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문화정책/이슈] 독일 새 정부 출범… "인공지능 국가" 명시한 연정협약

2025-06-09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기민/기사연(Union)과 사민당(SPD)의 연립정부가 올해 5월 5일 출범했다. 이번 연정협약은 독일 역사상 다섯 번째 흑적 연정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번 연정협약은 오픈AI(OpenAI)의 챗GPT 출시 이후 인공지능 기술 발전 속도가 크게 가속화된 시점에 체결됐다. 144쪽 분량의 협약문에 "디지털 정책은 권력 정치"라고 명시하며 기술이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되는 현실을 반영했다. 

연정협약은 독일을 인공지능 국가(KI-Nation)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바이에른 주 총리 마르쿠스 죄더(Markus Söder)는 동 협약을 "슈퍼 하이테크 부처", "기술 공세", "기가팩토리 유치"라는 표현으로 요약하며 기술 혁신 중심의 정부 운영 방침을 강조했다. 

독일 정부 입장에서 디지털화는 시급한 과제다. 매 선거철마다 주요 정당은 디지털화를 언급했지만 독일의 디지털화 수준은 여전히 유럽 내 최저 수준이다. 인공지능 개발 경쟁이 각 국가 단위, 개별 기업 단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연정협약은 인공지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정협약문에는 '인공지능(KI)'이 총 27회 언급됐다. 이는 지난 2021년 신호등(사민당-녹색당-자민당) 연정협약에서 인공지능이 5차례 언급된 것과 비교해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독일을 위한 책임(Verantwortung für Deutschland)'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연정협약 - 출처: 기민기사연 및 사민당 홈페이지

< '독일을 위한 책임(Verantwortung für Deutschland)'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연정협약 - 출처: 기민기사연 및 사민당 홈페이지 >

연방 디지털 및 국가현대화부 신설>
새 연립정부는 연방 디지털 및 국가현대화부(Bundesministerium für Digitales und Staatsmodernisierung, BMDS)라는 이름의 디지털 전담 부처를 신설하고, 이와 별도로 연구·기술·우주 분야를 담당하는 부처도 설립할 예정이다. 연방 디지털부는 기존 내무부, 디지털 및 교통부, 경제부의 일부 기능을 통합 및 흡수했다. 행정 디지털화, 디지털 신원 확인, 데이터 정책, 인공지능 전략 등을 조율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일례로 올해 5월부터 독일 관공서는 사진관에서 정부로 전송한 디지털 증명사진만 받기로 결정했다. 행정 디지털화의 일환이다.  

유럽연합 추진 AI 데이터센터 독일에 유치
유럽연합은 4월 9일 'AI 대륙 행동 계획(AI Continent Action Plan)'을 발표했다. 헨나 비르쿠넨(Henna Virkkunen) 기술 담당 집행위원은 중소 혁신 기업을 위한 행정 부담 최소화 등 실질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또한 유럽 전역에 5개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데이터센터는 10만 개의 프로세서를 갖춘 초대형 규모로 현재 유럽연합이 운영 중인 12개 AI 데이터센터보다 4배 많은 연산력을 갖게 된다. 독일은 유럽연합이 공모한 5개 데이터센터 중 하나를 유치하기 위한 입찰에 참여한다.  

디지털 주권 확보 위한 '독일-스택' 추진
연정협약은 독일이 자체 클라우드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구축해 유럽 외 공급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계획도 담고 있다. '독일-스택(Deutschland-Stack)'이라 명명된 해당 프로젝트에서 유럽 내 신뢰할 수 있는 기술 공급자들이 핵심 기술을 제공하게 된다.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합해 공공부문에 투입함으로써 디지털화를 촉진하고 그 과정에서 대외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AI 규제는 혁신 친화적으로, 데이터는 개방
인공지능 규제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이번 연정협약에 반영됐다. 유럽연합 AI법(AI Act)의 독일 내 이행은 "혁신 친화적이고 관료주의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고 명시됐다. 단일감독기구 설립, 기업 전용 서비스 센터 운영, 책임 규정 개정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데이터 활용 및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우려가 큰 독일 사회에서 이 같은 정책방향이 어떤 방식으로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으로 남아있다. 연립정부는 데이터 활용의 개방성과 긍정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AI 훈련을 위한 데이터 통합 및 활용을 장려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예술 창작물의 저작권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보장한다는 방침도 명시됐다. 행정 업무의 효율화를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화도 추진된다. 디지털화에 따른 행정 체계 전환은 이번 연정협약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제시됐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Handelsblatt》 (2025. 5. 2). Koalitionsvertrag zu Künstlicher Intelligenz und Digitalisierung, https://live.handelsblatt.com/koalitionsvertrag-zu-kuenstlicher-intelligenz-und-digitalisierung/
- 《WELT》 (2025. 5. 5). „Weniger Verwalter, mehr Möglichmacher“ – Union und SPD unterzeichnen Koalitionsvertrag, https://www.welt.de/politik/deutschland/article256068164/Regierungsbildung-Weniger-Verwalter-mehr-Moeglichmacher-Union-und-SPD-unterzeichnen-Koalitionsvertrag.html
- 유럽 연합회(European Commission), https://digital-strategy.ec.europa.eu/en/policies/ai-factories
- Union, Verantwortung für Deutschland, https://www.cdu.de/app/uploads/2025/04/KoaV-2025-Gesamt-final-0424.pdf
- SPD, Verantwortung für Deutschland, https://www.spd.de/fileadmin/Dokumente/Koalitionsvertrag2025_bf.pdf

통신원 정보

성명 : 최경헌[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프랑크푸르트 통신원]
약력 : 『솔직한 유럽 이야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