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 둘째 주 목요일은 '세계 눈의 날(World Sight Day)'이다. 1999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시각 장애 인식을 높이고 눈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이날을 제정했다. 올해 '세계 눈의 날'은 10월 9일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통신원 역시 우연히 행사 소식을 듣고 알게 됐다. 페낭주에서 대표 비영리단체인 ' 니콜라스의 집 페낭(St. Nicholas’ Home Penang)'이 이날을 맞이해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성 니콜라스의 집은 1926년 설립된 비영리 기관으로 1931년 말레이시아 믈라카에서 페낭으로 이전해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1941년 말레이시아 최초로 장애 아동 유치원을 세웠으며 1960년대에는 시각장애인 학생의 일반학교 통합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등 장애 학생들의 교육 기회를 확대해왔다. 현재는 시각장애인의 자립과 직업 역량 개발을 지원하며 시각장애인 카페를 운영 중이다. 올해 성 니콜라스의 집은 비장애인들이 시각장애인의 일상을 체험하며 공감할 수 있도록 눈을 가리고 길을 걷는 시각장애 체험과 시각장애인과 함께 걷는 자선 걷기대회 등을 진행했다. 또한 지역 의료기관과 협력해 무료 시력검사, 눈 건강 상담, 어린이를 위한 색칠 대회와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했다.

< 성 니콜라스의 집(좌), 시각장애 체험 행사(우) - 출처: 통신원 촬영 >
'세계 눈의 날' 행사는 페낭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북부 지역인 페락주(Perak)에서도 열렸다. 지난 9월 21일 말레이시아 의사협회 페락 지부(Medik Malaysian Association Perak Branch, MMA Perak)와 페락 국립병원(Hospital Raja Permaisuri Bainun)은 공동으로 ‘실명 예방 걷기(Walk Against Blindness)’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지역 사회의 시력 보호 의식을 높이고 실명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취지로 기획됐다. 또한 무료 시력검사, 줌바댄스 등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됐다. '페낭주'가 비영리단체를 주축으로 세계 눈의 날 행사를 운영했다면 '페락주'는 노인 인구가 말레이시아 중 가장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눈 건강 관리의 필요성을 환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 페락에서 진행된 실명 예방 걷기 행사 – 출처: ‘World Sight Day Perak 2025’ 인스타그램 계정(@worldsightdayperak2025) >
말레이시아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가지는 일상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비교적 자주 마주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는 세계 최초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스타벅스 사이닝 스토어(Signing Store)가 운영된 나라다. 이는 미국 본사보다 먼저 시작된 것으로 현재 쿠알라룸푸르와 페낭점이 운영 중이다. 매장에서는 고객의 주문을 돕기 위해 수어 카드를 제공하며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자연스러운 소통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말레이시아에는 2012년부터 운영 중인 ‘어둠 속의 대화(Dialogue in the Dark, DID)’ 전시가 있다. 이 전시는 시각 장애인 안내자가 완전한 어둠 속에서 관람객을 인도하며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세상을 체험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독일에서 1988년 처음 시작된 이 체험은 2012년 시각장애인 사회적 기업가 스티븐스 찬(Stevens Chan)이 쿠알라룸푸르에서 도입했으며 현재까지 ‘모두를 포용하는 대화(Dialogue Includes All)’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 말레이시아 스타벅스 사이닝 스토어에서 제공한 수어 카드 - 출처: 통신원 촬영 >
말레이시아는 흔히 다문화·다민족 국가로 잘 알려져 있다. 다양한 종교와 민족이 공존하는 사회 속에서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CSR)을 통해 소외계층을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말레이시아는 2016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태양광 패널 설치 및 전기 지원 사업을 진행했고, 코웨이 말레이시아는 2017년부터 원주민 지역에 정수기와 식량을 지원하는 사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세계 눈의 날(World Sight Day)'과 같은 국제적 행사에서 시각장애인과 지역 시민을 위한 프로그램 지원으로 활동의 폭을 넓힐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행사는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커뮤니티 중심의 축제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한식 부스를 운영하거나 한국어를 수어로 소개하는 체험 부스, 혹은 행사 후원과 같은 방식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이러한 참여를 통해 한국 역시 말레이시아 공동체 안에서 함께하는 포용적 국가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일상 속에서 형성되는 이러한 포용의 이미지는 한류가 더욱 확장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Buletin Malaysia≫ (2025. 9. 26). St Nicholas’ Home to mark World Sight Day 2025 with free screenings and activities, https://www.buletinmutiara.com/st-nicholas-home-to-mark-world-sight-day-2025-with-free-screenings-and-activities/ - Chong, Y. S., & Teh, Y. Y. (2024). Dialogue in the dark Malaysia: reimagining an inclusive society through social innovation. ≪The Case Journal≫, 20(5), 1259-1278. https://doi.org/10.1108/TCJ-12-2023-0260 - Jamaluddin J, Mohamed Kamel M (January 01, 2024). Underprescription of Fibrate Among Patients With Diabetic Retinopathy in Perak, Malaysia. ≪Cureus≫ 16(1): e51434. https://www.cureus.com/articles/197770-underprescription-of-fibrate-among-patients-with-diabetic-retinopathy-in-perak-malaysia#!/ - ≪Ummi Around Malaysia≫ (2023. 11. 27). Dialogue in the Dark, Malaysia – A Glimpse Into a Life Without Light, https://ummiaroundmalaysia.com/dialogue-in-the-dark/ - ≪The Star≫ (2022. 10. 13). Dr Noor Hisham: Prevalence of blindness is 1.2% of the country's population, https://www.thestar.com.my/news/nation/2022/10/13/dr-noor-hisham-prevalence-of-blindness-is-12-of-country039s-population#goog_rewarded - World Sight Day Perak 2025 인스타그램 계정(@worldsightdayperak2025) - 성 니콜라스의 집 페낭 페이스북 계정(@stnicholaspenang) - Dialogue Includes All 홈페이지, https://www.diadiscover.com/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USM(Universiti Sains Malaysia) 전략적 인적자원관리(SHRM)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