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한국 영화 관람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온라인이나 넷플릭스와 같은 영화 감상을 위한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개발이 아니더라도 세계적인 영화제와 토론토 로컬에서 주관하는 한국 영화제 그리고 독립영화 단체와 정부단체 주관의 한국 영화 소개, 나아가 도심의 화려한 극장에서도 한국 영화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게 됐다. 캐나다 극장가에서는 2016년부터 한국 영화 상영횟수를 증가시키기 시작했고, 2018년 1월부터 9월까지 총 13편의 영화가 상영되었다(출처 : Kobiz 통계). ‘조선 명탐정’, ‘골든슬럼버’, ‘신과 함께2’, ‘곤지암’, ‘독전’, ‘공작’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 영화가 꾸준히 토론토 상영관을 찾은 것이다. 이는 한국 영화에 대한 현지에서의 관심과 수요의 증가를 반영한다. 한편,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이 있는데, 북미에서 한국 영화를 배급하고 있는 한국 CJ 엔터테인먼트와 미국에서 아시안 영화를 주로 배급하는 독립 배급사 ' 웰고 USA(Wellgo USA)’ 두 회사가 캐나다 및 북미 시장 배급을 도맡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캐나다 시장을 지속적으로 겨냥하여 여러 통로의 마케팅을 통해 배급 판로를 지속적으로 다져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주로 북미 내 한인과 아시안 계가 많은 지역의 대형 극장 체인을 통해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토론토 노스욕 극장에 걸린 영화 '안시성' 포스터>
지난 9월 21일 캐나다에서 개봉한 영화 ‘안시성’(김광식 감독) 또한 ‘웰고 USA’가 캐나다를 비롯한 북미 내에서 배급을 맡은 영화다. 안시성은 현재 미국과 캐나다 총 20개 도시, 30개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토론토의 경우 던다스(Yonge - Dundas) 극장과 노스욕 엠프레스 워크(Empress Walk) 극장 두 곳에서 상영되고 있는데 추석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는 국내에서의 흥행 소식 때문에 캐나다 토론토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되었으며, 고구려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 역의 조인성을 비롯한 남주혁, 배성우, 설현에 대한 관심은 캐나다 한인 미디어에서 연일 보도 되고 있다. 9월 24일, 통신원은 한인들이 많이 거주한다는 지역의 노스욕 엠프레스 워크 극장을 찾았다. 평일 오후라 극장은 한산했지만, 영화 상영에 맞쳐 관객들이 채워졌다. 고구려 역사를 배경으로 한 ‘안시성’은 치열한 전쟁의 현장을 생생하게 재연하며, 스펙터클한 장면의 전환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또한 인간애를 갖춘 젊은 성주의 카리스마와 백성들의 인간미, 그리고 위기 상황을 이겨 내는 이야기 구성으로 고구려인의 불굴의 의지, 전쟁의 비참함 등을 주제로 설정해 다양한 장면을 연출했다. ‘고구려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별명답게 화면 가득 채워지는 화려한 액션과 웅장함은 많은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하는 듯했다.
<캐나다 극장에서 만난 영화 '안시성'>
캐나다에서 한국 영화의 관람은 반가움을 넘어서는 특별한 경험이다. 무수한 헐리우드 영화 포스터들 사이에서 발견하는 우리말, 우리 이야기는 캐나다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저들은 왜 이 영화를 선택할까? 저들은 어떻게 이를 이해할까? 등, 많은 궁금증이 더해진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영화를 상영하는 토론토 대형 극장을 가보면, 아직은 관객 대부분이 한국인이거나 아시안들일 경우가 많다. 또한, 매진을 기록하진 못하는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하지만 관객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인터뷰를 해보면, 한국 영화 마니아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으며, 한국 영화 팬들이 가지는 충성심 또한 볼 수 있다. 더불어 박찬욱, 봉준호, 홍상수 같은 감독들의 영화가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은 캐나다의 국제 영화제나 영화 관련자들을 만나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극장에서 작품만으로 한국 영화를 선택할 만큼 다양한 한국 영화 팬층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과제인 듯하다.
<한국 영화를 좋아한다는 홍콩계 캐나다인 가빌은 영화 ‘안시성’ 관람 후 인터뷰에 응했다>
영화가 끝나고, 통신원은 관객 중 홍콩 출신 캐네디언 가빌을 만나 인터뷰를 요청했다. 가빌은 평소에도 넷플릭스와 온라인으로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즐겨보고 있는데, 특히 ‘부산행’의 좀비 영화가 가졌던 신선함을 최고로 꼽았다.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와 차별을 보이는 지점은 관객과 소통하는 스토리 전개라 언급했다. 가빌은 좀 더 일상적이고,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거리들이 많은 점, 인간미와 감동적인 스토리가 인상적이라 덧붙였다. 또한 ‘안시성’ 영화를 관람한 가빌은 인간애가 바탕에 깔린 스토리 전개 및 전쟁 장면의 연출이 좋았지만, 영화 속 중국어는 실망스럽다고 덧붙였다. 한국 영화 자체가 이제는 더이상 국내용으로만 상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세계인들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제작하는 것이 필요해 보이는 지점이다. 앞으로 캐나다와 한국 간 문화교류 영역에 있어서 영화가 중요한 영역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다민족 중심적이고 자유로운 캐나다 관객들을 어떻게 사로잡아야 할지,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한 듯하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