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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독일 공영방송의 수신료 논쟁, 마침표 찍다

2018-07-26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독일 공영방송 수신료 출처 : Imago/Eibner>

 

독일 사회에서 수년간 끝나지 않았던 TV 수신료 논쟁에 드디어 마침표가 찍혔다.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는 718일 독일 공영방송이 부과하는 TV 수신료 정책이 기본권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주택을 2채 이상 가진 경우에는 수신료를 한 번만 부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3년에 도입된 독일 공영방송 시청료는 그동안 지난한 법적 논쟁을 이어가야 했다. 현재 독일에서는 TV나 라디오 등의 수신기가 있든 없든, 독일인이든 외국인이든 상관없이 독일에 있는 모든 가구가 일괄적으로 시청료를 내야한다. 수신료는 한 달에 17,5 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약 23,000원에 이르는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주택을 2채 이상 가지고 있는 경우도 주택의 수만큼 수신료가 부과되었다. 물론 정부 보조금을 받는 학생들이나 한 주택에 여러 명의 가구가 사는 경우에는 수신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

 

TV 수신료는 현재 독일 제1공영방송인 ARD와 제2공영방송 ZDF, 공영라디오인 독일 라디오 Deutschland radio의 주 수입원이다. 2017년 기준 수신료로 약 80억 유로가 모였다. TV나 라디오 등의 수신기구를 이용하지 않는데도 시청료를 납부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독일 정부가 제기하는 근거는 바로 '인터넷''모바일'이다. TV를 보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언제 어디에서나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공영방송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나 청각장애 등 콘텐츠 이용에 불편함이 있는 장애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독일 공영방송은 장애인들을 위한 '장애물 없는 콘텐츠(barrierefreier Angebot)'를 계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수화나 자막, 오디오 콘텐츠 등을 통해서 접근성을 높인 콘텐츠들이다. 장애인들도 이런 콘텐츠 이용을 위한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 대신 한 달 수신료가 5,83 유로로 저렴하다. 호텔 등의 숙박업이나 렌트 사업체를 운영하는 이들도 예외 없이 수신료를 내야한다. 특히 렌트카 업체의 경우 보유한 차량의 수만큼 수신료가 부과된다.

 


<독일 공영방송의 자막 및 수화 서비스 출처 : Das Erste/ARD>

 

개인의 환경과는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부과되는 수신료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이 많았다. 수신료 정책에 반대하는 의미로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고 이에 대한 벌금이 부과되는 사례가 생기면서 수신료는 독일 각지에서 법적 논쟁으로 확대되었다. 그동안 독일 주 행정법원 15, 고등 행정법원 8곳 등에서 법정소송이 진행되었고, 모두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는 독일 정부의 입장에 손을 들어줬다. 연방 행정법원에서도 총 5건의 판결이 나왔는데, 모두 수신료 납부가 합법적이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발은 끊이지 않았고, 수신료 납부 문제는 결국 헌법재판소까지 올라가게 된 것이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현재 시청료 정책에 따르면 1인 가구가 다인 가구에 비해서 손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독일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거주하는 주거형태인 본게마인샤프트(Wohngemeinschaft)’에서는 거주자들이 돈을 모아 함께 17,5 유로를 내면 되지만 혼자 거주하는 경우에는 1인이 모두 17,5 유로를 감당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한 한부모 가정도 부모 양쪽이 모두 돈을 버는 가정과 똑같은 비용을 내야한다. 주택을 2곳 소유하고 있는 경우에도 한 곳은 일상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시청료를 2번 내야한다고 부당함을 주장했다.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는 독일 방송은 독일 전역에 송출되고 이는 독일의 모든 사람들이 수신기를 통해 이를 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가능성'은 추가적인 비용 부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개인이 수신기구를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 콘텐츠를 이용하고 싶은 의도가 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독일 문화부는 수신료 납부 판결은 시청자들의 미디어 사용능력을 지원하는 독일 공영방송의 사명을 더욱 단단히 하는 것이라고 연방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환영했다. 독일 문화부장관 모니카 그뤼터스(Monika Grutters)독일에서 미디어와 정보의 다양성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기둥 중의 하나이며, 독일 공영방송은 독일 미디어 다양성의 주요 부분이자 민주주의 담론을 위한 중요한 자극이 된다시청료로 인한 재정 확보로 언론 독립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방송 수신료에 대한 법적 논쟁은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이 수신료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 독일 공영방송의 임무와 역할은 더욱 막중해졌다. 독일에 있으면서 온라인으로 공영방송국의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별로 재미는 없지만 '유익하다' 싶은 콘텐츠가 꽤 많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접근성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기만 하면 누구나 쉽게 원하는 콘텐츠를 찾고 바로 시청할 수 있다. 자막 서비스나 특히 화면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화 서비스를 보면 감탄이 나오는 수준이다. 독일 공영방송은 최근 방송 채널을 없애고 모바일 세대를 겨냥한 온라인 플랫폼인 풍크(Funk)’를 런칭 하기도 했다. 막대한 수신료를 확보한 독일 공영방송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참고자료

http://www.spiegel.de/kultur/tv/bundesverfassungsgericht-bestaetigt-rundfunkbeitrag-ist-verfassungsgemaess-a-1218990.html

https://www.bundesregierung.de/Content/DE/Artikel/BKM/Kurzmeldungen/2018/07/2018-07-18-bkm-bverfg-urteil-rundfunkgebuehr.html;jsessionid=FBBB246E7F117E167F7BBB812D818619.s5t2?nn=391670


  • 성명 : 이유진[독일/베를린]
  • 약력 : 현)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재학중 전)2010-2012 세계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