풍부하고 수준 높은 작품으로 꼽힌다. 독일 공연 당시 한국문화와 유럽적 요소의 이상적 조합이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스페인 관객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은 창작오페라 천생연분

 < 스페인 관객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은 창작오페라 '천생연분' - 출처: 통신원 촬영 >

갈라 콘서트로 꾸며진 이번 마드리드 공연의 의미 깊은 이유는 현지 밀레니엄 합창단, 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를 꾸몄기 때문이다. 밀레니엄 합창단은 한국인 지휘자 임재식 단장이 1999년 창단한 스페인 현지 합창단(스페인국립공연방송 RTVE 합창단 소속)으로 스페인인들이 한국 가곡과 민요를 부르는 독특하고 유일무이한 합창단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국악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 오케스트라를 위해 국악기 일부는 타악기로 변경하는 편곡을 거쳤다. 합창단원들은 한국어 발음으로 합창곡을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준비했다.

공연 당일 공연장 밖 오후의 스페인 강렬한 햇빛 아래에서 한 시간 전부터 많은 이들이 매표를 위해 줄을 서있어 놀라웠다. 이날 1,500석의 극장이 가득 차 한국문화에 대한 스페인 내 인기를 실감케 했다. 현장을 찾은 임수석 대사는 공연 시작 전 찾아 준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와 함께 "한서 외교 75주년을 기념으로 열리는 이번 공연을 계기로 한서 문화교류가 더 활발해지기를 원한다."고 언급했다.
스페인 현지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국립오페라단 배우들

 < 스페인 현지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국립오페라단 배우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훌륭한 배우들의 열연과 그 뒤에서 무대를 풍성하게 해주는 밀레니엄 오케스트라, 그리고 한국 곡을 완벽히 해내는 아름다운 하모니까지. 합창단의 협업에 관객들은 큰 박수로 감동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한국의 전통혼례 장면에서 관객이 보여준 집중력은 대단해 감탄할 정도였다. 한국인에게는 어느 정도 익숙한 전통혼례지만 현지인들에게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무대 후 전통혼례 장면의 의미에 대해 따로 물어보는 이들도 많았다. 무대가 모두 끝난 후 관객들은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기립박수를 이어갔다. 훌륭한 무대를 보여준 배우들에게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환호를 보냈다.
창작오페라 '천생연분' 공연 전 긴 줄을 기다리는 관객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창작오페라 '천생연분' 공연 전 긴 줄을 기다리는 관객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공연에 참석한 한류 커뮤니티의 까르멘은 "정말 멋진 훌륭한 공연이었다."며 "이번 공연을 볼 수 있게 해 준 기관들에게 감사하다. 다시 한번 더 스페인에서 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하기도 했다. 한류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던 까를로스는 "오페라와 같은 공연을 좋아해 친구의 권유로 같이 왔는데 보통이라면 쉬어야 할 일요일 오후 먼 길을 온 보람이 있었다."며 공연 전체를 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되기를 바라기도 했다. 

한편 이번 공연에 앞서 국립오페라단은 14일 바르셀로나 리세우 극장에서 갈라 콘서트를 통해 스페인 관객들을 만났는데 유명 오페라 속 아리아를 시작으로 한국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그리운 금강산>, <진달래꽃>과 같은 한국 가곡이 현지 관객들을 사로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생에서 보편적으로 아름다운 시간인 '결혼'을 고유한 한국 전통문화를 통해 녹여 낸 이번 작품 창작오페라 '천생연분'은 한국 문화예술의 독창성과 다채로운 매력을 스페인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대사관, 문화원과 같은 기관의 노력으로 스페인에서 한국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열릴 한국-스페인 수교 75주년 기념행사와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통신원 정보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약력 : 한국어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