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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로마 중세 탑 붕괴, 문화재 보존의 경각심

2025-12-04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로마의 중심, 고대의 영광과 중세의 흔적이 공존하는 거리에서 또 하나의 경고음이 울렸다. 2025년 11월 3일 오전, 포로 로마노와 콜로세움 사이, 라르고 코라도 리치 거리(Largo Corrado Ricci)에 위치한 중세의 탑 ‘토레 데이 콘티(Torre dei Conti)’가 보수공사 중 일부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단순한 현장 사고가 아니라, 이탈리아가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내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탈리아 로마 콘티 탑이 보수 공사 중 무너진 사고 현장

< 이탈리아 로마 콘티 탑이 보수 공사 중 무너진 사고 현장 - 출처: Ansa Italia >

이 탑은 중세 로마 귀족 가문인 콘티(Conti) 가문이 세운 건축물로, 13세기 초에 건립된 이후 로마의 '타워 하우스' 양식을 대표해왔다. 당시 권력의 상징이었던 탑은 오랜 세월을 견뎌내며 로마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그 시대의 건축미와 역사를 전해왔다. 하지만 2025년 11월 3일 오전 11시 30분경, 외벽 일부가 붕괴된 데 이어 약 한 시간 후 내부 계단과 상부 구조물이 추가로 무너졌다. 이탈리아 일간지 『La Repubblica』 에 따르면 당시 현장은 약 690만 유로 규모의 '카푸트 문디(Caput Mundi)' 프로젝트, 즉 유럽 연합의 회복 기금(PNRR, Piano Nazionale di Ripresa e Resilienza) 지원을 받아 복원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이 사업은 로마의 주요 역사 유적을 보존·활성화하기 위한 국가적 사업으로 주목받았지만 이번 붕괴로 인해 그 의미가 크게 퇴색했다. 

사고는 노후 문화유산의 복원 과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위험한 과제인지를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수 세기 동안 풍화와 구조적 손상을 겪은 유산은 단순한 보수가 아니라 세심한 공학적 판단과 장기적 관리가 필요하다. 복원은 단순히 외관을 되살리는 행위가 아니라 그 건축물의 생명력을 지켜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복원 현장에서 구조 붕괴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복원이 때로는 새로운 위험을 내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탈리아 문화부(Ministero della Cultura)와 시민 보호청(Dipartimento della Protezione Civile)은 이미 문화재와 재난 관리의 교차점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왔다. 2025년 1월에는 '문화재와 자연재해: 보호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라는 주제로 열린 회의에서 문화재 관리 체계의 현대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문화부는 2025년 10월, 전국 다섯 개 주를 대상으로 대규모 문화유산 보존사업인 '그란디 프로제티(Grandi Progetti)'를 발표하고 약 1,500만 유로를 배정했다. 이 중 로마 지역에는 650만 유로가 투입될 예정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확장하는 의미가 있지만, 여전히 현장의 안전 관리 문제는 제도적 틀 안에서 충분히 다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가 PNRR 연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은 정부의 감독 체계에 대한 비판을 불러왔다. PNRR은 문화유산의 복원과 재활성화를 위한 이탈리아 최대 규모의 공공투자 사업으로, 총 6억 유로 이상의 재원이 투입되고 있다. 그러나 재정 투입이 안전 확보로 자동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붕괴는 막대한 예산과 행정적 지원이 존재하더라도 현장의 세밀한 구조 점검과 위험 평가가 동반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보존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사고 직후 로마시 당국은 모든 복원 작업을 즉시 중단시키고 구조 안전성 검증 및 현장 감사에 착수했다. 동시에 문화부는 복원 작업의 안전 관리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대응은 빠르게 이뤄졌지만 문화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복원 사업 그 자체가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자리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불운이 아니라 오랜 역사 속에서 축적된 문화유산이 얼마나 세심한 관리와 보존 노력을 필요로 하는지를 보여준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미 PNRR 연계 대규모 복원 사업과 '그란디 프로제티' 사업을 통해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재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으며, 문화재 복원 과정에서 구조적 안전성과 장기적 유지관리까지 고려하는 시스템을 점차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과거 유산을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현대 도시 속에서 안전하게 역사적 가치를 전승하기 위한 체계적 접근이다. 한국 역시 유구한 전통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탈리아가 시행하고 있는 체계적 보존·복원 전략과 현장 관리 방식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은 자국의 문화재 관리와 복원 정책을 보다 체계적이고 안전하게 설계하는 데 참고할 수 있으며 두 나라가 공유하는 역사적 자산의 가치를 지키는 지혜를 함께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Ansa Italia≫ (2025. 11. 03). Crolla parte Torre dei Conti al centro di Roma, 
https://buly.kr/3YEZwEO
- ≪Di Roma≫ (2025. 11. 03). A Roma crolla parte dell’antica Torre dei Conti oggetto di un intervento con fondi PNRR, 
un operaio muore dopo 11 ore necessarie a estrarlo dalle macerie, 
https://buly.kr/EzjphI7
- ≪La Repubblica≫ (2025. 11. 03). Torre dei Conti, il crollo durante la ristrutturazione con i fondi del Pnrr,
https://buly.kr/FsJcbOK
- ≪Protezione Civile≫ (2025. 01. 14). Beni culturali e catastrofi naturali: idee per la tutela, 
https://www.protezionecivile.gov.it/en/comunicato-stampa/beni-culturali-e-catastrofi-naturali-idee-la-tutela-0/
- ≪Roma Tommorrow≫ (2025. 11. 03). Crollo alla Torre dei Conti: stop ai lavori del progetto Caput Mundi, 
https://buly.kr/2qZY14i

통신원 정보

성명 : 백현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탈리아/피사 통신원]
약력 : 이탈리아 씨어터 노 씨어터(Theatre No Theatre) 창립 멤버, 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