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말레이시아 영화산업은 전년대비 5.93% 성장해 누적 매출 총 1억 1,512만 링깃(약 371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극장 매출은 10.49% 증가한 8,586만 달러(약 1,260억 원)로 동기간 한국 영화산업의 매출 감소와는 대비되는 성과를 보였다. 이처럼 지난해 말레이시아 영화산업이 성장한 배경에는 두 편의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 흥행이 있다. 4월 14일 개봉한 시아프 유소프 감독의 <보안관: 나르코 인테그리티(Sheriff: Narko Integriti)>는 개봉 2주 만에 6,400만 링깃(약 211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며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8월 22일 개봉한 줄카르나인 아자르(Zulkarnain Azhar) 감독의 <정복: 라하드 다투(Takluk: Lahad Datu)>도 2,630만 링깃(약 87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2024년에는 말레이시아 애니메이션 <쥐사슴 이야기(Dongeng Sang Kancil)>가 개봉 첫 주에 할리우드 작품인 <무파사: 라이온 킹(Mufasa: The Lion King)>, <모아나 2(Moana 2)>를 제치고 주간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하는 등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
< 역대 말레이시아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보안관: 나르코 인테그리티(Sheriff: Narko Integriti)' - 출처: 'The Star' >
말레이시아 영화가 높은 흥행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연출력과 서사, 촬영 기술이 크게 향상된 점이 있다. <보안관: 나르코 인테그리티>와 <정복: 라하드 다투>는 말레이시아 관객들이 선호하는 액션 블록버스터 장르로 오락 영화다운 시원시원한 액션과 화려한 연출, 긴장감 있는 서사로 호평을 받았다. <보안관: 나르코 인테그리티>를 관람한 한 관객(Edwin Rajan)은 "액션과 흥미진진한 서사가 인상적이다. 이 영화는 기존 말레이시아 영화와 다르다."고 평가했다. 또한 2024년 말레이시아 영화산업은 하이브리드 애니메이션 등 새로운 기술적 시도와 참신한 소재를 통해 전반적인 수준 향상을 이뤘다. <쥐사슴 이야기(Dongeng Sang Kancil)>는 전래동화를 원작으로 모든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특히 말레이시아 최초의 하이브리드 애니메이션으로 2D의 섬세한 미감과 3D의 생동감을 모두 담아낸 뛰어난 영상미로 주목받았다.
< 2024년 개봉한 말레이시아 최초의 하이브리드 애니메이션 '쥐사슴 이야기(Dongeng Sang Kancil)' - 출처: IMDb >
또한 응 켄 킨(Ng Ken Kin) 감독의 디스토피아 영화 <이민자(Pendatang)>는 극단적인 인종 갈등이 벌어지는 가상의 말레이시아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뤘다. 정치적, 역사적 민감한 사안을 다룬 영화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으나 "말레이시아인들의 눈과 귀를 열어줄 영화(@abu457944)", "현실을 반영한 작품(@boonkeechew4828)"이라는 누리꾼들의 호평 속에서 입소문을 탔다. 2024년 말레이시아 영화가 큰 흥행을 거두면서 오히려 같은 해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성적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영화 흥행 집계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Box Office Mojo)에 따르면 2024년 말레이시아 개봉 외화의 누적 매출액은 3,338만 7,000달러(약 474억 원)로 전년(5,913만 1,800달러)의 약 56.5% 수준에 그쳤다. 특히 <데드풀과 울버린(Deadpool & Wolverine)>,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Godzilla x Kong: The New Empire)>,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Kingdom of the Planet of the Apes)> 등 기대를 모았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조차 <보안관: 나르코 인테그리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성과에 그쳤다.
< 영화 '이민자(Pendatang)'를 호평하는 말레이시아 누리꾼들 - 출처: 쿠만 픽쳐스 유튜브 계정(@kumanpictures2803) >
이처럼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작품이 관객을 사로잡으며 2024년 말레이시아 영화계는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콘텐츠의 품질과 서사적 완성도를 고루 갖춘 말레이시아 영화가 연이어 개봉하며 자국 영화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여전히 액션 블록버스터가 흥행을 주도했지만 과거 상업성 위주의 소비 경향에서 벗어나 예술성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가운데 할리우드 영화는 상대적으로 흥행 부진을 겪으며 말레이시아 관객의 취향 변화와 자국 영화의 경쟁력을 다시금 부각시켰다. 이러한 흐름은 말레이시아 영화산업이 더 이상 외국 영화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한국과 같은 영화 선진국과의 공동제작 등 국제 협력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Malay Mail》(2025. 1. 3). Malay Mail Top 10 Picks: ‘Sonic the Hedgehog 3’ dashes to the No.1 spot in local cinemas, while local animation ‘Dongeng Sang Kancil’ skips to second, https://www.malaymail.com/news/showbiz/2025/01/03/malay-mail-top-10-picks-sonic-the-hedgehog-3-dashes-to-the-no1-spot-in-local-cinemas-while-local-animation-dongeng-sang-kancil-skips-to-second/161910 - 《Free Malaysia Today》(2023. 12. 25). ‘Pendatang’: an intense, thought-provoking dystopian thriller, https://www.freemalaysiatoday.com/category/leisure/2023/12/25/pendatang-an-intense-thought-provoking-dystopian-thriller - 《The Star》(2025. 1. 1). 'Sheriff: Narko Integriti' now No.2 in the list of highest-grossing films in Malaysia, https://www.thestar.com.my/lifestyle/entertainment/2025/01/01/039sheriff-narko-integriti039-now-no2-in-the-list-of-highest-grossing-films-in-malaysia - 말레이시아 영화진흥위원회(Fians) 홈페이지, https://www.finas.gov.my/en/malaysian-box-office/ - IMDb 홈페이지, https://www.imdb.com/ - 박스오피스 모조(Box Office Mojo) 홈페이지, https://www.boxofficemojo.com/ - 쿠만 픽쳐스(Kuman Pictures) 유튜브 계정(@kumanpictures2803), https://www.youtube.com/@kumanpictures2803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USM(Universiti Sains Malaysia) 전략적 인적자원관리(SHRM)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