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폴란드 출판계는 한국 문학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대와 장르의 작품을 독자에게 소개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서로 다른 결을 지닌 두 권의 작품이 폴란드어로 번역 및 출간되며 화제를 모았다. 바로 금숙 겐드리 킴(Keum Suk Gendry-Kim)의 만화 『개』(Pieskie szczęście)와 이효석의 단편 모음집 『메밀꽃 필 무렵』(Gdy dojrzewa gryka)이다. 하나는 오늘날의 한국을 반려동물이라는 렌즈를 통해 조망한 현대적 자서전이고, 다른 하나는 일제강점기 조선의 시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고전 단편소설이다. 전혀 다른 시대, 다른 형식의 이 두 작품은 모두 ‘보통의 존재들’에 대한 따뜻하고 사려 깊은 시선으로 폴란드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 만화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미국 하비상(Harvey Awards) 수상한 금숙 겐드리 킴 작가의『개』(Pieskie szczęście) - 출처: 엠픽(Empik) 공식 홈페이지 >
특히 『개』(Pieskie szczęście)는 ‘만화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미국 하비상(Harvey Awards) 수상 작가 금숙 겐드리 킴의 화제의 신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풀』과 『기다림』 등을 통해 이미 한국과 국제 만화계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 그는, 이번 작품에서 시대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보다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로 시선을 돌린다. 번역가 루카시 야닉 (Łukasz Janik)에 의해 폴란드어로 번역된 『개』는 작가가 직접 겪은 이야기로부터 출발한다. 남편과 함께 입양한 강아지 한 마리가 도시에서 시골로의 이주를 결정짓고, 이어지는 삶의 변화 속에서 저자는 개를 통해 인간 사회를 들여다본다. 작품은 반려견을 향한 사랑과 일상의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개고기 소비문화, 유기 동물 문제, 농촌과 도시 간의 인식 차이 등 민감하고 복합적인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특히 저자는 이 모든 것을 서구적 윤리나 외부 시선의 비판이 아닌, 내부자의 시선으로 조심스럽게 풀어낸다. 또한 ‘개를 먹는 나라’라는 단순하고 자극적인 이미지로 한국을 소비하려는 시도에 대해 반성적 시선을 제시한다. 그 과정에서 『개』는 단순한 동물 에세이가 아닌, 인간과 사회, 문화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마지막 장에는 작가가 실제로 기르는 반려견들의 사진이 실려 있어, 책의 감동을 더욱 깊게 만든다. 폴란드 독자에게는 한국 사회의 또 다른 단면을 섬세하고 사려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창이 되어주고 있다.

< 폴란드에서 처음으로 정식 번역된 한국 근대문학 작가의 작품인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 출처: 엠픽(Empik) 공식 홈페이지 >
한편,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Gdy dojrzewa gryka)은 폴란드에서 처음으로 정식 번역된 한국 근대문학 작가의 작품집이다. 이번 번역본에는 대표작 『메밀꽃 필 무렵』을 포함해, 일제강점기 조선의 농촌과 하층민들의 삶을 담은 여러 단편들이 실렸다. 『메밀꽃 필 무렵』은 특히 한국 문학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장으로 손꼽히는 작품 중 하나로, 작품은 억눌린 시대 속에서도 잠시 피어오르는 감정의 자유와 인간적인 교감을 자연의 배경 속에 그려낸다. 여성, 하층민, 떠도는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효석의 세계는, 한국 근대문학이 지닌 미묘한 사회성과 감수성을 절묘하게 결합하고 있다. 번역자 에바 리나르제프스카 (Ewa Rynarzewska)는 이효석의 섬세한 감정 묘사와 문학적 리듬을 폴란드어로 자연스럽게 옮겨, 폴란드 독자에게 한국적 서정과 시대의 그림자를 함께 전달한다. 『개』(Pieskie szczęście)와 『메밀꽃 필 무렵』(Gdy dojrzewa gryka)은 서로 다른 시간, 다른 형식을 지녔지만 동물, 여성, 하층민에 대한 따뜻하고 정직한 문학적 접근을 보여준다. 둘 다 거창한 서사가 아닌 일상의 균열, 사소한 감정, 침묵 속에 담긴 이야기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한국 문학이 단지 이국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보편성과 깊이를 갖춘 이야기로 유럽 독자와 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두 작품의 번역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폴란드에서 점점 더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소개되고 있는 한국 문학은 이제 하나의 문학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개』(Pieskie szczęście)와 『메밀꽃 필 무렵』(Gdy dojrzewa gryka)는 그 흐름을 보여주는 작품이며, 한국 문학의 깊이를 다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두 권의 책은 앞으로 더 많은 한국 문학 작품들이 폴란드어로 번역되고, 더 넓은 독자층과 만나게 될 출발점이기도 하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엠픽(Empik) 홈페이지, https://www.empik.com/pieskie-szczescie-keum-suk-gendry-kim,p1656487553,ksiazka-p , https://www.empik.com/gdy-dojrzewa-gryka-yi-hyo-soka,p1593654126,ksiazk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