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외식 시장에서 한식당의 존재감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마리나 베이 샌즈와 부기스, 탄종파가르 등 주요 지역 곳곳에서 한식당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식문화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교민뿐만 아니라 현지인 고객층의 수요도 높아지면서 한국 셰프나 외식업계 종사자들이 싱가포르에서 한식당을 창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 현지 마트에 자리 잡은 한국 음식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 중 하나는 미쉐린 레스토랑 출신의 루이스 한 셰프가 운영하는 '구움(Guum)'이다. '구움'은 한국식 숯불구이를 중심으로 하는 한식당으로 정통성과 현지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운영 방식을 통해 인기를 끌고 있다. 루이스 셰프는 "한식은 동양권에서 익숙한 편이고 싱가포르는 중화권 문화가 강해 비슷한 점이 많다. 한국의 기본 맛을 바탕으로 현지 식재료와 문화를 반영해 우리만의 색깔로 현지화된 한식을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싱가포르 중심가에 위치한 '구움(Guum)' 식당 - 출처: 통신원 촬영 >
루이스 셰프에 따르면 육회 감자전, 갈비 양념 통갈비 숯불구이, 멜젓 소스를 바른 생선구이, 양념 튀김 컬리플라워 등이 싱가포르 고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그는 또한 "예전보다 한국 음식을 찾는 현지인이 많아졌고 간단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사람도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싱가포르 내 한식에 대한 관심이 점점 깊어지고 있음을 언급했다. 한식당을 운영하는 것에 있어 가장 큰 도전으로는 '전통 요리의 전달'을 꼽았다. "기본적인 일상 요리는 반응이 좋지만 진짜 전통적인 한식을 현지에 소개할 때는 난이도가 있다. 현지인의 입맛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방식으로 한식을 재해석하는 것이 성공적인 현지화의 핵심이다."라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한식을 기반으로 식당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틀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만의 참신한 아이디어로 한식을 재구성해 다양한 사람들이 그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구움'은 최근 현지 유명 셰프들과의 협업 이벤트를 진행하고 현지화한 음식을 실험적으로 시도하며 이곳 사람들에게 다양한 한식의 맛을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한식을 통해 새로운 미식 문화를 제안하려는 시도는 싱가포르에서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 싱가포르에서 또 다른 인기를 끌고 있는 서래집 - 출처: 통신원 촬영 >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곳은 정통 한국식 고깃집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세련된 인테리어와 분위기로 현지 고객을 사로잡고 있는 '서래집(Seorae)'이다. 서래집은 싱가포르 전역에 총 6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표 쇼핑몰인 플라자 싱가푸라(Plaza Singapura), 주얼 창이(Jewel Changi)에 위치해 현지인뿐만 아니라 한국 관광객들의 방문도 잦다. 매장에서 제공하는 숯불 돼지갈비, 된장찌개, 비빔밥 등은 한국의 맛을 비교적 충실히 재현해 현지 미디어 리뷰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서래집은 가족 단위 손님을 겨냥한 메뉴 구성과 합리적인 가격대, 그리고 빠른 회전율 덕분에 친근한 한국식 식사를 즐기고 싶은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를 통해 한식이 고급 레스토랑이나 트렌디한 장소에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외식 선택지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 현지인들이 항상 줄을 서서 기다리는 엄용백 식당 전경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편 싱가포르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또 다른 식당 '엄용백' 역시 현지의 한식 열풍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점심에는 돼지국밥을 판매하고 저녁에는 불향 가득한 고기와 한국식 반찬이 어우러진 메뉴 구성을 선보인다. 점심 저녁 할 것 없이 매장 앞 긴 대기 줄은 한식에 대한 현지인의 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싱가포르에서 한식당을 창업하는 것은 단순한 트렌드 따라가기가 아니다. 미식에 대한 기준이 높은 싱가포르에서 한식을 현지화하고 동시에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싱가포르 곳곳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한식당들이 문을 열고 있다. 이는 한식의 세계화가 실질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다.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한국 음식이 이곳에서 사랑받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시점이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성명 : 신보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싱가포르/싱가포르 통신원] 약력 : 노보진(NovogeneAIT Genomics Singapore Pte.Ltd.)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