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호주 영화관에서 한국영화를 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배우 하정우, 마동석, 주지훈 주연의 ‘신과 함께-인과 연’은 지난 8월 2일부터 호주 전 지역에서 개봉되어 상영 중이다. 이렇게 한국영화가 호주영화시장에서 자리 잡는 데는 호주 한국영화제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호주 한국영화제는 2010년부터 시작되어 2018년 올해로 9회째를 맞고 있다. 영화제는 지난 8월 9일 첫 번째 도시인 시드니를 시작으로 개막되었다. 올해의 게스트로는 영화 <기억의 밤(Forgotten)>의 장항준 감독, 장원석 프로듀서, 영화 <소공녀(Microhabitat)>의 전고운 감독, 김순모 프로듀서가 시드니의 영화제를 찾았다. 영화제 주최 측의 도움으로 장항준 감독과 전고운 감독을 지난 8월 18일과 19일에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장항준 감독과 김고운 감독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영화 '기억의 밤' 장항준 감독 - 출처: 통신원 촬영> 호주 한국영화제에 초청받아 오시게 된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영화감독 장항준입니다. 호주 한국영화제 처음으로 초대를 받아서 오게 되었는데, 사실 제가 호주방문도 처음이에요. 제 친동생도 살고 있는데, 만나서 같이 영화도 보고 그럴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나리오 작가에서 영화감독으로 데뷔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게 된 계기에 관해 말씀해주세요. 시나리오 작가를 시작할 때는 몰랐는데, 작가 활동을 계속하게 되면서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느끼게 되었어요. 내 글을 영상화시키는 것도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영화를 만드는 것은 시나리오 작가로 시작해 영화감독으로 완성되는 것이니까, 결과적으로 영화감독을 꿈꾸었던 것 같아요.
영화 <기억의 밤>를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 영화 <기억의 밤>은 두 형제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이 두 형제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서 한국사회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영화 <기억의 밤>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셨는지요? 제 주변의 지인이 몇 년 전에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하는데 자신의 사촌 형이 가출을 했다 한 달 만에 돌아왔는데 너무 낯설었다는 거에요. 오래간만에 보니까 낯설었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제가 그 형이 그 사람이 아닐지도 몰라 하고 장난처럼 이야기했는데, 그 자리에서 전체적인 이야기의 틀이 만들어지고, 계속 (스토리를) 발전시켜나간 것 같아요.
영화 <기억의 밤>에 배우 강하늘과 김무열을 캐스팅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강하늘 씨는 출연했던 전 작품인 <동주>라는 영화를 감동 깊게 보고, 이 배우와 꼭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을 했고요. 김무열씨는 한국에 있는 영화 배우들 중에서 가장 이중적인 얼굴을 가지고 있는 배우라고 생각을 해요. 그런 이유에서 김무열 씨에게도 시나리오를 드렸었고,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두 배우가 승낙을 해줘서 함께 작업하게 되었어요.
영화 <기억의 밤> 촬영 중, 재미있었거나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면 듣고 싶습니다. 추격전 장면들이 있는데요. 추격전은 영화를 보시면 한군데서 뛴 것으로 아시겠지만, 실은 이쪽에서 뛰면 전주, 저쪽에서 뛰면 수원, 이쪽 골목으로 꺾어지면 인천, 또 다른 골목으로 꺾어지면 서울이에요. 영화를 보신 분들은 같은 동네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을 하시는데, 이렇게 로케이션 헌팅을 하는데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지금 영화에 나오는 집은 존재하지 않는 집입니다. 전체를 CG로 만든 거에요. 그 집을 일 년 정도 찾다가 포기하고, 결국 집터에다 CG로 만들게 되었지요.
감독님에게 있어서, <기억의 밤>은 어떤 영화인가요? 오랜만에 작업한 복귀작이거든요. 그동안 쉬다가 영화를 다시 만들게 되어서, 기뻤고요. 역시 감독은 영화 찍을 때가 행복한 것이구나,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두 형제와의 일을 다룬 스릴러 장르는 영화 소재에 있어서 낯선데,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리가 가장 익숙하게 느끼고 편안하게 느끼는 게 가족이거든요. 가족들이 공포로 다가오고, 가족들의 정체를 의심하게 되는 순간이 인간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 두 형제와 가족을 설정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영화도 스릴러 장르인데, 이 장르로 전향을 한 이유가 따로 있는지요? 전향을 했다기보다는 이제는 인간 내면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인간의 본능에 대한 이야기를 말이죠. 그렇게 생각하게 되니 스릴러거나 어두운 이야기 수사극 등의 장르를 선택한 것 같고, 딱히 어떤 장르를 해야겠다고 의식을 하지는 않았어요. 개인적으로 코미디 장르는 20-30대만 할 수 있는 청춘의 예술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번 호주에서의 <기억의 밤> 상영은 어떤 의미를 가지며, 현지 관객들에게 어떤 감독으로 남고 싶으신지요? 외국 분들 앞에서 상영을 해본 적이 몇 번 있거든요. 그때도 반응이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외국인들이 어떻게 느끼는가도 궁금했고요. 특히 호주 시드니에 계신 분들, 현지인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느낄지가 어떤 감독이나 그렇듯이 궁금한 포인트인 것 같아요. 한국 사람이 아닌 외국 사람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지,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에 대해서 어떻게 인지를 하고 이해를 할지 감독으로서 궁금해요.
