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내 한인 이민의 역사가 50년이 넘어가고 있지만, 한인을 주제로 한 소설이나 문학 작품은 손에 꼽을 만큼 드문 것이 캐나다 문학의 현실이다. 이는 대다수의 청중과 독자들의 마음을 읽고 그들과 소통하는 예술의 영역이 이주민들에게는 그 진출이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북미에 이주한 많은 한인 1세 들은 편의점이나 세탁소로 터전을 잡고, 2세들이 의사나 변호사가 되도록 후원한다. 그리고 이민 3세가 되었을 때에야 예술의 영역을 도전해 볼 수 있다는 오랜 불문율이 있다. 사실 최근 캐나다 주류사회의 주목을 받는 한인 작가들의 작품인 최인섭 씨의 ‘김씨네 편의점’이나 최유경 씨의 ‘Kay’s Lucky Coin Variety’도 한인 1세들이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들을 바탕으로 한 내용이다. 그만큼 문학 작품으로 캐나다 독자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캐나다 땅에서 겪은 많은 에피소드들이 농익은 문체와 전개로 호소력 있게 전달되어야 하며, 이에 물리적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사실이다. 캐나다에서도 한인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들, 혹은 한인 작가들의 시대가 화려하게 막을 올릴 것이 기대되는 요즘, 밴쿠버 지역의 일간지에 한국계 캐나다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과 작가가 주목받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밴쿠버 일간지에 보도된 미셀 킴의 소설 – 출처 : 스트레이트〉
밴쿠버 지역의 일간지 《스트레이트(Straight)》는 지난 8월 2일 소설 〈Running Through Sprinklers〉을 집중 조명하면서 ‘미셀 킴, 한국계 캐나다인들의 삶과 우정을 소설을 통해 탐구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미셀 킴의 소설은 《스트레이트》 외 《Vancouver Sun》과 《Peace Arch News》 등 다양한 캐나다 내 미디어와 매체에 보도됐다. 밴쿠버 서리(Surrey) 지역에서 자라난 작가 미셀 김은 영국 인권변호사인 아버지와 한국 출신 패션 디자이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녀가 가진 다 인종적 문화 경험은 그녀가 자라난 학교와 마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경험이었고, 소설의 모티브가 됐다. 미셀 김은 장, 단편영화 제작과 배우활동을 겸하고 있다. 장편 영화 〈The Tree Inside〉에서는 대본 및 공동 감독과 제작을 맡은 미셀 킴은 이 영화로 ‘밴쿠버 아시아 영화제’와 ‘노스웨스트 영화제’에서 2015년 ‘관객상’과 ‘최고 네러티브상’을 차지했다. 최근에는 199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한 한국어 영화를 준비 중이기도 하다. 이처럼 영화와 소설을 넘나들며,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언어와 문화를 교차 시키는 것을 즐긴다고 언급한 미셀 킴은 소설 〈Running Through Sprinklers〉에서 한국계 캐나다인의 가슴 아픈 우정을 다루고 있다.
미셀 김의 자서전의 형식은 아니지만, 소설은 작가가 자란 서리 지역의 색채과 비슷한 문화적 배경으로 구성됐다. 서리에서 자라나는 12살 소녀, 사라(Sara)와 나다인(Nadine)은 이 소설의 주인공으로 가장 친한 친구 사이이다. 주인공들은 작가처럼 동양 부모를 둔 아이들이며, 이들이 보이는 문화적 배경은 자연스럽게 소설 속에 드러나고 있다. 어린 시절 정원의 스프링클을 넘나들며 놀던 이웃집 친구인 나다인(Nadine)이 월반을 해 한 해 일찍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벌어지는 우정의 변화를 긴장감 있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서적으로 첫사랑만큼 강렬한 12살, 13살 나이대의 여자 아이들의 우정은 많은 독자들에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돌아보게 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여성들 간의 깊은 우정을 밴쿠버 서리 지역의 지명을 사실적으로 사용하며 그린 이 소설은, 문학 내에 소외되어 있던 여러 소재들을 사용했다. 즉 캐나다 문학계 안에 알려지지 않은 밴쿠버 서리 지역의 이야기, 두 여자아이들의 우정이야기, 한국계 캐나다인의 성장 이야기는 주류사회에서 주목하지 않은 소재들의 요소들이었다. 이제 미셀 킴의 소설을 통해 버무려진 이 주변부의 소재들이 더 많은 캐나다인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영화든 소설이든 스토리 텔링의 주제로 다문화를 연결시키고자 하는 미셀 킴의 이러한 노력을 통해, 캐나다 예술의 영역 속에서도 한국적인 문화적 배경이 녹아져 함께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캐나다 대형 출판사인 ‘Simon&Schuster’에서 발간한 224페이지 소설, 〈running through sprinklers〉는 종이책뿐만 아니라 전자책으로도 발간되었고, 현재 아마존에서 운영하는 도서 리뷰 사이트 ‘Goodreads’에서는 별 5개 중 4.27개를 차지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