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의 한 공연장이 이천통신사의 이천거북놀이와 함께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국 전통 풍물공연의 장단이 울려 퍼지고 역동적인 상모놀이가 이어지자 관객석 여기저기에서 "대박(Super; 수퍼)"이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경기도 이천시를 대표하는 지역문화사절단 이천통신사는 경기도 지정 무형유산 제50호 이천거북놀이 풍물공연과 동서양의 조화를 담아낸 K-클래식 공연을 5월 17일 프랑스 리모주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네덜란드와 독일을 거쳐 5월 27일 벨기에 항구도시 앤트워프 아뮤즈 홀(AMUZ Hall)에서 피날레를 장식했다.
< 이천통신사 단체사진, 공연 무대 - 출처: 통신원 촬영 >
장수와 복의 상징인 '거북'의 등장은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천거북놀이 심덕구 회장은 "풍물놀이에 필요한 농악 기구를 한국에서 유럽으로 운반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는데 특히 실제 거북 탈 운반은 불가능했다. 전통적으로 거북이는 수수 이삭을 엮어 만드는데 수확 시기가 가을이다 보니 5월은 재료 구하기도 힘들고 해외 반출에도 어려움이 있어 한지로 대체해 거북 탈을 만들었다.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 전통 종이인 한지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유럽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유럽에서 열린 이천거북놀이 공연에 대한 현지 반응이 좋아 매우 만족한다."고 밝혔다. 이천거북놀이는 네덜란드어로 동시 번역돼 공연을 관람하는 벨기에인들도 그 내용을 이해하고 유머에도 웃음으로 반응하며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 상모돌리기와 버나돌리기 공연 - 출처: 통신원 촬영 >
현지인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받은 곡예는 상모돌리기와 버나돌리기였다. 공연자들은 능숙하게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며 한국 전통 풍물놀이의 흥에 함께 취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한 벨기에 관람객은 "처음 접하는 한국의 전통 문화에 초반에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는데 놀라운 공연에 점차 빠져들었다. 벨기에인들도 좋아할 정말 멋진 공연이었다. 다음에 또 이런 공연이 열린다면 주변 친구들에게도 알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연 무대에서 버나돌리기 곡예에 참여한 관객은 "정말 대단한 공연이었다. 이번에 같이 호흡을 맞췄으니 다음부터는 관객이 아닌 공연자로 참여해도 될 것 같다."며 유쾌한 농담을 전하기도 했다. 한 교민은 "벨기에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이 정말 좋아해서 데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제대로 된 풍물놀이를 위해 야외에서 공연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1부의 이천거북놀이가 끝난 후 2부에서는 한국과 서양의 협업을 선보인 K-클래식 공연이 이어졌다. 김우람과 이소영 피아니스트의 피아노 4손 연주를 시작으로 한국 전통 선율을 담은 서양 클래식 연주, 벨기에 소프라노가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가운데 상여 소리와 아베마리아가 하나가 되는 앙상블 공연을 선보였다. 이천문화재단 이응광 대표이사는 "이번 동서양의 클래식 협업은 서양과 한국의 전통 음악 접목으로 유럽인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K-클래식을 인정해 주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뻤고 유럽 관객들의 눈빛에서 예술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감정으로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 K-클래식 공연 무대 – 출처: 통신원 촬영 및 박산호 제공 >
벨기에인 바이올린 연주자 산더 히어츠(Sander Geerts)는 "처음에는 생소한 선율에 적응하고 그 감정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한국 음악을 연주로 담아낼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고, 박휘연 바이올린 연주자는 "서양 악기 전공자로서 이 악기로 한국 전통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감사하며 한국의 전통 음악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공연에서 편곡을 담당한 김우람 작곡가는 "서양 악기로 우리 음악을 표현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 정신을 서양 악기에 담을 수 있도록 편곡에 중점을 두었다. 서양에 없는 '한'이라는 주제를 서양 악기로 담아내기 위해 '우는 소리'와 '한숨' 기법을 사용했는데 잘 어울렸다."고 평가했다. 관객들은 "처음에는 기존 클래식 음악과 달라 이상하게 들렸지만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연주자들과 성악가들의 멋진 호흡이 환상적이었다.", "아름다운 공연장과 한국 클래식이 잘 어우러진 멋진 공연이었다." 등 연이어 호평을 전했다.
< 기립박수로 찬사를 보낸 관객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약 두 시간의 공연이 끝나자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와 함께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천문화는 이천의 것만이 아니라 한국의 것이다."라는 이응광 대표이사의 말처럼 이천통신사의 이천거북놀이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한국의 전통과 흥을 유럽에 알리고 한국의 풍물놀이가 유럽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 뜻깊은 자리였다. 또한 동서양의 화합을 보여준 K-클래식 공연은 서양 악기의 한계를 넘어 한국의 정서와 선율을 담아낸 무대로 벨기에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이번 이천통신사의 유럽 공연을 기획한 러브투아츠 국제문화센터(Love2Arts International Cultural Center) 진승연 대표는 "이천통신사 공연은 깊은 의미와 특별함으로 가득했다. 열정 가득한 연주자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무대를 더욱 빛나게 해준 관객들에게도 감사드린다."면서 "2026년에도 이천통신사의 유럽 공연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전통문화와 K-클래식이 이천통신사를 통해 세계로 뻗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 박산호(San-Ho Park Correwyn) 제공
성명 : 고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벨기에/겐트 통신원] 약력 : K-Heart 대표, 겐트대학교 African Languages and Cultures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