2018년의 남은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내년 2019년에 영화 한 편을 촬영할 계획을 하고 있어요. 그 영화는 시나리오가 나와 있어서, 그 영화 후에 새로 작업할 영화의 시나리오를 하반기에 쓰려고 준비를 하고 있어요. 다음 영화는 스릴러라기보다는 슬픈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고등학교 농구팀 이야기를 담은 농구영화에요. 그리고 올 하반기에 쓰려고 준비 중인 작품은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스릴러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
<영화 '소공녀' 전고운 감독 - 출처: 통신원 촬영>
영화 <소공녀>로 호주 한국영화제에 오신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지금은 한국은 폭염으로 너무 더운데, 시원한 나라에 와서 또 저희 영화의 계절과 어울리는 시드니에서 올 수 있어서 흥미롭게 생각을 하고요. 폐막작으로 이번 영화제의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어서 매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반갑습니다.
최근 제17회 뉴욕 아시아영화제에서 영화 <소공녀>가 최우수장편상(Tiger Uncaged Award for Best Feature Film)을 수상하셨는데요. 끝까지 말씀을 안 해주셔서, 수상할 줄은 몰랐는데, 너무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영화 <소공녀>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소공녀(Microhabitat)>라는 영화는 주인공 미소에게 담배, 위스키, 남자친구 이 세 가지가 서울에서 지내는 낙인데, 담뱃값이 오르면서, 집을 포기하고, 과거에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의 집을 떠돌아다니면서, 서울에서 집을 얻기 위해서 포기하는 것들에 대한 블랙코미디 장르의 영화입니다.
영화 <소공녀>에 배우 이솜과 안재홍을 캐스팅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일단 배우 이솜씨는, 제가 처음에 글을 썼을 때, ‘미소’라는 주인공은 균형감이 중요한 역할이었는데, 조금만 잘못하면 밉상으로 남을 거 같은 거에요. 이솜이라는 배우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피지컬과 멘탈이 미소와 닮아있었고 또 다른 여러 이유 때문에 캐스팅하게 되었어요. 물론 한국에서는 여배우들에게 있어서는 담배 피우는 역할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면이 있거든요. 그렇지만 이솜이라는 배우는 그런 장면을 흔쾌히 수락한, 용감한 배우라고 할 수 있겠어요. 안재홍이라는 배우는 미소를 맡은 이솜과 가장 현실적이고 귀여운 연애를 할 수 있는 그런 남성 배우라고 생각을 해서 캐스팅을 하게 되었어요.
영화 <소공녀>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는지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예를 들어 시드니든 뉴욕이든 그리고 제가 살고 있는 서울이라는 곳은 과열된 도시이다 보니, 이런 곳에서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면 안 되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것 같고, 뭔가 크게 잘못되어있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이러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영화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그래서 만들게 되었던 것 같아요.
영화 <소공녀> 촬영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은 마지막에 한솔(안재홍 분)이가 떠날 때, 미소(이솜 분)와 찍는 시퀀스가 새벽 시간 해뜨기 전에 찍어야 해서 시간적으로 엄청 짧았거든요. 그것을 롱테이크로 찍었던 과정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그때는 배우와 스텝들 모두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 모두가 하나되어 집중도가 높았던 초자연적인 순간이었어요.
영화 <소공녀>를 본 관객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상이 자이언티의 <눈> 뮤직비디오고, 또 영화와 뮤직비디오 간 연결고리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자이언티의 뮤직비디오는 사실 제가 찍지 않았기 때문에 별로 해드릴 말씀은 없는데, 그 영상은 <범죄의 여왕>의 감독인 제 남편이 의뢰를 받고, <소공녀>를 좋아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홍이의 시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봐요.
호주 영화제 이후 <소공녀>를 본 관객들에게 어떤 감독으로 기억에 남고 싶으신지요? 어떤 작품을 하든 열심히 고민해서 찍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남은 2018년의 계획 또는 다음 작품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다음 달에 단편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
이번 호주 한국영화제는 영화제를 찾은 장항준 감독과 전고운 감독 자신들의 영화에 대한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 그리고 우리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아픔이나 갈등 등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고자 하는 예술인의 진지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관객과 진지하게 소통하고자 하는 두 감독, 장항준 감독과 전고운 감독의 다음 작품 활동에도 큰 관심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