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신조어인 '테토녀'와 '에겐녀'가 최근 대만 사회에도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테토녀'는 '테스토스테론'과 '여성(女)'의 합성어로 남성적이고 주도적인 성향을 가진 여성을 의미한다. 이에 반대되는 개념인 '에겐녀'는 '에스트로겐'과 '여성'을 합친 말로 전통적인 여성상을 상징한다. 두 신조어는 한국의 인스타그램 웹툰 작가 내쪼가 웹툰 형식으로 재구성하면서 대중적 인기를 얻으며 하나의 밈(meme)으로 확산됐다. 한류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 콘텐츠가 해외로 수출되는 것뿐만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밈 문화도 빠르게 해외 전파되고 있다. 그 가운데 '테토녀'와 '에겐녀' 밈 역시 대만 시장에 진출하며 현지 언론과 패션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만 패션지 《Marie Claire(마리 끌레르)》는 지난 8월 5일 해당 신조어를 한국과 동일한 호칭인 'Teto女'와 'Egen女'로 소개했다. 《Marie Claire》는 "최근 한국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는 호르몬을 통해 개인의 스타일을 판별하는 것"이라고 전하며 해당 기사를 시작했다. "한국에서 한때 MBTI 성격 유형이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에는 호르몬 기반 분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유형으로 나누어져 다소 복잡했던 MBTI와 달리 호르몬 기반 분류는 두 가지로 단순화돼 있어 이해와 적용이 쉽다는 점이 강점으로 부각됐다. 더불어 패션 전문지답게 분류별 패션 스타일도 분석했다. '에겐녀'는 은은한 살구색, 누드핑크, 크림색과 같은 낮은 채도의 옷을 즐겨 입으며, 로맨틱하고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평가했다. 반면 '테토녀'는 결단력 있고 직설적인 성격이 스타일에도 반영돼 시크하고 자유분방하며 깔끔한 라인의 옷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대표 '테토녀'로 한소희, 이효리, 화사, 블랙핑크 제니, 고민시를 꼽았다. 이때 제니는 다양한 스타일 소화 능력과 더불어 솔로 활동 이후 보여준 '테토녀' 스타일이 인상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더불어 이효리에 대해서는 '테토녀'의 자유로운 감성을 대표하는 국민 요정으로 로맨틱한 분위기의 옷보다는 기본 티셔츠, 데님, 밀리터리 재킷, 넉넉한 상의를 즐겨 입는다고 소개했다.
< 대만 '마리 끌레르' 선정 테토녀, 배우 한소희 - 출처: 넷플릭스 >
한편 해외로도 넘어와 인기를 끌고 있는 두 신조어 '테토녀', '에겐녀'의 확산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조선일보》는 8월 6일 칼럼에서 "'테토녀'라는 단어가 성 역할을 호르몬의 작용에 의한 것으로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기존성 역할에 도전하는 이들을 편협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보수적 성향을 재생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역시 8월 2일 기사에서 "주도적이거나 리더십이 있다는 성향을 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연결하는가"라는 비판을 내놓으며 "해당 밈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해당 신조어가 대만에 빠르게 유입돼 확산되고 있는 현상은 그 파급효과에 대한 깊은 고민을 요구한다. 대만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젠더 이슈에 있어 매우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국가다. 대만은 동성 결혼을 조기에 법제화했으며 다수의 국립 대학과 공공장소에서 성 중립 화장실이 설치돼 젠더 다양성과 권리를 폭넓게 수용하는 사회적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은 젠더 관련 주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 가운데 '테토녀', '에겐녀'와 같이 성 역할을 이분법적으로 고정하는 신조어가 한류와 함께 대만에 유입되는 과정에서 대만 사회의 유동적이고 포용적인 젠더 인식과 충돌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판단된다. 만약 해당 밈이 대만에서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면 그 과정에서 그동안 한류가 쌓아온 긍정적 이미지에도 손상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제 막 대만 온라인에서 확산되기 시작한 한국산 밈 '테토녀', '에겐녀'를 현지 대중이 어떻게 조우하고 수용할지, 그리고 이로 인해 한류가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조선일보》(2025. 8. 6). [일사일언] '테토녀'와 '에겐남',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5/08/06/77QB5BLLX5AT3CLV6WT7JJC5YM/?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 《경향신문》(2025. 8. 2). [이진송의 아니근데] “남자답다” “여성스럽다”엔 없는 성인지 감수성···‘테토녀’ ‘에겐남’엔 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8020800001 - 《Marie Claire》(2025. 8. 5). 荷爾蒙風格Teto、Egen是什麼?率性灑脫的Teto女韓星穿搭Jennie、韓韶禧都上榜, https://www.marieclaire.com.tw/fashion/news/87722/teto-style
성명 : 박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대만/타이베이 통신원] 약력 : 국립정치대학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