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중국 북경에서는 아시아 어린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동화를 통해 우정을 나누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바로 '2025 한·일·중 어린이 동화 교류 대회'다. 올해로 제19회를 맞이한 이번 행사는 19일부터 25일까지 이어졌다. 통신원은 그중 22일, 아이들이 직접 그림책을 만들고 있는 현장을 찾았다.
< 북경 송경령 청소년 과학문화교류센터 전경 - 출처: 통신원 촬영 >
북경 송경령 청소년 과학문화교류센터(中国宋庆龄青少年科技文化交流中心)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행사장 앞 커다란 홍보 패널이었다. 패널에는 '2025 한·일·중 어린이 동화 교류 대회'라는 문구와 함께 아이들이 작은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번 대회의 주제인 '배(船)'처럼 세 나라 어린이들이 함께 나아가는 여정을 상징하는 듯했다. 센터 앞 광장은 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이미 분주했다. 단체복을 맞춰 입은 어린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며 대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긴장과 설렘이 동시에 묻어났다.
< 북경에서 펼쳐질 동화의 여정, 아이들을 맞이하는 행사 포스터 - 출처: 통신원 촬영 >
실내로 들어서자 커다란 홀 안에는 수십 개의 테이블이 빼곡히 놓여 있었다. 통신원이 도착했을 때는 점심시간이 막 끝난 시각으로 14시에 시작될 프로그램 '이야기를 생각하다'를 앞두고 어린이들이 자리를 잡으며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늘색 단체 티셔츠를 맞춰 입은 3개국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어울려 앉아 있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있었지만 웃음과 눈빛은 이미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그렇게 화사해진 행사장 안에는 곧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가 뒤섞여 흘러나왔고 아이들의 얼굴에는 국적을 넘어선 공통된 웃음이 번지고 있었다.
< 연필 끝에서 피어나는 상상, 그림책 이야기를 구상하는 4-B팀 어린이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날의 핵심은 '배'를 주제로 한 그림책 창작이었다. 필자가 지켜본 2-A조 테이블에서는 한·일·중 어린이들이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메모를 적어가며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한 아이가 그림을 그려 보이면 다른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디어를 덧붙였다. 또 어떤 아이는 자신이 쓴 짧은 문장을 옆 친구에게 보여주며 설명했고 이를 본 아이들이 웃으며 반응했다. 언어가 달라도 아이들은 그림과 손짓, 표정으로 충분히 소통했고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테이블마다 통역 교사가 함께 앉아 3개국 학생들의 대화를 도왔다. 덕분에 아이들은 더 자신 있게 생각을 표현할 수 있었다. 어떤 곳은 조용히 스케치에 몰두했고 또 다른 곳은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가득했다. 공통적으로 느껴진 점은 아이들이 정말 '작은 작가'가 된 듯이 몰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 웃음과 상상력으로 가득 찬 2-A팀, 작은 작가들이 펼치는 이야기의 바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행사장을 가득 메운 아이들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다채로웠다. 곳곳에서 아이들이 활기를 불어넣었고, 지도교사들은 대화를 도와주거나 조용히 지켜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통신원이 잠시 옆 테이블에 다가가 "이야기 재미있니?"라고 묻자 중국 어린이 한 명이 수줍게 "네, 같이 만들면 더 신나요."라고 답했다. 짧지만 순수한 대답 속에서 이번 교류의 의미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날의 경험은 단순한 문화 체험이 아니었다.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협력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였다. 아이들은 낯선 친구들과 그림책을 기획하며 웃음과 손짓으로 서로를 이해했다. 이 경험은 하루의 추억을 넘어 앞으로의 성장 과정 속에서도 오래 기억될 소중한 순간이 될 것이다. '2025 한·일·중 어린이 동화 교류 대회'는 2002년 시작해 올해로 제19회를 맞았다. 세 나라 청소년 문화 교류의 대표적 행사로 자리 잡은 이 대회는 2026년 2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올해의 경험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미래로 이어질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 특히 8월 22일 북경 송경령 청소년 과학문화교류센터에서 만난 아이들의 웃음과 목소리는 국경을 넘어 우정을 이어주는 가장 값진 선물이었다. 언어가 달라도, 국적이 달라도, 아이들은 동화라는 하나의 언어로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됐다. 세 나라 어린이들이 마음을 열고 함께 꿈을 그려낸, 살아 있는 동화였다. 그것은 곧 우정의 항해이자 미래 세대 간의 다리를 놓는 소중한 과정이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中国妇女报》(2025. 8. 29).“中韩日儿童童话交流活动2025”举行, https://baijiahao.baidu.com/s?id=1841733795685985521&wfr=spider&for=pc - 전라남도교육청 홈페이지, https://www.jne.go.kr/main/main.do
성명 : 최현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북경)/북경 통신원] 약력 : 북경어언대학교 문학박사, Chengdu Yudi Technology Co., Ltd.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