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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취리히 리트베르그 뮤지엄에서 만난 '한류! 코리안 웨이브(Hallyu! The Korean Wave)'

2025-07-14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유럽에서 유행에 그리 민감하지 않은 나라로 알려진 스위스에서도 한류는 이제 '힙한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5년 현재 한류는 단순한 케이팝 팬이나 한국 드라마 애호가들의 전유물 그 이상이다. 일상 속 다양한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확산되면서 하나의 생활 문화로 정착하는 추세다.
스위스 취리히 리트베르크 뮤지엄 특별 전시 '한류! 코리안 웨이브' 스위스 취리히 리트베르크 뮤지엄 특별 전시 '한류! 코리안 웨이브'

< 스위스 취리히 리트베르크 뮤지엄 특별 전시 '한류! 코리안 웨이브' - 출처: 통신원 촬영 >

지난 4월 스위스 취리히 리트베르크 뮤지엄(Rietberg Museum)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한국 대중문화를 조명하는 특별 전시 '한류! 코리안 웨이브(Hallyu! The Korean Wave)'가 막을 올렸다. 이 전시는 런던의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엄(Victoriaand Albert Museum in London)에서 처음으로 선을 보였으며 이후로 미국 보스턴 뮤지엄을 거쳐 세 번째 순회지인 취리히에서 다시 한번 대중과 만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케이팝, 한국 영화, 드라마, 패션, 뷰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 현상의 이면을 조명하는 데 뜻을 두고 있다. 단순히 오브제를 선보이는 전시가 아니라 한류의 시작이 어디서 왔으며, 왜 전 세계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가를 탐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볼 수 있다. 전시는 케이팝 의상부터 유명 K-드라마 소품들과 포스터, 사진, 한국 디자이너들의 패션 작품, 영상 콘텐츠 등 한국의 대중문화와 관련된 유물을 한자리에 모아 관람객들로 하여금 한국문화가 글로벌 대중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체감할 수 있게끔 구성됐다. 

전시는 200여 점에 달하는 오브제들을 네 개의 주요 테마 섹션으로 나누어 구성함으로써 한류의 다층적인 면모를 조망하고 있다. 전시 시작은 케이팝과 퍼포먼스 문화를 조명하는 섹션으로 세계적인 히트곡인 싸이(PSY)의 <강남스타일>을 중심으로 케이팝 댄서들의 무대 의상과 퍼포먼스 영상, 그리고 구글 아트 댄스 룸(Google Art Dance Room) 등 관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마련해 놓았다. 첫 섹션에서 퍼포먼스를 통한 시각과 감각적 경험을 극대화함으로써 관객들에게 보는 전시 이상의 몰입감을 선사하고 있다.
구글 아트 댄스 룸 및 케이팝 오브제 설치전 리트베르크뮤지엄, Patrik Fuchs

< 구글 아트 댄스 룸 및 케이팝 오브제 설치전 - 출처: (좌)통신원 촬영, (우)리트베르크뮤지엄, Patrik Fuchs >

두 번째 섹션은 조선시대 민화, 풍속화, 탱화를 비롯해 도자기, 달 항아리, 병풍, 보석함, 공예품 등 전통 오브제를 통해 한류의 뿌리가 어디인가를 짚어보고 있다. 이 고전 예술 섹션에서는 한류의 흐름이 결코 갑작스레 형성된 문화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며 한국의 고유의 미학과 정서가 현대 대중문화에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가를 역사적으로 조명한다. 
불교신들의 모임(1891)', 생갈렌 문화박물관 소장

< '불교신들의 모임(1891)', 생갈렌 문화박물관 소장 - 출처: 리트베르크뮤지엄, Patrik Fuchs >

세 번째 섹션은 한류 콘텐츠의 세계화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 <기생충>, <미나리>, 드라마 <겨울연가>, <오징어 게임> 등 글로벌 히트작의 소품과 포스터를 선보였다. 또한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유통구조를 함께 소개하고,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인 백남준의 기념적인 비디오 조형물도 전시해 놓았다. 포토 아키브 형식으로는 1950년대 전쟁 이후 폐허가 된 서울의 모습, 1960~70년대의 여공들의 노동 현장, 강남의 옛 모습, 1988 서울 올림픽의 상징인 호돌이 포스터, 당시의 대중문화 이미지, 그리고 삼성전자의 역사를 제시했다. 이렇게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한 설명을 통해 짧은 시간 경제적 재건과 함께 성장한 문화 기반을 보여주면서 한류의 이면에 깔린 역사적 맥락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다시곰의 색동 의상 김민주 디자이너의 달 항아리(Moon Jar) 드레스

