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실명과 시력 장애 및 시각 손상 재활의 국제적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세계 시력의 날(World Sight Day)’이다. ‘세계 시력의 날’은 1999년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실명예방협회(IAPB)가 시작한 <비전 2020: 더 라이트 투 사이트(VISION 2020: The Right to Sight)>와 2000년 라이온스 클럽 국제재단(LCIF) 전개한 캠페인이 통합되면서 시작됐다. <비전 2020(VISION 2020)>은 급격히 증가하는 시각 장애 및 실명 예방을 목표로 시작됐으며, 2020년까지 안과 질환 관리, 관련 인적 자원 개발, 의료 체계 강화의 세 가지 주요 과제로 ‘피할 수 있는 실명’의 예방을 목표로 한다. 현재 매년 10월 둘째 목요일을 ‘세계 시력의 날’로 기념하고 있으며 국제 실명 예방 협회가 매년 주제를 선정하고 자료를 제작하면 각국 관련 단체들이 이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2025년 주제는 ‘눈을 사랑하세요(Love Your Eyes)’로 모든 사람이 언제 어디서나 접근 가능하고 저렴하게 안과 진료를 받게 될 수 있는 것을 강조한다. 전 세계 약 22억 명이 근거리 또는 원거리 시각 장애를 겪고 있으며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약 11억 명이 치료받지 못했거나 예방 가능한 시각 장애로 고통을 받고 있다. 또한 전 세계 인구 중 4,300만 명이 실명 상태이고 2억 9,500만 명이 중증 시각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 이들 중 77%는 치료 가능하거나 예방 가능하며 시력 상실로 인한 생산성 손실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580조 원(약 4,110억 달러)으로 추정된다. 2018년 '필리핀 안과 질환 연구(Philippine Eye Disease Study, PEDS)'에 따르면 필리핀 인구 1%에 해당하는 118만 명이 백내장 환자이며, 이 중 39만 명은 긴급 수술이 필요한 상태다. 백내장 외에도 굴절 이상 약 40만 명, 녹내장 약 30만 명, 황반 변성과 당뇨망막 병증 약 20만 명 등 다양한 안과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있으며, 진단되지 않은 상태로 방치된 사람까지 합하면 400만 명을 넘는다. 대다수 시각 장애인은 빈곤선 이하 생활 수준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이들 다수는 도시가 아닌 농촌 지역에 집중되어 있어 치료 접근성도 낮다. 필리핀 전체 안과 전문의들은 대부분이 도시에 활동이 집중되어 있어 농촌 지역 주민은 전문 진료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 세계 시력의 날 홍보물 - 출처: 바탄종합병원 홈페이지 >
필리핀 정부 역시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어 눈 건강 증진과 예방 가능한 실명 퇴치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2019년 보편적 건강관리법(UHC Act)을 통해 포괄적 안과 서비스 제공과 지역 보건 시스템 내 통합, 녹내장·당뇨망막 병증 등 신규 질환 대응을 목표로 정책을 수립했으나,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인해 시행이 지연됐다. 이에 민간과 협력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 필리핀 보건부(DOH)는 ‘직장에서 눈을 사랑하세요(Love Your Eyes at Work)’ 인포그래픽을 전국 공공 병원에 배포해 눈 건강을 강조했고, 안과 관련 보건 워크숍을 7개 지방에서 개최하는 등 지역 보건 계획 수립에 노력하고 있다. 내무 지방 자치부(DILG)는 ‘세계 시력의 날’을 지방 정부 행사 달력에 반영하도록 지침을 내렸으며 농·어촌 주민을 위한 이동형 안과 검진 버스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부(DepEd)는 교사 대상 눈 건강 워크숍을 열어 눈 건강에 문제가 있는 학생을 조기 발견 위해 노력하고 있다. 라이온스클럽 국제 지구 '301-B2'는 노년층과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무료 검진 및 심포지엄을 진행하며, 필리핀 안과 학회(PAO)는 고위험군 조기 발견을 위한 이동 클리닉 운영과 안경 지원 프로그램 등을 확대했다. 한국 정부 및 민간 차원에서의 필리핀 눈 건강 지원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국 국제협력단(KOICA)는 2024년 9월 비사야 지방에 보건소 8곳을 신축 및 증축하고 이동형 검사 버스를 포함한 안과 장비를 기증했다. 또한 올해 4월부터 해당 지역 보건소에 추가로 이동형 안과 검사 버스를 배치하고 보건소 영양사·의료 인력 대상 눈 건강 관련 교육을 실시했다. 한국 국제 보건 의료재단(KOFIH)은 실로암 안과 병원과 함께 마닐라 톤도 지역 메리 존스톤 병원(Mary Johnston Hospital)에 안과 클리닉을 개소하고 한국 의료진 초청 연수와 첨단 장비 기증을 통해 현지 수술 역량 향상에 힘을 쏟았다. 필리핀 눈 건강 개선을 위한 활동 관련하여 실로암 안과 병원은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실로암 안과 병원은 2014년부터 메리 존스톤 병원에 의료진을 파견하기 시작했으며, 2024년에 1,200건, 그리고 올해 들어 9월까지는 1,400건에 달하는 무료 수술을 지원하는 등 필리핀 눈 건강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과 필리핀은 2024년 10월 체결된 전략적 파트너십 공동 선언에서 디지털 헬스, 감염병 통제·예방, 백신 기술 개발 등을 핵심 과제로 삼아 보건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러한 틀 위에서 눈 건강 분야에서도 양국 간 협력이 계속될 전망이다. 필리핀 의료 관광 시장에서 한국은 미국·중국·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요 동반자로 자리매김했으며 전통 의학 해외 진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필리핀에 한의원이 설립되기도 했다. 아울러 아세안-한국 보건 협력 플랫폼을 통해 팬데믹 대응, 디지털 헬스케어, 보편적 건강 보장을 위한 다층 협력 체계가 구축됐다. 이 같은 협력 기반 위에서 눈 건강 지원 사업은 단순 개발 원조를 넘어 양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보건 외교 모범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 한류 콘텐츠와 한국 의료 결합은 필리핀 내 한국 의료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크게 높인 것으로 평가되며 이는 필리핀 눈 건강 개선은 물론 한국 글로벌 보건 리더십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Sunstar》 (2015. 8. 24). Sights saving month: Vision 2020, https://www.sunstar.com.ph/more-articles/sights-saving-month-vision-2020 - 《Inquirer》 (2022. 8. 26). Sight Saving Month: Finding light in darkness, https://newsinfo.inquirer.net/1653791/sight-saving-month-finding-light-in-darkness - 《Biospectrum Asia》 (2025. 5. 19). Korea steps up support for expanding traditional medicine overseas, https://www.biospectrumasia.com/news/51/26053/korea-steps-up-support-for-expanding-traditional-medicine-overseas.html - 필리핀 바탄종합병원 홈페이지, https://bataanghmc.doh.gov.ph/2nd-thursday-of-october-is-world-sight-day/?appgw_azwaf_jsc=cJBIIpq2wLBXVM-89U0LeMuztbDAk-j68xYl8nWNcOk - 실로암 안과 병원 홈페이지, http://kimsuntae.kr/en/free-eye-surgery-its-now-offered-abroad-presbyterian-church-korea-world-2/
성명 : 조상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필리핀/앙헬레스 통신원] 약력 : 필리핀 중부루손 한인회 부회장/미디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