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동안 중국 평점 사이트 도우반(豆瓣)에서 거의 만점에 가까운 평점으로 주목을 끄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나영석의 <뿅뿅 지구오락실(Biong Biong 地球游戏厅)> 시리즈다. 시즌 1은 9.3점, 시즌 2는 9.0점, 이어 최근 공개된 시즌 3는 9.3점을 기록했다. 이 인기는 올해 서울 팝업스토어를 성공시켰고 상하이 팝업스토어 열기에 이르렀다. <뿅뿅 지구오락실>은 고유의 세계관과 시리즈물에 빠질 수 없는 고유 캐릭터를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며 팬들이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주목하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19 이후 프로그램 세계관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콘텐츠들이 새로운 팬들을 유입되도록 만들고 있는데 과연 중국의 젊은 팬들에게는 어떤 문화적 메시지를 주고 있을까? 하지만 <뿅뿅 지구오락실> 팝업스토어는 다양한 상품을 가득 쌓지 않고 인기 있는 상품을 전시 공간처럼 진열해 브랜딩 중심형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마케팅의 목적 자체가 브랜드의 세계관에 몰입하고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한국 예능에서 파생된 캐릭터의 전시 공간이기에 목적을 가지고 방문하는 팬들에게 프로그램과 캐릭터에 대한 감정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홍이 플라자(宏伊国际广场)는 용이한 접근성을 내세워 좀 더 광범위하고 보편화된 캐릭터를 만나볼 수 있는 곳으로 탈바꿈했다는 분석이 많다. 이곳에서 국외 플랫폼과 협업한 브랜드 행사(第三方IP)를 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뿅뿅 지구오락실>의 이번 팝업스토어도 위치적 장점을 내세워 더 많은 대중에게 접근할 수 있는 마케팅을 가미했다면 어땠을까 한다.
< 상하이 홍이 플라자에 열린 '뿅뿅 지구 오락실' 팝업스토어 - 출처: 통신원 촬영 >
그렇다면 중국의 젊은 팬들이 <뿅뿅 지구오락실>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마케팅의 패러다임 변화와 관련이 있다. '이번이 아니면 언제 또 열지 몰라!'라는 심리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대표 소셜미디어 샤오홍슈에서 관련 게시물을 찾아보니 "서울 팝업스토어도 가고 싶었는데 팝업스토어는 그 일정 안에 안 가면 다시는 살 수 없는 것들을 팔지 않나. 그래서 상하이로 여행 온 김에 상하이 팝업스토어를 왔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최근 한국발 한류 팝업스토어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운영해 고객들에게 희소성과 특별함을 제공하며 단순한 구매 공간이 아닌 기획자와의 정서적 연결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전략적 매체로 기능하고 있다. 이 같은 문화 소비는 팬들의 체험 후 소회를 서로 자연스럽게 끌어내면서 브랜드와 소비자 개인 사이뿐만 아니라 팬들 간 라포르 형성을 촉진한다. 소비자는 콘텐츠를 구현하는 존재에 갈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소비의 정서적 연대가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찾아볼 수 있다. 이 현상은 채널이 개별화된 미디어 소비 구조가 팝업스토어와 같은 오프라인 공간으로 구현됐을 때 중요한 요소가 된다. 시리즈물에 대한 문화적 연대와 스토리텔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의 커뮤니케이션 강화는 미디어와 마케팅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못해 이젠 국가를 넘어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공간의 경계도 희미해지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의 확장성과 오프라인의 정서적 유대감을 결합했다. 필립 코틀러(2024)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라며 이러한 변화를 마켓 6.0으로 정의했다.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구분하지 않는 소비자인 Z세대와 알파세대에게는 단순한 마케팅 메시지 전달보다 몰입형 경험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아울러 국적을 초월한 세대 인식을 중국의 젊은 팬들이 <뿅뿅 지구오락실>에 열광하는 이유로 꼽을 수 있다. 