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이징(Běijīng)에서는 다소 낯설지만 상징적인 논의가 공식 석상에 올랐다. '우주 데이터센터 건설 추진'이라는 낯선 이름의 이 구상은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인공지능(AI) 시대의 도시와 국가가 어떤 인프라(infra)를 상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반드시 땅 위에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이 논의는 베이징이 AI 경쟁에서의 다음 단계를 어디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 베이징의 국제과학기술혁신센터(国际科技创新中心)에서 진행한 '우주 데이터센터 건설 추진' 논의 중 장면 – 출처: 베이징 국제과학기술혁신센터(国际科技创新中心) 홈페이지 >
중국 측이 구상하는 우주 데이터센터는 지상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궤도에 연산 기능을 갖춘 위성들을 띄우는 것으로, 일부 계산 작업을 우주에서 처리하겠다는 개념이다. 여기서 말하는 '연산 위성'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통신 위성과는 달리, 데이터를 저장하고 계산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일종의 이동식 서버에 가깝다. 아직 대규모로 상용화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실험 위성을 통해 그 가능성을 검증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이러한 발상은 AI 기술의 발전이 불러온 현실적인 고민에서 비롯됐다. AI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연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이를 감당하기 위한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냉각 자원을 요구한다.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의 대도시에서는 인공지능 모델을 위한 전력 수급, 부지 확보, 환경 부담 문제가 현실적으로 점점 더 큰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은 이 한계를 ‘공간의 확장’이라는 방식으로 풀어보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기술적인 난제는 여전히 많다. 우주는 극저온 환경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방사선, 유지보수, 데이터 전송 지연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렇기에 이 구상은 현재로서 지상의 데이터센터를 대체하기보다는, 특정 연산이나 실험적인 활용을 염두에 둔 보완적 인프라에 가깝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이 이 논의를 정책 차원에서 공식화했다는 점은 다소 의미심장하다. 사실 이 배경에는 중국이 연산 능력을 일종의 전략 자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자리한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인공지능과 디지털 경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서 '연산력'을 강조해 왔다. 기존에는 지역 간 데이터센터를 분산 배치하는 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면, 최근에는 그 시야를 지상 밖으로까지 넓히고 있는 셈이다. 이는 기술 경쟁이 단순한 연구개발을 넘어서 인프라 설계의 단계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도시 전략 측면에서도 이 논의는 흥미롭다. 베이징은 과학기술 혁신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를 지향하며, 우주 산업과 인공지능 산업을 동시에 육성해 왔다. 그러므로 우주 데이터센터는 이 두 산업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는 상징적인 장치이다. 기술 인프라 자체가 도시의 미래 이미지를 구성하는 요소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문화·소비·역사를 자산으로 보고, 이를 중심으로 해 온 기존의 도시 브랜드 전략들과는 또 다른 방향이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국제 사회에 새로운 질문도 던진다. 우주 공간의 활용은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며 궤도 혼잡, 우주 환경 보호, 데이터 주권과 보안 등은 공동의 규범이 필요한 영역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인프라 경쟁이 자칫 새로운 불균형이나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논의와 협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베이징의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은 아직 '미래형 실험'의 단계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 논의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 자체뿐만 아니라 그 기술을 지탱하는 인프라를 얼마나 더 멀리, 얼마나 더 유연하게 상상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지상에서 시작된 연산 경쟁이 우주로까지 확장되는 이 흐름은 동아시아 도시와 국가들이 앞으로 다가올 인공지능 시대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지를 가늠하게 하는 하나의 단서가 되고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국제 과학 기술 혁신 센터(国际科技创新中心) (2025. 11. 28). 把大规模AI算力搬上太空,北京加速布局太空数据中心!, https://www.ncsti.gov.cn/kjdt/xwjj/202511/t20251128_23041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