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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네토네와 함께 맞는 이탈리아의 연말

2026-01-22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연말이 다가오면 전 세계 다양한 문화권에서 가지각색의 명절 음식들이 식탁 위를 채워진다. 한국에선 떡국이 새해를 여는 상징적인 음식이듯, 이탈리아에서 파네토네(Panettone)와 판도로(Pandoro)는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 이어지는 가족 문화의 중심에 자리한다. 이 두 가지 전통 과자는 이탈리아의 단순한 디저트를 넘어서 가족과 기억을 공유하는 문화적 코드이자 관계의 장치이다.

파네토네는 밀라노(Milano)에서 기원한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크리스마스 제과로, 밀가루·버터·설탕·계란·건과일과 천연 발효종인 리에비토 마드레(lievito madre)를 사용해 만든다. 이 빵의 핵심은 재료보다도 시간이다. 이탈리아 장인 제과를 소개하는 ≪아르티지아노 인 피에라(Artigiano in Fiera)≫에 따르면 정통 파네토네는 최소 48시간에서 길게는 72시간 이상에 걸친 자연 발효와 숙성을 필요로 하며, 반죽은 두 차례에 걸쳐 발효된다. 구운 이후에는 빵의 내부 구조가 무너지지 않도록 파네토네를 거꾸로 매달아 식히는 전통적인 공정이 이어진다. 이 과정은 기계식 자동화가 쉽지 않아 오늘날에도 장인의 감각과 경험에 크게 의존한다.
크리스마스 시즌 이탈리아 전역의 카페, 마트, 바에서 진열된 파네토네

< 크리스마스 시즌 이탈리아 전역의 카페, 마트, 바에서 진열된 파네토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처럼 복잡하고 섬세한 제작 과정 때문에 파네토네는 이탈리아에서 단순한 ‘명절 빵’이 아니라 장인정신의 상징으로 인식된다. 이탈리아 요리 전문 매체 ≪라 쿠치나 이탈리아나(La Cucina Italiana)≫는 파네토네를 "자연 발효 제과 중 가장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요구하는 제품 중 하나"로 소개하며, 발효 관리 실패가 곧바로 품질 저하로 이어지는 까다로운 제과라고 설명한다.

한편 파네토네에 대한 인식은 세대에 따라 다르게 체화된다. 중장년층과 노년층에게 파네토네는 여전히 '가족의 빵'이다. 크리스마스 점심 식사가 끝난 뒤, 가족 구성원 중 연장자가 파네토네를 자르고 이를 나누는 장면은 많은 이탈리아 가정에서 반복되는 연말 풍경이다. 그러므로 이들 세대에게 파네토네는 특정한 브랜드나 새로운 맛을 발견하기를 바라는 음식이기보다, 오히려 매년 반복되는 의례와 기억에 더 가까운 음식이다. 그들은 여전히 건포도와 오렌지 껍질이 없는 파네토네는 진정한 파네토네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돋보이는 파네토네를 구경하는 사람들

< 크리스마스 장식이 돋보이는 파네토네를 구경하는 사람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하지만 이탈리아의 밀레니얼과 Z세대(MZ 세대)는 전통적인 파네토네를 그대로 먹기보다 오히려 이를 재해석한다.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만드는 창의적인 파네토네는 이들에게 소셜 미디어에서 공유할 수 있는 소재이자 친구들과의 파티에서 나눠 먹는 음식, 혹은 서로 주고받는 선물 소비의 코드로 자리 잡고 있다. 파네토네가 예쁘게 디자인된 박스에 담겨 공유되는 모습은 이탈리아에서 단순한 음식 소비를 넘어 특별한 경험과 취향의 표현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올해 연말에 이르기까지 각종 식품 및 라이프 스타일 잡지에서 주목받는 유행이었다.

뿐만 아니라 팬 성향과 선물 문화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이탈리아 대표 식품 체인 이탈리(Eataly)는 2025년에 다양한 맛과 재료로 만든 파네토네를 출시하며 전 세계 시장에서 파네토네를 고급 선물과 같은 이미지로 차별화하려고 있다. 피스타치오·화이트 초콜릿·리몬첼로(limoncello) 크림을 넣은 제품 등 전통을 기반으로 하지만 창의적인 변주를 준 파네토네가 확산 중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특히 최근에는 시칠리아(Sicilia)산 피스타치오, 캄파니아(Campania) 지역 감귤류, 남부 리몬첼로 크림 등 지역 정체성을 담은 파네토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파네토네가 더 이상 하나의 표준화된 조리법으로만 만들어지는 음식이 아니라, 지역성과 창작성을 담아내는 그릇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비슷한 상징성을 갖고 있는 판도로는 아직까지 비교적 전통적인 소비 방식을 유지하고 있으며, 고전적인 명절 디저트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파네토네가 갖는 이러한 문화적인 위상은 한국의 떡국과도 닮아 있다. 한국 사회에서 떡국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한 해를 넘긴다’는 사회적인 의미를 담고 있듯, 이탈리아에서 파네토네는 연말의 시간을 공동체적인 방식으로 마무리하는 역할을 한다. 즉, 음식을 통해 시간의 경계를 표시하고 가족과의 관계를 재확인하여 이를 공고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결국 파네토네와 떡국은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탄생했지만 명절 음식이 가족을 연결하는 언어라는 점에서는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이탈리아의 연말 식탁 위에 놓인 파네토네는 오늘도 조용히 말한다. 이 음식은 먹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기억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아르티지아노 인 피에라(Artigiano in Fiera)≫ (2025. 11). 
I panettoni a rtigianali: tradizione, territorio e lievitazione naturale, 
https://buly.kr/9tC8a7L
- ≪라 쿠치나 이탈리아나(La Cucina Italiana)≫ (2025. 12. 13). 
I migliori panettoni artigianali 2025: la selezione golosa di LCI,
https://www.lacucinaitaliana.it/gallery/migliori-panettoni-artigianali-natale-feste-selezione/
- ≪푸드 어페어스(Food affairs)≫ (2025. 11. 29). 
Classifica 2025 dei migliori panettoni artigianali secondo Gambero Rosso, 
https://buly.kr/5q8ipE4
- ≪감베로 로소(Gambero Rosso)≫ (2025. 11. 28). 
Eataly anticipates bumper Christmas for global panettone sales, 
https://buly.kr/Csl23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