나영석 PD의 예능은 중국 포털사이트와 소셜미디어에서 종종 회자된다. 젊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나 PD'라는 해시태그인 '#罗PD'가 나영석 PD의 최신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해시태그가 됐다. 샤오홍슈에서 해당 해시태그는 7,460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13만 개를 훌쩍 넘는 관련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뿅뿅 지구오락실>은 요즘 동아시아권 젊은 여성이 노는 방법을 고스란히 담은 예능이다. 국내 상황을 담았다기보다는 세대의 상황을 담았다고 분석해야 더 정확하다. 이는 문화 내셔널리즘을 깨고 초국적 팬덤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샤오홍슈와 중국 평점 사이트 도우반의 평을 종합하면 젊은 시청자가 좋아하는 이유는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출연진의 나이와 학창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복고풍 감성이 프로그램에 잘 녹아있기 때문이다. 출연진의 나이가 90년대 초부터 00년대를 아우르고 있기 때문에 해당 연령대의 젊은 시청자가 어릴 적 한류를 접하며 들었던 케이팝이나 예능 프로그램명이 등장할 때 외래 문화가 아닌 자신의 문화처럼 느껴진다는 평도 찾아볼 수 있었다. 게임을 위주로 하는 예능은 많지만 각기 다른 성격과 자매처럼 잘 맞는 <뿅뿅 지구오락실> 멤버 조합이 마치 회사에서 또래 동료랑 노는 것과 비슷해 친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발 팝업스토어의 현지화를 인기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앞서 열었던 한국 성수 팝업스토어에서는 떡집을 주제로 오락 공간을 기획하는 데 주력했다면, 상하이에서는 프로그램 속 장면을 재현해 배치하고 다양한 한정판 제품을 더 많이 준비했다. 또한 쇼핑백에는 상하이 도시와 캐릭터가 조합된 도장을 찍어주고,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는 경우 한정판 랜덤 카드를 뽑을 수 있는 행사도 병행해 눈길을 끌었다.
< 팝업스토어에 마련된 예능 프로그램 화면과 굿즈를 촬영하고 있는 중국인 소비자 - 출처: 통신원 촬영 >
더불어 통신원은 현장에서 신기한 경험을 했는데 밖에서 팝업스토어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토롱이'라는 캐릭터를 생소하다는 듯 지나치기도 했지만 팝업스토어 내부는 친구와 프로그램 줄거리를 이야기하면서 팬심을 들어내는 젊은 소비자들로 가득했다. 이는 한류가 세분화, 개별화됐음을 방증한다. 전 세계가 케이팝 열풍인 것과 달리 중국에서는 몇 년 새 한국 문학, 긴 포맷의 영상 프로그램 등 세대 공통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제시하는 장르에 환호하고 있다. 이번 <뿅뿅 지구오락실>의 팝업스토어도 프로그램을 시청한 사람만이 소비할 수 있는 캐릭터와 공간이었다는 점에서 시사점을 제공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도우반(豆瓣), https://movie.douban.com/subject/35904193/ - 《澎湃新闻》 (2025. 1. 19). 打破“次元壁”:二次元文化业态提升上海商业活力, https://m.thepaper.cn/newsDetail_forward_29872813 - 《新民晚报》 (2025.1.13). 文旅商体展融合促销费 5 | 二次元主题商圈成为文化消费新亮点, https://export.shobserver.com/baijiahao/html/840937.html - 《商策网》 (2025.7.6). 商业空间变身记:从快闪店到品牌馆,一场“策展革命”, https://baijiahao.baidu.com/s?id=1836900751909871919&wfr=spider&for=pc&searchword=%E8%B5%A2%E5%95%86%E7%BD%91%E4%B8%93%E9%A2%98%E3%80%8A%E5%BF%AB%E9%97%AA%E5%BA%97%E5%A6%82%E4%BD%95%E9%87%8D%E5%A1%91%E4%B8%8A%E6%B5%B7%E5%95%86%E4%B8%9A%E6%A0%BC%E5%B1%80%E3%80%8B - 샤오홍슈 계정(@狗毛), http://xhslink.com/n/8dA9Nqp5eUu - 샤오홍슈 계정(@格雷丝), http://xhslink.com/n/6DKhTIkvdiG - 필립 코틀러, 허마원 카타자야, 이완 세티아완 (2024). 『필립 코틀러 마켓 6.0』. 출판지: 더 퀘스트.
성명 : 김근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상해)/상해 통신원] 약력 : 복단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 석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