< (좌)다시곰의 색동 의상, (우)김민주 디자이너의 달 항아리(Moon Jar) 드레스 - 출처: 리트베르크뮤지엄, Patrik Fuchs >

마지막 섹션에서는 한류가 전 세계 패션과 뷰티산업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한국의 감각적인 스타일과 미학이 어떻게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았는가를 풀어내고 있다. 화려한 색채와 독창적인 디자인의 패션 아이템, 글로벌 런웨이에 오른 한국 디자이너들의 의상, K-뷰티 제품들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달 항아리(Moon Jar)를 모티브로 한 김민주 디자이너의 드레스, 박소희 디자이너의 꽃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드레스, 제시카 킴의  전통 형식에 현대적 디자인을 입힌 한복, 색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시곰(Darcy Gom)의 의상 등은 개성 넘치는 한국 디자이너들의 미적 감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이와 함께 케이팝 무대 의상과 다양한 뷰티 브랜드의 제품 라인, 디지털 콘텐츠까지 포괄적으로 전시해 관람객들이 한류가 일상생활과 소비문화 전반에 어떻게 스며들고 있는가를 체감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전시장 한편에는 관람객 누구나 케이팝 댄스를 배우고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케이팝 댄스 체험 부스도 마련해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로 꾸몄다.
니나 윤의 누비(NUBI) 옷 세이카 리 클라인의 감잎 주머니 워크샵

< 니나 윤의 누비(NUBI) 옷 워크샵, 세이카 리 클라인의 감잎 주머니 워크샵 - 출처: 리트베르크뮤지엄 >

또한 이번 전시는 단순히 오브제를 관람하는데 그치지 않고 대중이 한국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마련했다. 특히 일반 관람객을 위한 스무 차례가 넘는 전시 가이드 투어는 한국 예술의 역사와 작품 및 콘텐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기회라 볼 수 있겠다. 이와 더불어 스위스 현지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한국의 전통 공예를 맛볼 수 있는 워크숍도 준비됐다. 디자이너 니나윤(NINA YUUN)이 진행하는 누비(NUBI) 옷 만들기를 비롯해 한국과 일본 두 문화예술을 어우러 패치워크, 보자기, 조각보로 유명한 세이카 리 클라인(Seika Lee Klein) 디자이너와 함께하는 전통 모빌과 감잎 주머니 만들기 등 다양한 주제의 체험이 마련됐다.
취리히대학에서 열린 '한류? 한국 문화예술의 글로벌 여정 컨퍼런스에서 주스위스대사 금창록과 에바 마쵸트카 교수 취리히대학에서 열린 '한류? 한국 문화예술의 글로벌 여정 컨퍼런스에서 주스위스대사 금창록과 에바 마쵸트카 교수

< 취리히대학에서 열린 '한류? 한국 문화예술의 글로벌 여정 컨퍼런스에서 주스위스대사 금창록과 에바 마쵸트카 교수 - 출처: 취리히대학(UZH) >

다음은 이번 전시에 있어 학문적으로, 그리고 기획 부분에서 협업했던 취리히대학(UZH) 동아시아 미술사 교수 에바 마쵸트카(Ewa Machotka)가 '한류? 한국 문화예술의 글로벌 여정(Hallyu? Global Journeys of Korean Art and Culture) 컨퍼런스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한류의 진정한 매력은 창의성, 그리고 커뮤니티 중심이라는 점이다. 한류 팬들은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국경을 초월한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그 안에서 소속감을 찾는다. 한류의 이러한 초국적 문화 형성 방식은 한류를 단순한 유행이 아닌 사회적, 문화적으로 주목할 만한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또한 한국 콘텐츠의 수출 그 자체를 넘어 글로벌 시민들이 어떻게 공감하고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문화적 모델로 볼 수 있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 리트베르크 뮤지엄, Patrik Fuchs
- 취리히대학(UZH)

통신원 정보

성명 : 박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위스/프리부르 통신원]
약력 : So! Kimchi & Swisskimchi 공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