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메르 모센(Tamer Mohsen) 감독은 영향력 있는 이집트의 드라마 및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현대 이집트 사회의 이슈들을 심도 있게 다룬 작품들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원정 출산과 가족 갈등을 그린 <뉴턴의 진자(Newton’s Cradle)>와 약물중독 문제를 조명한 <통제 아래서(Taht El-Saytara)>가 있다. 스토리텔러인 타메르 감독은 얼마 전 끝난 그의 드라마 <나의 심장, 그리고 열쇠(Albi we Muftaahu)>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슬람 율법과 관련된 독특한 결혼제도를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에 더 호기심이 일어난다. 한창 이야기가 전개되고 그다음 전개가 궁금하던 그 시점, 여기서부터는 드라마를 직접 봐야 한다며 말을 멈추고 유쾌하게 인터뷰를 시작했다.
< 라마단 특집 드라마 제작을 끝낸 직후 타메르 모센(Tamer Mohsen) 감독을 만나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감독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드라마 <뉴턴의 진자>를 통해서였습니다. 개성 있는 캐릭터 표현이 인상 깊었고 중산층 이집트 사회의 이슈를 흥미롭게 풀어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뉴턴의 진자>의 배경이 아시아의 문화와는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았는지 저도 궁금합니다. 미국인들은 왜 미국에 와서 원정 출산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유럽 및 북미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조금 멀게 느껴질 수 있는데 아시안인이 공감할 수 있었다니 저로서도 새로운 발견입니다.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작품이 많은데요. 이 같은 소재가 어떻게 감독님의 관심을 끌었나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그냥 저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스토리 자체는 저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스토리는 의상 제작할 때의 패턴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캐릭터들에 제 영혼을 펼쳐 놓을 수 있는 곳입니다. <뉴턴의 진자>에 등장한 모든 인물들(남자 여자 할 것 없이)이 모두 저입니다. 이런 다양한 인물들의 감정을 인생 전반에 걸쳐 느껴왔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제 스스로부터 영감을 받고 저의 경험을 통해 영감을 받습니다. 사감독님의 작품은 이집트의 규범이나 금기시된 것을 건드리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이집트 영화계에서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종교 관습과 관련된 것은 예민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심사와 관심을 받습니다. 이집트에서는 많은 것들이 종교의 잣대로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메시지를 가지고 가면서도 잘 소통할 수 있는 기교가 필요합니다. 마치 스파이의 암호와 같은 것이죠. 아랍의 예술인들은 다른 나라에 있는 예술인들과 다릅니다. 유럽 예술인들은 어떤 주제를 자유롭고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겠지만 이집트에는 많은 제한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더 영리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뉴턴의 진자>가 넷플릭스를 통해 더 넓은 폭의 시청자들에게 소개됐습니다. 국제적인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집트 외에서 상영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든 드라마는 아니었습니다. 넷플릭스의 연락을 갑작스럽게 받았고 그 이후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게 됐죠. 아랍인들이나 아프리카인들이 주시청자인 것 같습니다. 국제적으로 넓은 층의 시청자가 생겨도 좋겠지만 사실 저는 그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저의 작품들은 매우 지역적이며 로컬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시작점은 정말 저의 마음속에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에 가서 닿는 것이죠. 저는 그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랍권에도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생기면서 지형이 바뀌고 있는 것 같은데요. 넷플릭스보다도 플랫폼 전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시작점은 좋습니다. 예술에 대해 말하고, 작품성을 장려하죠. 그런데 5년이 지난다 생각해 보면 결국 이는 자본의 논리에 따라 흘러갑니다. 모든 플랫폼이 그렇죠. 그렇게 되면 예술 영화가 사라집니다. 상업 영화만 남을 수 있는 것이죠. 저는 이로 인해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사라질까 걱정됩니다. 드라마 <뉴턴의 진자>의 미국 촬영분이 있는데요. 한국에서의 촬영이나 문화 협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런 일이 앞으로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싱가포르나 홍콩, 일본, 한국 같은 곳에서 촬영을 하거나 문화 요소를 작품에 반영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길 바랍니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으로 이집트에서도 한국 시리즈나 영화가 특정 팬덤을 넘어 폭넓은 대중적 관심을 얻게 됐습니다. 한국 영화가 좋고 싫고는, 일단 시청하고 나서의 이야기인 것처럼 한국 영화는 개인의 관심이나 취향의 차이를 넘어 '빅 인더스트리'를 형성했다고 봅니다. 타메르 감독이 약물중독이나 여성의 권리, 중산층의 붕괴 등 진지한 사회적 이슈를 많이 다뤘기에 진지한 사람이지 않을까라는 통신원의 예측과 다르게 감독은 스스로를 '아이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특정한 미션을 가지고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느껴지는 감정에 따라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작품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사회적 이슈를 바라보는 하나의 창이 되기도 한다. 약물중독, 여성의 권리, 중산층의 붕괴와 같은 무거운 주제들이 그의 손을 거쳐 예술적 언어로 재탄생하고 관객들은 그 속에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작품들은 중동의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관객들에게도 그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한다. 중동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보다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고 공감하는 것이 진정한 문화교류의 자산이 아닐까. 중동의 영화나 드라마가 여전히 낯선 이들에게도 그의 작품이 더 많이 닿길 기대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성명 : 손은옥[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집트/카이로 통신원] 약력 : ANE(Artist Network of Egypt) 대표, 한국문화공간 The NAMU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