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5일 자 《코리에레 델라 세라(Corriere della Sera)》에 <한국인 노벨상 작가 한강: 기억은 우리의 죽은 자들을 구한다>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일간지이자 유럽 언론계에서 가장 높은 영향력을 지닌 《코리에레 델라 세라》가 한국 작가 한강과의 장문의 인터뷰를 실었다는 사실은, 한국 문학이 현재 이탈리아 문화 지형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1876년 창간된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신문으로 정치·경제·문화 전반에 걸쳐 이탈리아 여론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매체다. 특히 문화면은 유럽 문학계의 흐름을 진단하고 주요 작가들을 소개하는 권위 있는 지면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곳에 한강이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 문학이 이탈리아의 중심적 문화 담론 속에서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 이탈리아 대표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가 한강 작가를 인터뷰 했다 - 출처: 코리에레 델라 세라(Corriere della Sera) >
인터뷰는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한강의 문학 세계와 사유의 깊이를 탐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한강을 단순한 ‘한국 작가’가 아닌 기억과 상실, 폭력과 치유라는 보편적 질문을 다루는 '세계 문학의 주요 목소리'로 다루었다. 특히 기사 제목으로 선택된 '기억은 우리 죽은 자를 구한다'라는 문장은 한강이 여러 작품에서 천착해온 핵심 주제이자 인터뷰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로 자리한다. 기자는 그녀의 대표작 『하얀 책』과 그 밖의 작품들을 언급하며, 한강이 문학을 통해 잃어버린 존재와의 관계를 다시 쓰고, 사라진 목소리를 기억 속으로 되돌리는 과정을 깊이 있게 묘사한다.《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또 한강의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몸'의 개념에도 주목한다. 인터뷰에서 한강은 몸을 감각과 기억을 저장하는 그릇으로 보며, 개인적‧역사적 상처를 재구성하는 중요한 매개라고 설명한다. 이는 그녀의 소설들이 단순히 서사적 구조를 넘어 감각적이고 물리적인 층위를 지닌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기자는 이러한 문학적 접근이 이탈리아 독자에게도 강한 울림을 준다고 분석하며, 그녀의 작품이 한국적 맥락을 넘어서 보편적 의미를 획득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인터뷰의 상당 부분은 한국 사회의 역사적 비극과 개인적 고통을 문학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 대한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한강은 한국 현대사에서 공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죽음, 기록되지 않은 상처들을 언급하며 자신이 글쓰기 통해 그들의 자리와 의미를 복원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이러한 한강의 시도를 '문학적 애도'이자 '사회적 기억 회복'으로 읽어내며, 문학이 역사적 트라우마와 사회적 침묵을 드러내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흥미로운 점은 인터뷰 후반에 한강이 한국 문화의 국제적 확산, 즉 한류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이다. 그녀는 한국 음악, 영화, 드라마 등이 전 세계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감정과 열정이 결합된 독특한 문화적 에너지라고 말한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이 발언을 통해 한국 문학이 케이팝이나 한국 영화처럼 '대중적 한류'와는 다른 층위에서 세계 문화와 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려 한다. 즉, 한강의 목소리는 한국 문화의 또 다른 얼굴이며, 그 폭과 깊이를 이탈리아 독자에게 전달하는 하나의 창이 되는 셈이다. 이 인터뷰가 가진 의미는 단순히 노벨 수상 작가의 발언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선다. 이는 한국 문학이 이탈리아 문화계에서 단단한 독자층과 비평적 관심을 확보하고 있다는 신호이며, 한국과 이탈리아 간 문화 교류의 범위가 대중문화에서 문학·예술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깊은 함의를 지닌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가 행사 정보를 덧붙이며 한강의 밀라노 방문을 소개한 것 역시, 그녀가 이탈리아 독자와 직접 만나 대화하는 자리를 적극적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결국 《코리에레 델라 세라》의 이번 인터뷰는 한국 문학을 세계문학의 중심부로 끌어올린 한강의 위상과, 한국 예술 전반이 이탈리아에서 어떻게 자리 잡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기억, 폭력, 몸, 영성이라는 한강의 문학적 키워드는 이제 한국을 넘어, 유럽의 독자들에게도 깊고 지속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인터뷰는 그 질문의 울림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준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Corriere della Sera》,(2025. 11. 05). ‘La Nobel coreana Han Kang: «La memoria salva i nostri morti»’, https://buly.kr/Eop7H8q
성명 : 백현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탈리아/피사 통신원] 약력 : 이탈리아 씨어터 노 씨어터(Theatre No Theatre) 창립 멤버, 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