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뮤직뱅크 베를린 공연으로 유럽의 케이팝 열기를 다시금 확인했다. 지난 16일 저녁, 독일 베를린 막스-쉬멜링-할레에서 열린 《KBS》 뮤직뱅크 공연에 유럽 전역에서 1만 2,000여 명이 넘는 팬들이 모여들었다. 독일 팬들이 손꼽아 기다려왔던 ‘엑소’는 물론 ‘샤이니’의 태민, ‘워너원’과 스트레이키즈, ‘(여자)아이들’이 무대에 섰다. 이들은 자신의 곡뿐만 아니라 여러 스페셜 무대를 함께 준비해 팬들의 사랑에 보답했다. 무대 위 진행은 박보검과 소미가 맡았고, 스페셜 MC로 다니엘 린데만이 함께 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KBS 뮤직뱅크, 독일 MC를 포함한 세 명이 독일 국기의 색으로 맞춰서 코디했다>
지난 15일 오후 5시, 독일 베를린 막스-쉬멜링-할레 공연장 앞, 이른 시간부터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팬들의 줄이 공원 한 바퀴를 도는 중이다. 저마다 각자 준비한 플래카드를 들고 친구들과 삼삼오오, 혹은 혼자서, 혹은 부모님과 함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들리는 언어는 다양하다. 독일어와 폴란드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유럽 전역에서 독일 베를린을 찾은 것이다. 러시아에서 온 마리아는 엑소와 태민의 팬이다. 먼 길이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이들을 한꺼번에 볼수 있는 기회라 베를린까지 왔다. “엑소와 태민을 함께 볼 수 있는걸요. 티켓값이 아깝지 않아요.” 《KBS》 뮤직뱅크 베를린 공연의 티켓값은 같은 공연장에서 열리는 다른 공연, 독일에서 열리는 다른 K-Pop 그룹의 공연 티켓값 보다는 높은 편이었다. 가장 저렴한 좌석이 약 100유로(한화 약 13만 1,500원), 대부분의 좌석이 200유로(한화 약 26만 3,100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팬들은 뮤직뱅크 베를린 공연의 '역대급 라인업'이라며 해당 비용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KBS》 뮤직뱅크 베를린 공연은 정상급 그룹으로 팬들이 단독 콘서트를 손꼽아 기다려왔던 엑소와 샤이니의 태민, 대세 중의 대세 아이돌 워너원과 케이팝의 '미래'인 스트레이키즈와 (여자)아이들이 출연했다. 초반 무대를 꾸민 스트레이키즈와 (여자)아이들은 자신들의 음악뿐 아니라 K-Pop 스페셜 무대도 함께 준비해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워너원의 무대가 이어졌고 팬들의 함성은 더욱 커졌다. 팬들의 에너지는 꺼지지 않았다. 태민은 섹시하고 카리스마 있는 무대를 선사했고 샤이니 멤버들의 영상과 함께 무대를 꾸며 팬들의 기대, 그 이상을 보여줬다. 엑소는 그 명성에 걸맞게 뮤직뱅크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이날 콘서트에서는 한국과 독일 음악의 접점 찾기가 이어졌다. 엑소의 멤버 찬열은 베를린 장벽 붕괴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로 독일 시민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스콜피온스의 'Wind of Change'를 불렀다. 이 노래는 독일의 음악 교과서에도 실려있는 유명한 곡이다. 자녀들을 따라와 지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던 많은 부모들이 특히 큰 박수를 보냈다. (여자)아이들과 스트레이키즈는 영화 <써니> 삽입곡으로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진 독일 디스코 그룹 ‘Boney M.’의 곡으로 스페셜 무대를 선사했다. 이 외에도 출연한 가수들을 주제로 한 OX퀴즈, 랜덤 댄스 코너를 넣어 팬들이 함께 공연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스페셜 MC로 참여한 다니엘 린데만은 관객석을 돌아다니면서 팬들과 즉석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니엘 린데만은 독일 내에서는 유명한 방송인이 아니다. 하지만 공연에 참여한 많은 팬들이 한국 예능을 통해서 이미 그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다니엘은 깔끔한 진행과 수준급의 피아노 실력도 함께 보여줘 호응이 컸다. 이날 콘서트에서는 독일 대표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출현했던 독일의 가장 유명한 케이팝 팬인 재미리 크리비츠가 관객석에 앉아있어 눈길을 끌었다. 관객석을 랜덤으로 비추던 중 잠깐 스쳐 지나갔지만, 그녀의 얼굴을 아는 팬들이 그를 알아보고 함께 호응했다. 독일에서는 이미 유명한 가수 중 한 명인 그녀와 함께 무대를 만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KBS》 뮤직뱅크 베를린은 시작 전 팬들에게 많은 우려를 낳았다('KBS 뮤직뱅크 베를린 공연, 가짜뉴스인가요?!' 해외통신원 리포트 참고: http://kofice.or.kr/c30correspondent/c30_correspondent_02_view.asp?seq=15726&page=1&find=&search=&search2=). 하지만 훌륭한 라인업과 특히 '독일'이라는 나라에 테마를 맞춘 꼼꼼한 기획 덕분에 팬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다른 케이팝 콘서트에서 팬들의 불만을 낳았던 뒤늦은 입장과 혼란스러운 기획 등에 대한 비판은 이번엔 없었다. 물론 일부 팬들은 K-Pop과는 관계가 크게 없어 보이는 통일이라는 테마를 가져온 것이 '한국 공영방송의 선전용'이라며 좀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자녀들과 함께 온 부모세대들에게 소구한 좋은 기획이었다는 평가다. 엑소와 태민, 워너원, 스트레이키즈와 (여자)아이들, 이런 라인업을 독일까지 가져올 수 있는 곳은 사실 많이 없다. 3~5곡 정도의 무대를 위해 먼 길을 와야 하는 아이돌들에게는 힘든 일정일 테지만, 이곳 팬들에게는 사실 더없는 기회다. 그리고 이 공연은 《KBS》 뮤직뱅크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KBS》 뮤직뱅크의 월드 투어가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바라는 이유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