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법원, 인터넷 접속 제공자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차단할 의무가 없다
박희영*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서 영화저작물이 불법으로 이용되고 있는 경우 인터넷 접속 제공자에게 사이트의 차단을 요청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된 사안에서 법원은 인터넷 접속 제공자에게 사이트를 차단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함
□ 사실 관계
○ 원고는 스위스 영화제작자이며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 된 영화배급업자인 취리히의 프레젠스 필름(Praesens Film)이며, 피고는 스위스 최대 인터넷 접속 제공자인 스위스콤(Swisscom).
○ 스위스 사람들은 인터넷 불법 스트리밍 포털(예를 들어 kinox.to)에서 영화나 TV연재물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시청함. 하지만 스위스에서는 이러한 포털에서 영화를 스트리밍으로 시청하는 것은 이용자의 사적 복제에 해당되어 허용됨.
○ 영화가 스트리밍 포털 사이트에서 불법으로 복제되어 제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권리자는 포털 운영자에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 하지만 이러한 불법 포털은 대부분 외국에서 운영되고 있어서 운영자가 누구인지 알아내기 쉽지 않음.
○ 원고는 자신들의 영화가 불법으로 복제되어 스트리밍 되고 있는 포털 운영자에게 이메일을 통하여 침해를 경고함. 원고는 이에 대해 아무런 대답을 받지 못하자 인터넷 접속 제공자인 피고에게 영화들이 불법으로 제공되고 있는 해당 포털 사이트의 모든 IP주소를 차단해 줄 것을 요청함.
○ 피고가 이에 응하지 않자 원고는 차단되어야 할 전체 도메인 목록을 작성하여 소송을 제기함. 원고는 이번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다른 인터넷 접속 제공자에게도 소송을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음.
□ 원고 및 피고의 주장
○ 원고는 자신들의 영화를 불법으로 제공하고 있는 스트리밍 포털 운영자의 저작권 침해를 직접 경고하기가 어려우므로, 이에 대해 피고가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함. 따라서 피고는 이용자들이 이들 영화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영화를 연결하고 있는 모든 IP 주소를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함.
○ 피고는 인터넷 접속 제공자로서 자신의 고객(이용자)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뿐 제삼자의 저작권 침해에 기여한 바가 없기 때문에 IP주소를 차단할 의무가 없다고 항변함.
□ 베른 상사법원의 판결
○ 베른 상사법원은 2018년 6월 16일 저작권법에 의해서는 피고가 불법 스트리밍 포털 사이트의 IP주소를 차단할 의무는 나오지 않는다고 판결하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함. 또한 장래의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예방적으로 IP주소를 차단해야 할 의무도 없다고 판시함.<1 >
○ 인터넷 플랫폼에서 불법으로 제공되는 영화나 TV 연재물 또는 전자책을 사적 이용의 목적으로 다운로드 하는 것은 허용됨(저작권법 제19조). 다만, 플랫폼 운영자는 불법으로 제공되는 저작물을 차단하거나 삭제해야 됨. 이와 마찬가지로 피고의 고객이 스트리밍으로 제공되는 영화를 시청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피고는 이에 대한 책임이 없음.
○ 피고에게 저작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기 이전에 영화를 저장한 자, 서버를 운영한 자, 포털을 운영한 자 등에게 먼저 책임을 물어야 함. 비록 제삼자의 저작권 침해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러한 침해에 피고가 기여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법적인 근거가 없음.
○ 또한 피고에게 도메인의 차단을 요구하는 것은 비례성 원칙에 위반됨. 왜냐하면 원고는 불법 스트리밍 포털의 운영자가 영화를 삭제하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지 않았기 때문임. 즉 원고는 이메일이 아니라 적어도 등기우편을 통해서 포털 운영자에게 침해를 경고할 수 있었고 나아가서 수사기관에 형사고소도 할 수 있었는데 이를 하지 않았기 때문임.
○ 따라서 원고는 소송비용과 피고의 변호사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함.
□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 제한에 관한 스위스의 법적 상황
○ 스위스는 현재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 제한에 관한 특별법이나 저작권법의 규정이 존재하지 않음. 스위스는 유럽연합의 회원국이 아니고 유럽연합과 양자조약도 체결하지 않아서 전자상거래지침이나 정보사회저작권지침 등을 국내법으로 이행할 의무가 없을 뿐 아니라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도 따를 의무가 없음.
○ 따라서 인터넷 접속 제공자를 포함한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은 일반 법률의 원칙(특히 불법행위책임)에 따라서 해결되고 있음.
○ 하지만 최근 이용자의 정보를 저장하는 호스트 서비스 제공자의 의무를 부과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제39d조)<2 >이 발의되어 논의되고 있음.
□ 최근 독일의 유사 판결과 비교
○ 불법 스트리밍 포털인 kinox.to 사이트에 이용자가 접근하는 것을 차단해 달라는 권리자의 청구에 대해서 독일 뮌헨 고등법원은 2018년 6월 14일 인터넷 접속 제공자에게 사이트 차단을 인정함.<3 >
○ 인터넷 접속 제공자의 사이트 차단 의무는 EU지침과 일치하며 권리자는 침해자에게 경고를 하지 않고 제공자에게 사이트 차단을 직접 요청할 수 있다고 판결함.
□ 평가 및 전망
○ 이번 판결은 인터넷 접속 제공자의 사이트 차단을 부정함으로써 제공자의 부담을 덜어주었지만, 제공자의 사이트 차단을 인정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일반적 경향과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음.
○ 한편, 이 판결은 침해자에 대한 경고조치가 성과가 없는 경우 보충적 수단으로써 사이트 차단을 요청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음. 원고가 대법원 상고를 제기하겠다고 밝힘에 따라서 권리자가 보충적 수단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 접속 제공자에게 직접 차단을 요청하는 경우 대법이 이를 허용할지 기대됨.
<1 > 베른 상사법원의 판결문이 아직 공개되지 않아 관련 언론 기사를 참조하여 재구성함.
<2 > 저작권법 개정안 제39d조에 따르면 제삼자가 호스트 서비스를 통해서 저작물을 위법하게 이용에 제공하고 있는 경우, 제공자가 권리침해를 통보받은 경우, 호스트 서비스가 권리침해를 조장하는 기술적 기능이나 경제적 목적을 통해서 특별한 권리침해의 위험을 야기한 경우 호스트 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의 서비스를 통해서 저작물이 이용에 제공되지 않도록 방지할 의무가 있음. 제공자는 또한 그러한 권리 침해의 위험을 고려하여 기술적 경제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조치만 취할 수 있음.
<3 > 저작권 동향 2018년 9호 참조.
□ 참고 자료
* 독일 막스플랑크 국제형법연구소 연구원, 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