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타임즈》의 음식 비평가 조나단 골드(Jonathan Gold)가 지난 7월 21일 토요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57세, 사인은 췌장암이었다. 한류 소식을 전하는 통신원에게 조나단 골드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남다르게 다가왔던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는 한식이 당연히 받아야 할 긍정적인 평가를 언론을 통해 영어권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데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위업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가 음식 비평가로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7년 퓰리처 상을 수상 하면서부터다. 음식 비평가로서 퓰리처 상을 수상한 것은 조나단 골드가 최초였다. 그는 광대한 도시 LA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풍요로운 음식 문화를 기록하고 모든 이들이 새로운 음식들을 이해하고 시도해볼 수 있도록 했다.
《CNN》은 그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현 LA 시장인 에릭 가세티(Eric Garcetti)의 조문을 인용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나단 골드는 요리의 천국과도 같은 LA시 구석구석을 다니며 꼭 필요하고 훌륭한 먹거리 가이드를 만들어냈죠. 그와 같은 음식 비평가는 다시 나오기 어려울 거에요. 음식 비평가로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으면서도 시인과 같은 영혼을 지녔던 그는 전 세계 곳곳에 있는 수 많은 독자들이 LA의 음식 문화와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기사를 썼었죠. 그의 별세 소식은 LA에 대한 그의 사랑을 공유하는 모든 이들에게는 커다란 상실입니다. 또한 푸드 트럭에서 맛볼 수 있는 타코에서부터 흰색 테이블보가 깔린 고급 레스토랑의 음식에 이르기까지, 음식이 인류 문화의 비할 데 없는 표현양식이라는 독특한 이해를 가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도 그의 죽음은 큰 슬픔으로 다가옵니다. |
조나단 골드는 2015년 <금의 도시(City of Gold)>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다큐멘터리는 영화감독 로라 가버트(Laura Gabbert)가 연출했다. 그녀는 음식 비평가인 조나단 골드가 그리 유명하지 않은 LA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맛집을 탐험하는 내용을 영상으로 담아냈다. 《LA 타임즈》는 조나단 골드의 부고 기사에서 “그는 음식 비평이라는 장르를 재정의하게 만든 인물이다. 그는 화려하고 값비싼 ‘오뜨 쿠진(Haute Cuisine)’보다는 길거리 음식, 가족 중심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음식점, 소수인종의 음식점 등에 더 큰 애정을 갖고 이들 음식점들을 중점적으로 보도했다”며 음식비평가로서의 그의 업적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소셜 미디어도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특히 코리안 레스토랑들의 셰프들이 많은 반응을 보였다. 그의 기사로 인해 스타덤에 오른 셰프 로이 최(Roy Choi)는 트위터를 통해 “지금 내가 있는 뉴욕의 퀸즈 지역에는 비가 내린다. 마치 ‘LA의 왕(King)’이 세상을 뜬 것에 대한 눈물을 흘리듯. 우리 모두는 가슴이 아프다. 조나단 골드, 사랑합니다. 당신에게 주고 싶은 맛있는 한국 음식이 있는데…당신이 그렇게도 좋아했던…”라고 쓰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현지인 제시카 탐(Jessica Tom)은 “고등학교 시절, 나는 <조나단 골드의 101리스트>를 인쇄해서 소설처럼 열심히 읽곤 했죠. 그때 저는 해외에서 살았기 떄문에 직접 그 식당들을 찾아볼 수는 없었지만 여러 사회 계층의 다양성을 모두 포함하는 그의 글을 너무 좋아했었어요.”
그는 매해 <조나단 골드가 뽑은 최고의 식당 101개>라는 리스트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리스트에 오르는 것은 LA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영광이기도 했다. 조나단 골드는 한국 음식에 대해 애정이 많았다. 2012년, 《LA 위클리(LA Weekly)》에 근무하던 시절에는 ‘서울 푸드(Seoul Food)’라는 제목의 한식 스페셜 에디션을 펴내기도 했다. 당시 60페이지 분량의 특별판을 통해, 그는 LA 지역의 한식당과 대표적인 한식 메뉴 등 한식에 관한 모든 것을 자세하게 파헤쳤다. 그는 《LA 타임즈》로 일터를 옮긴 후에도 여전히 한식당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2014년에는, 그의 이름을 걸고 선정한 101개의 LA 최고 레스토랑(Jonathan Gold’s 101 Best Restaurants) 리스트에는 5곳의 한식당 이름을 올려주었다. 그 후에도 그의 한국 음식 사랑은 여전했다.
조나단 골드의 “나는 LA의 한국 식당을 더 자주 찾을수록 한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느끼게 된다”는 고백은 전 세계의 모든 음식을 거의 다 먹어본 음식 비평가의 고백으로는 더 없이 겸손해 보인다. 한식에 별로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이 갈비, 불고기를 찾는 것과는 달리, 그는 홍어회를 얹은 비빔냉면, 우설 설렁탕, 낙지볶음을 좋아하는 한국 음식 마니아다. 실제 그가 선정한 한식 60선과 그 한식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한식당 리스트는 한국인들이 봐도 제법 공정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가 꼽은 대표적 한식 60가지의 리스트를 다시 한 번 소개해본다. ‘징기스칸, 도시락 비빔밥, 피자, 호떡, 오리 불고기, 김밥, 로스구이, 호박죽, 회덮밥, 전복죽, 복지리와 복매운탕, 갈비 버거, 김치전, 빙수, 갈비구이, 순두부, 아구찜, 매운 닭날개, 감자탕, 산낙지, 곱창, 왕만두, 닭갈비, 양구이, 자장면, 청국장, 옥수수 치즈, 흑염소 탕 먹은 후 볶아주는 볶음밥, 염소 구이, 삼계탕, 보신탕, 삼겹살, 동치미국수, 번데기탕, 설렁탕, 조개구이, 칡냉면, 옛날 식 바비큐, 구절판, 육회, 잡채, 비빔밥, 닭계장, 콩국수, 돈가스, 간장게장, 은대구조림, 고등어구이, 부대찌게, 목살구이, 꽃살, 사시미, 불닭, 닭구이, 순대, 황토오리, 수제비, 보쌈, 족발, 수정과’
우리는 한식 세계화를 얘기할 때 갈비, 불고기, 비빔밥, 구절판 등 깔끔해 보이는 한식 메뉴들만을 꼽지만, 그의 의견은 달랐다. 특히 청국장에 대해 조나단 골드 기자의 표현은 다시 한 번 언급해도 괜찮을 듯 하다. “진한 청국장 수프는 잘 숙성된 프랑스 치즈와 비교되는 아로마를 지녔다.” 조나단 골드는 한국문화원 LA에서 열린 한식 관련 행사에 게스트로 초대돼 강연도 하고 심사의원으로도 여러 번 활동했다. 앞으로 또 어떤 음식 비평가가 한국의 음식에 대해 이처럼 애정을 가지고 좋은 글을 써줄지…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한인 타운의 한 식당에서 음식을 시식하고 있는 조나단 골드 – 출처 : www.hub-la.com/news>
<'조나단 골드가 뽑은 101개의 레스토랑' 판을 들고 있는 조나단 골드 – 출처 : www.scpr.org/news>
※ 참고자료
현지 언론 - https://la.eater.com/2018/7/21/17597464/jonathan-gold-dead-57-los-angeles-food-critic-obituary
조나단 골드의 한국 음식에 대한 LA 통신원 리포트- http://kofice.or.kr/c30correspondent/c30_correspondent_02_view.asp?seq=9615&page=16&find=&search=&search2=%EB%AF%B8%EA%B5%AD(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