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머노 하우스 '눈치', 한국-헝가리 현대 사진전 리뷰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유서 깊은 사진 전문 갤러리 마이 머노 하우스(Mai Manó Ház)에서 지난 8월 30일 개최한 '한국-헝가리 현대 사진전'이 10월 5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전시는 충북문화재단과 주헝가리한국문화원의 공동 주최로 한국의 예술 곳간과 헝가리의 마이 머노 하우스가 2년간 공동 기획한 사진전이다. 전시의 시각적 상징인 ‘뫼비우스의 띠’처럼 한국과 헝가리, 동양과 서양, 개인과 사회를 잇는 끊임없는 연결과 교류를 사진이라는 매체로 풀어냈다. 전시는 한국 작가 5인이 참여한 '눈치 - 침묵의 힘(The Nunchi - The Power of Silence)'과 헝가리 작가 2인이 참여한 '한국 어딘가에서(Somewhere in Korea)' 두 개의 독립적인 전시가 하나의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는 독특한 방식으로 구성됐다. <눈치>, 사진으로 번역된 한국의 문화 코드 전시의 한 축인 '눈치 – 침묵의 힘(The Nunchi – The Power of Silence)'은 번역 불가능한 한국의 고유한 문화 코드인 ‘눈치(Nunchi)’를 주제로 삼았다. 졸탄 몰나르(Zoltán Molnár) 큐레이터는 눈치를 '타인의 감정과 생각을 말없이 이해하는 직관적 민감성'으로 정의하며 이것이 공동체의 조화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의 근간을 이룬다고 설명했다. 헝가리 문화 전문 매체 《위 러브 부다페스트(We Love Budapest)》 역시 이 개념에 주목하며 눈치를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조율하는 능력'이자 '사소한 신호와 공감을 통해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는 사고방식'이라고 소개했다. 전시에 참여한 박병문, 장종운 작가의 사진은 이러한 ‘눈치’가 작동하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게 포착했다. 장종운 작가가 군 복무 시절 촬영한 사진이나 박병문 작가의 탄광 여성 노동자들의 모습은 거대한 사회 구조 속에서 개인이 겪는 미묘한 긴장과 존엄성을 보여준다. 한편 김미경, 문상욱, 한희준 작가의 작품은 ‘눈치’의 개념을 자연으로 확장했다. 이들은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을 인식하는 ‘생태학적 눈치’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물결과 구름의 움직임을 통해 변화의 불변성이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던졌다.

< '한국-헝가리 현대사진전' 포스터 - 출처: 마이 머노 하우스(Mai Manó Ház) 홈페이지 >
헝가리인의 렌즈에 담긴 남과 북 전시 '눈치'와 마주하며 또 다른 대화를 만들어낸 것은 헝가리 작가들의 시선으로 본 한반도의 모습 '한국 어딘가에서(Somewhere in Korea)' 였다. 이 전시는 헝가리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 임레 벤쾨(Imre Benkő)와 그의 제자인 큐레이터 졸탄 몰나르(Zoltán Molnár)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임레 벤쾨(Imre Benkő)는 1980년대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해 평양의 일상을 기록했다. 그의 흑백 사진 속에는 엄격한 통제와 감시 속에서도 드러나는 북한 주민들의 평범한 삶의 순간들이 담겨있다. 헝가리 온라인 매거진 《오코쉬 히르(Okos Hír)》는 이를 '독재 정권의 외형 너머 일상의 세계를 엿보게 하는 기록'이라고 평하며 20세기 공산 독재를 경험한 헝가리의 역사적 경험과 깊이 공명한다고 분석했다. 이로부터 40여 년의 시간이 흐른 2023년, 그의 제자 졸탄 몰나르(Zoltán Molnár)는 남한의 오늘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의 사진은 전통과 첨단 기술이 공존하는 역동적인 한국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며 임레 벤쾨(Imre Benkő)의 북한 사진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오코쉬 히르(Okos Hír)》는 이 두 사진가의 작업이 '서로 다른 두 세계 사이에 숨겨진 연결고리를 탐색하고 분단된 한반도를 개인적이고 친숙한 공간으로 만들어준다'라고 분석했다.

< 임레 벤쾨 / 평양, 북한, 1984 - 출처: 'We Love Budapest' >
시선의 교차, 서로를 비추는 거울 이번 '한국-헝가리 현대 사진전'은 단순히 양국의 사진을 나란히 보여주는 것을 넘어 서로의 시선을 교차시키며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한국 작가들은 ‘눈치’라는 매우 내밀한 자화상을 통해 보편적인 인간 조건과 사회적 관계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냈다. 반면 헝가리 작가들은 남과 북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프레임을 통해 한반도의 어제와 오늘을 조명하며 그 안에서 보편적인 인간성을 찾으려 했다. 한국 작가들이 자신들의 일상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려 했다면 헝가리 작가들은 여전히 한반도를 '분단'이라는 역사적, 정치적 맥락 안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시선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이 차이는 이번 전시를 통해 양국이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는지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이라는 ‘사실성’을 담보로 한 시각 언어를 통해 시작된 이 진솔한 대화가 앞으로 양국 간의 더 깊은 문화적 이해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마이 머노 하우스(Mai ManóHáz), https://www.maimano.hu/kiallitasaink/aktualis-kiallitasok-mai-mano-haz, https://www.maimano.hu/programok/kiallitas---nunchi---a-csend-hatalma -《Okos Hír》 (2025. 9. 15.). A Mai Manó Házmagyar fotósok Észak- és Dél-Koreáról készült kiállításait mutatja be, https://www.okoshir.hu/2025/09/15/a-mai-mano-haz-magyar-fotosok-eszak-es-del-korearol-keszult-kiallitasait-mutatja-be/ - 《HVG》 (2025. 9. 21.). Pedáns rend a lakásbanés a kamerába rendíthetetlenül mosolygó arcok – Észak-Korea közelnézetből, https://hvg.hu/360/20250921_hvg-a-ket-korea-kozos-gyokerek-mai-mano-haz-kiallitas-fotok - 《We Love Budapest》 (2025. 9. 5.). Ahol a csendbeszél – A két Korea különös világa a Mai Manó Ház fotókiállításán, https://welovebudapest.com/cikk/2025/09/05/nunchi-a-csend-hatalma-valahol-koreaban-mai-mano-haz-koreai-kiallitasok/
성명 : 유희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헝가리/부다페스트 통신원] 약력 : 『한국 영화 속 주변부 여성과 미시 권력』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