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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한국 문구류

2018-08-29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사드 영향으로 한동안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국 상품과 문화는 이미 중국 내 상당히 스며들어 있다. 이는 20년 동안 꾸준히 중국 문을 두드리고, 중국을 한류의 교두보로 만들어 온 노력의 산물이다. 또 다른 면에서는 중화주의가 팽배하고 문화적인 자존심이 강한 중국이고, 명품 소비에서 보면 허세가 강한 중국인이지만, 일상생활에서 과소비가 적고 실용적인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들의 실용적인 소비는 신토불이식의 국산품 애용을 주장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이야기는 새롭지 않지만, 통신원의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중국 현지 학교에 입학하면서 더 확실해졌다. 9월에 첫 학기가 시작되는 중국에서 학교마다 예비 소집일이 한참이다. 통신원은 아이를 데리고 예비소집에 참석했고, 신입생 학부모 설명회에 참석하기도 하였다. 학교 소개에 이어 연필, 지우개, 크레파스 등등 준비물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지우개의 경우 2개를 준비하되 장난감 모양이나 향기가 나는 지우개는 안 된다고 설명하였다. 화랑 고무의 4B 디자인 지우개가 화면에 나오고, 이런 모양의 지우개를 준비하라고 하였다. 화랑 고무의 지우개는 1990년대 말 중국에 수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상품이다. 20022004년 사이 중국에 상표 등록을 했을 정도이니 그 인기를 알 수 있다. 지금은 이를 모방한 비슷한 디자인의 비슷한 질의 지우개가 많지만, 여전히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중국 모 초등학교 학부모 설명회 중 준비물 소개 화면 출처 : 통신원 촬영>

 

미술용품으로 수채 색연필, 크레파스, 가위, 풀 등을 준비해야 하는데, 크레파스로 동아의 둘리(嘟哩) 색연필 36색이 예시로 제시되었다. 동아연필이 1999년 중국에 광저우 동아문구 유한회사를 설립하고 적극적으로 중국 진출에 나선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인지도가 이 정도로 높은지는 몰랐다. 검색해 보니 중국의 최대 오픈마켓인 타오바오에 플래그십 스토어가 개설되어 있으며, 특히 중성펜이 큰 인기를 얻고 있었다.

 


<타오바오 내 동아문구 필래그십 스토어 출처 : donga.tmall.com>

 

사실 중국 문구 시장에서 한국 문구는 꽤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78년 전만 해도 한국 딱풀이 많은 인기를 얻었고, 현재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아모스의 파스넷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모스도 타오바오에 플래그십 스토어가 있으며, 타오바오에서 아동 크레파스로 검색하면 첫 화면에 나올 정도이다. 무독성에 힘을 들이지 않아도 잘 칠해진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아동 문구류 이외에, 중고등학생 이상에서는 모나미의 중성펜도 가성비가 높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일본과 독일 문구 메이커가 고급형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면, 더리, 쳔광 등 중국 메이커들이 저가형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 문구는 포지션이 애매하긴 하지만, 그 중간에 있다. 중국 제품보단 약간 비싸지만, 가성비가 높고 디자인이 뛰어나 일군의 소비자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가끔은 중국 문구의 유행을 선도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아모스에서 개발한 딱풀이 아닐까 생각된다. 고체풀이 세상에 처음 나온 것은 1969년 독일 헨켈 사가 만든 프릿이지만, 중국에서 고체풀이 보급되는 계기는 아모스의 딱풀에 의해서다. 이러한 패턴은 아모스의 파스넷으로도 이어진다. 그동안 중국에 파스넷과 같은 형태의 크레파스는 없었지만, 파스넷이 인기를 끌면서 쳔광(晨光), 더리(得力) 등도 이를 모방한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를 볼 때, 한국 문구류는 중국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아쉬운 점은 특정상품에 관심이 비교적 몰린다는 점이다. 동아, 모나미, 아모스 등은 중국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지만, 독일이나 일본 문구 메이커처럼 전통 있는 종합 문구 메이커의 이미지는 없다. 한국의 문구회사들 비교적 일찌감치 중국에 진출하여 큰 노력을 해왔지만,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공격적인 변화를 꾀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 성명 : 손성욱[중국(북경)/북경]
  • 약력 : 현재)북경 항삼 국제교육문화교류중심 외연부 팀장 북경대학교 역사학계 박사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