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8일, 스웨덴에서 스포티파이(Spotify)가 앱 내 오디오북 서비스를 공식 출시하며 스웨덴 문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음악 스트리밍 세계의 절대 강자로 성장한데 이어 팟캐스트 시장에서도 거대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스포티파이는 이제 스웨덴의 스토리텔(Storytel), 북비트(Bookbeat), 넥스토리(Nextory)등 기존 오디오북 서비스 기업과 정면 승부에 나선 셈이다. 발표 직후 스토리텔 주가는 스웨덴 증시에서 급격히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방대한 음악·팟캐스트 구독자를 보유한 스포티파이가 시장에 뛰어들면서 기존 오디오북 플랫폼들이 생존 경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스포티파이의 오디오북 홍보 - 사진 출처: '스베리예스 텔레비시온(SVT)' >
스포티파이는 2023년 미국, 호주, 영국에서 먼저 오디오북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이번에 노르웨이를 제외한 북유럽 국가에도 서비스를 확장했다. 미국과 영국이 가장 큰 시장이었기 때문에 먼저 시작했지만, 스포티파이는 북유럽 출시를 오랫동안 준비해왔고 이를 통해 더 넓은 독자층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스포티파이는 출시 시점부터 30만 권의 오디오북을 제공하며, 그중 6만 권은 북유럽 언어로 서비스된다. 정확한 스웨덴어 콘텐츠 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형 출판사 노르스테즈(Norstedts)와 보니어스(Bonniers)가 이미 스포티파이와 계약을 체결해 도서 제공에 참여한다. 현재 프리미엄 구독자에게는 월 12시간의 청취가 포함되고, 추가 청취 시간은 별도로 구매하는 방식이다. 스포티파이는 이번 서비스 확장을 기존 시장과의 경쟁이라기보다 독서 경험의 확대라고 강조한다. 미국과 영국에서도 오디오북을 한 번도 이용해 보지 않았던 젊은 세대가 새롭게 유입되었고, 이를 통해 독서 습관이 약해진 독자층을 다시 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스포티파이 발표 직후 스토리텔 주가는 하루 동안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한 종목 중 하나가 되었으며, 주가는 거의 7% 떨어졌다. 스웨덴 출판계와 오디오북 시장은 스포티파이의 진입으로 또 한 번 재편의 흐름 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출판사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스웨덴 작가 협회(Författarförbundet)는 스포티파이의 오디오북 서비스가 가져올 보상 체계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협회 회장 안야 가투(Anja Gatu)는 이렇게 지적한다. "스트리밍 경제가 다른 분야에서 어떻게 작동해왔는지 우리는 이미 봤습니다. 이익을 가져간 것은 테크 기업이지, 콘텐츠 창작자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오디오북 시장에 새로운 사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환영하지만, 가격 인하를 중심으로 한 경쟁이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한다. "스토리텔에서는 월 229크로나만 내면 모든 문학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저렴할 수 있다는 건 누군가가 그 비용을 떠안고 있다는 뜻이고, 그 누군가는 바로 작가들입니다." 스포티파이는 아직 오디오북 보상 구조와 지급 수준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안야 가투는 "음악 스트리밍에서 스포티파이가 성장했을 때 이익을 얻은 건 뮤지션들이 아니었다"라고 지적한다. 한편, 스포티파이의 오디오북 시장 진입에 대해 주요 출판사들은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낸다. 호칸 루델스(Håkan Rudels) 보니어 북스(Bonnier Books)의 CEO는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든다. 한편으로는 우리 스트리밍 사업(Bookbeat)에는 조금 불리한 상황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출판사와 작가들에게는 매우 긍정적이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언제나 작가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둬왔다"라고 말한다. 과연 스웨덴 시장에서 북비트, 스토리텔, 넥스토리, 그리고 스포티파이 등의 오디오북 서비스는 공존할 수 있을까? 루델스는 "지금으로서는 판단하기 이르다. 다만 스웨덴과 핀란드 같은 시장의 양상은 유럽의 어느 다른 국가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라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진단했다. 흥미롭게도 스토리텔 내부에서는 오히려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클라우스 봄슬러-닐센(Klaus Bomsler-Nielsen) 스토리텔 그룹의 상업 총괄은 지난해 네덜란드에서의 사례를 언급하며 스포티파이의 오디오북 서비스 시장 진입이 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울 가능성을 언급했다. 스포티파이의 오디오북 출시 후 네덜란드 시장 규모가 확대됐고 그해 스토리텔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약 세 달 후면 스웨덴 시장의 흐름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스토리텔은 제한 없는 구독 모델을 통해 여전히 핵심 독서층을 확보하는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헬레나 구스타프손(Helena Gustafsson) 스토리텔 콘텐츠 총괄도 스포티파이의 진입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스토리텔은 노르스테즈, 린드 앤드 코(Lind & Co), 북파브리켄(Bokfabriken) 등 여러 출판사를 보유한 기업인 만큼, 다양한 플랫폼에서 작가의 작품이 독자와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우리 작가들이 존재하는 모든 서비스에서 독자에게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사업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SVT≫, (2025. 11. 18). Författarförbundets oro: Någon måste betala, https://www.svt.se/kultur/forfattarforbundets-oro-nagon-maste-betala - ≪SVT≫, (2025. 11. 19). Spotify börjar med ljudböcker i Sverige, https://www.svt.se/kultur/spotify-borjar-med-ljudbocker
성명 : 오수빈[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웨덴/스톡홀름 통신원] 약력 : 현) 프리랜서 번역가, 통역사, 공공기관 조사연구원 전) 재스웨덴한국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