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충칭은 한국의 독립 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지역으로 이와 관련한 다양한 행사가 꾸준히 열려 왔다. 충칭에는 한국의 독립운동과 관련한 여러 유적지가 존재하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한곳을 꼽는다면 통신원은 주저 없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들 것이다. 현재 충칭의 임시정부 청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로 1995년 8월 11일 독립기념관과 충칭시 인민대외우호협회의 협력으로 복원돼 개관했다. 지금은 충칭시 문화여유발전위원회의 관리 아래 '대한민국 임시정부 구지 진열관(大韩民国 临时政府估计陈列馆)'이라는 명칭으로 운영되며 역사적 가치를 알리는 박물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8월 11일에는 임시정부 구지 진열관 개관 3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연화지 청사에서는 의식 행사가, JW 메리어트 호텔에서는 기념 음악회와 학술대회가 진행됐다. 의식 행사와 학술대회는 정부 인사와 연구자 등 초청 인원만 참석할 수 있었던 만큼 제한적이었으나 교민들이 참여할 수 있었던 기념 음악회는 여럿이 함께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 음악회를 기획한 김하영 음악감독은 한중 우호를 기념하고 다지는데 초점을 두고 여러 진행 멘트 준비했다고 전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음악회는 과거 임시정부 기념 음악회와 한국광복군 창설 기념 음악회 등을 기획했던 김하영 음악감독이 주청두 대한민국 총영사관과 중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 준비했다. 김 감독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한국 독립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유적지인데 그 옛 모습을 거의 그대로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정부의 협조 덕분이었다. 임시정부 구지 진열관 개관 30주년은 곧 한중 양국의 30년 우호를 증명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하며 이번 음악회 또한 한중 우호에 방점을 두고 기획했음을 밝혔다.
< 중국인들에게도 알려진 한국의 대표 민요 '아리랑'을 중국 관현악단이 연주하고 있는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관현악단이 연주한 한국 민요 <아리랑>과 중국 민요 <모리화>는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특히 연주 중간에 AI 사회자가 나서 독립의 역사와 한중 관계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전할 때마다 객석에서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교포 성악가인 서남대학교 최향 교수의 소프라노 공연 역시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의 무대 <비목>은 이름 모를 젊은 병사의 무덤 앞에서 느낀 비통한 심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현장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었고, 이어 부른 중국 가곡 <在水一方>은 국경을 넘어 서로를 향한 이해와 우정을 노래하기에 더없이 적절하고 완벽한 선곡이었다.
< 임시정부 진열관 30주년 기념 음악회는 중국 기관의 행사로 한국 교민보다는 중국 기관 및 관계자들이 더 많은 수를 차지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번 공연을 위해 한국에서 신유경, 이지윤 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직접 충칭을 찾았다. 두 사람은 무대에서 듀엣으로 <고향의 봄>, <헝가리 무곡>, <梁祝>을 연주하며 청중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연주를 마친 두 피아니스트는 "거리가 멀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의미 있는 공연이었기에 오히려 감사하고 소중한 기회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공연 준비 과정과 여러 환경적 어려움에도 무대에 설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 진심 어린 감사를 표현했다.
< 교포 성악가 최향 교수와 한국에서 공연을 위해 방문한 신유경 피아니스트가 공연을 하는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날 행사에서는 충칭의 독립 역사와 관련해 빠질 수 없는 인물, 박운본 소장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곧 청두에서 열리는 8월 15일 광복절 행사에서 '사진으로 다시 만나는 서부지역 독립운동 활동지'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할 예정임을 밝혔다. 박 소장은 "충칭을 비롯한 중국 중서부 지역에 수많은 한국의 독립 역사 유적지가 존재한다."고 설명하며 "이들 유적은 중국 정부의 결정에 따라 존폐가 갈린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많은 독립 역사 유적이 중국의 대규모 개발 과정에서 사라지기도 했으나 다행히도 최근에는 이미 소멸된 유적지를 복원하거나 기념비를 세우는 등 중국 정부 차원에서 보존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이러한 소실 방지와 복원을 위해서는 과거의 유적 관련 자료와 사진 등을 토대로 현재 변화된 환경 속에서도 정확한 위치와 사료를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사천성한인회 주관 광복절 행사에서도 독립 역사 강연을 하고 있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박운본 소장 - 출처: 박운본 소장 제공 >
8월 15일 광복절을 불과 며칠 앞둔 8월 11일에 열린 대한민국 임시정부 구지 진열관 개관 30주년 행사는 광복절을 기리기에 앞서 한중 양국의 우호의 역사를 되새기고 앞으로의 희망을 모색하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 이번 기념식이 그러했듯 앞으로도 이러한 뜻깊은 교류와 협력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박운본 소장 제공
성명 : 한준욱[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충칭)/충칭 통신원] 약력 : 일사광선(一丝光线) 스튜디오, 아트노벰 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