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대표 미술관 프린스 유진스 발데마르수데(Prins Eugens Waldemarsudde)에서 아동 문학 일러스트 전시 '무민부터 찹찹까지(From Moomin to Chop Chop)'을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는 북유럽을 대표하는 네 명의 아동 문학 일러스트레이터가 1940년대부터 현재까지 제작한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로, 캐릭터 무민 탄생 80주년 기념 일환이기도 하다.
< 전시 포스터로 사용된 토베 얀손의 무민 일러스트 - 출처: 프린스 유진스 발데마르수데 >
이번 전시는 핀란드의 토베 얀손(Tove Jansson), 스웨덴의 일론 비클란드(Ilon Wikland), 피야 린덴바움(Pija Lindenbaum), 그리고 핀란드의 린다 본데스탐(Linda Bondestam) 네 명의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들은 각각 무민 가족, 산적의 딸 로냐, 브리짓과 회색 늑대들, 그리고 로봇 찹찹 등 북유럽 아동 문학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창조해낸 일러스트레이터다.
< 전시장 내부 - 출처: 통신원 촬영 >
전시는 미술관의 갤러리 공간에서 진행됐으며 입장 후 첫 전시 공간에서는 네 작가의 대표 작품과 작가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볼 수 있었다. 전시장 내부로 이동하면 각 작가별로 섹션이 나뉘어 있어 작가 각각의 작품 세계를 더 깊게 감상할 수 있었다. 전시는 작가들의 창작 과정부터 스케치, 피규어, 완성된 일러스트 작품까지 다양한 컬렉션을 통해 북유럽에서 사랑받는 캐릭터와 동화가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한 특별한 통찰을 제공했다.
< 토베 얀손과 무민 캐릭터 일러스트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국에서도 토베 얀손의 캐릭터 '무민'은 인기가 높다. 토베 얀손의 국적은 핀란드이지만 그는 모국어로 스웨덴어를 구사했으며 작품도 스웨덴어로 창작했다. 스웨덴어 문화의 아이콘인 만큼 스웨덴 아이들이 무민 이야기를 읽고, 무민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며 자라는 등 스웨덴에서 무민의 인기는 높다. 이번 전시에는 무민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초기 드로잉부터 그림책, 만화책 일러스트레이션 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됐다. 특히 토베 얀손의 수작업 드로잉을 통해 무민 골짜기의 평화롭고 따뜻한 장면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작가는 외로움, 자연,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내용을 유머와 따뜻함으로 풀어냈다.
< '지붕 위의 칼손' 일러스트 - 출처: 통신원 촬영 >
< 산적의 딸 론야' 일러스트 - 출처: 통신원 촬영 >
일론 비클란드(Ilon Wikland)는 에스토니아 출신으로 1944년 에스토니아 내 소련 침공을 피해 스웨덴으로 망명했다. 1950년대부터 스톡홀름에서 삽화가로 활동하며 스웨덴 아동 문학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는 『삐삐 롱스타킹』으로 잘 알려진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Astrid Lindgren)과 협업한 대표 일러스트레이터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동화 『산적의 딸 로냐』의 숲속과 절벽 장면, 『사자왕 형제의 모험』의 판타지적 공간 묘사, 『에밀』, 『미오, 나의 미오』의 장면들이 주로 전시됐다. 그의 작품은 사실적이면서도 따뜻한 풍경 묘사를 통해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모험, 공포, 용기룰 섬세하게 담아낸다.
< 피야 린덴바움의 일러스트 - 출처: 통신원 촬영 >
피야 린덴바움(Pija Lindenbaum)는 스웨덴을 대표하는 아동 도서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글과 그림을 독창적으로 결합하는 능력으로 스웨덴 아동 도서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의 경험과 생각, 내면세계를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묘사하고 그림으로 표현한다. 정체성과 감정 표현,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그림책 『Bridget』 시리즈는 고집 세고 상상력이 풍부한 소녀의 세계를 그려냈다. 그는 유머와 사회 비판이 조화된 그림을 통해 현대 가족, 성역할 고정관념 해체하고자 했다.
< 'Mitt bottenliv(바닥에서의 나의 삶)' 일러스트 - 출처: 통신원 촬영 >
린다 본데스탐(Linda Bondestam)은 핀란드 출신의 작가이지만 토베 얀손처럼 대부분의 작품을 스웨덴어로 쓰고 그리며 핀란드와 스웨덴 양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린다 본데스탐은 지구와 생명, 미래라는 테마를 주제로 환경 문제, 전쟁, 종말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장난기와 진지함, 사색을 결합한 독특하고 다채로운 그림으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은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잘 알려져 있다. 린다 본데스탐은 북유럽 협의회 아동·청소년 문학상을 비롯한 여러 권위 있는 상을 수상했으며, 2024년에는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 로봇 이야기 『찹찹(Chop Chop)』으로 아동·청소년 도서 부문 스웨덴 어거스트상(Augustpriset)을 수상했다. 『바닥에서의 나의 삶(Mitt bottenliv)』은 멸종 위기 종의 시선으로 본 바닷속 세계를 표현했다.
< (좌)일러스트가 담긴 도서들, (우)로봇 '찹찹(Chop Chop)' - 출처: 통신원 촬영 >
전시장 내부는 밝고 아늑한 분위기로 꾸며졌으며 일러스트가 담긴 동화책들도 함께 전시돼 관람의 즐거움을 더했다. 성인과 아동 방문객 모두가 자신의 어린 시절과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전시였다. 린다 본데스탐의 동화에 나오는 로봇 '찹찹(Chop Chop)'은 실제로 움직이고 소리를 내 전시장에서 눈길을 끌었다. 또한 무민 피규어 아래에는 아이들의 눈높이를 배려한 작은 아동용 사다리도 마련돼 있어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좌)일러스트가 수록된 책을 읽어볼 수 있는 독서 공간, (우)그림을 그릴 수 있는 창작 공간 - 출처: 통신원 촬영 >
동화 일러스트를 주제로 하는 전시인 만큼 전시장에는 어린이 방문객을 위한 즐길 거리가 제공됐다. 통신원이 방에 들어섰을 때는 한 아버지가 아이에게 영어로 된 동화책을 읽어주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일러스트가 수록된 책들과 4인의 작가들이 직접 쓴 동화책의 스웨덴어본, 영어본이 비치돼 있어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었다. 바로 옆의 공간에는 어린이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자신만의 동화를 만들어볼 수 있는 창작 공간이 마련돼 아이들은 물론이고 동심을 간직한 몇몇 성인 방문객들도 참여하며 따뜻한 분위기를 더했다. 관람 내내 활용할 수 있는 어린이용 오디오 가이드는 작품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 작품을 감상 중인 관객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전시는 북유럽 아동 문학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일러스트를 통해 공동체, 평등, 포용성 같은 주제를 다루며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전시이기도 했다. 작가들의 창의성과 따뜻한 메시지가 담긴 작품들을 통해 아동 방문객뿐만 아니라 성인 방문객들도 전시를 즐기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시간을 갖기에 충분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프린스 유진스 발데마르수데(Prins Eugens Waldemarsudde) 홈페이지, https://www.mynewsdesk.com/se/prins-eugens-waldemarsudde/pressreleases/pressvisning-foer-utstaellningen-fraan-mumin-till-chop-chop-3365811
성명 : 오수빈[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웨덴/스톡홀름 통신원] 약력 : 현) 프리랜서 번역가, 통역사, 공공기관 조사연구원 전) 재스웨덴한국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