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시성>이 누적 관객 수 528만을 기록한 후 흥행 마감세로 전환했다는 소식이 한국으로부터 들려온다. 미국 LA에서 <안시성>은 지난 9월 21일에 개봉했다. 한국과 거의 동시였다. <안시성>의 미국 내 배급사는 ‘웰고(Well Go) USA’. 영어판 제목은 <위대한 전투(The Great Battle)>다. 미 전국 30개의 개봉관에서 일제히 상영을 시작했던 <안시성>의 개봉 첫 주(9월 21일~23일) 수익은 30개 개봉관으로부터 12만3983달러를 벌어들이면서 총 순위 31위를 기록했다. 극장당 평균 수익은 4,133달러였다. 둘째 주인 9월 28일~30일 주간에는 24개 극장으로 개봉관 숫자가 줄면서 총 수익 9만5,711달러로 총 순위 40위를 기록했다. 10월 5일~7일 주간에는 오프닝 주와 비교해볼 때 반 정도 숫자인 16개 개봉관에서 상영했고, 수익 역시 반 토막이 난 4만 5,175달러로 40위에 머물렀다. 그리고 지난 주말인 10월 12~14일 주말에는 8개 개봉관에서 총수익 1만 6,564달러로 48위를 기록했다. 4주 차 누적 총 수익은 44만 7,292달러이다. 천만 관객 수를 넘길 수도 있으리라는 짐작과는 달리, 빠른 속도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안시성>. 분명 여러 매력도 있지만 무엇이 문제였을까. 미국 할리우드의 영화 시나리오 작가는 과연 <안시성>을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영화 안시성 스틸 – 출처 : 웰 고 아시아>
<박스오피스모조닷컴(boxofficemojo.com)에 나타난 ‘안시성’의 흥행 성적 – 출처 : 박스오피스모조닷컴>
수많은 미국의 TV 시리즈를 제작하고 직접 각본을 써온 프로듀서 겸 작가, 게일 모르간 힉먼(Gail Morgan Hickman). CGV 시네마 LA점에서 <안시성>을 보고 나오는 그와 인터뷰를 나눴다.
<할리우드 영화 시나리오 작가이자 프로듀서, 게일 힉먼이 영화 안시성을 보고난 후 포즈를 취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프로듀서 겸 작가입니다. 작품으로는 <이퀄라이저(The Equalizer)>, <센티넬(The Sentinel)>, <플래시(The Flash)>, <범죄 스토리Crime Story)> 등이 있습니다. 제가 썼던 대본 중에는 클린트이스트우드(Clint Eastwood)와 찰스 브란슨(Charles Bronson)이 출연했던 영화도 있어요.
<안시성>, 어떻게 보셨나요.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전쟁 장면은 박진감이 넘치고 즐길만 했어요. 유머 라인도 충분했고요. 중간중간 웃었습니다.
<안시성> 이전에도 한국 영화를 좀 보셨는지요? 물론이죠. CGV 시네마에는 정기적으로 오고 있습니다. 제가 외국 영화들을 좀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리고 한국 영화에는 더 큰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개 한국 영화들은 스토리가 좋고, 캐릭터들이 흥미로운 데다가 프로덕션도 정말 빼어나거든요. 거기다가 재미도 있어요.
할리우드에서 종사자 중 한 명으로서 한국 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미국 시장에서 한국 영화가 먹힐 것 같으세요? 미국에서 한국 영화들이 좀 더 많은 극장에서 배급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아쉬운 일입니다. 저는 미국인 관객들이 한국 영화를 볼 기회가 있다면 분명 한국 영화를 좋아하게 되리라고 생각해요. <안시성>의 경우, 액션도 있고 서스펜스도 있으며 캐릭터들이 유머 감각도 있고 따뜻한 가슴도 있어요. 미국인 관객들이 좋은 영화라고 평가하고 즐기는 요소들이 모두 <안시성>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전투 장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안시성>은 정말 제목 값을 하는 영화였어요. 전쟁 장면은 정말 스펙터클하고 스릴이 넘쳤습니다. 피터 잭슨(Peter Jackson) 감독의 <반지의 제왕> 삼부작에 나오는 전쟁 장면, 또는 잔 우(John Wu) 감독의 <적벽대전(Red Cliff)>에 나오는 전쟁 장면만큼 박진감 넘치고 멋졌습니다. 저는 <안시성>을 보면서 <적벽대전>을 떠올렸습니다. 두 영화는 실제의 역사적인 전쟁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적벽대전>은 한 나라 때 ‘적벽’이라는 곳에서 발발했던 전쟁 실화를 다루고 있고 <안시성>은 한국의 안시성에서 일어났던 전쟁을 다루고 있죠. 두 편 모두 군사들의 숫자를 고려해볼 때 패배할 수밖에 없는 전쟁에 관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나고 창조적인 작전과 존재감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낸, 역사에 남을 만한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죠.
영화 <안시성>이 마음에 드는 점이라면요? <안시성>에서 제가 가장 좋아했던 점은 이 영화가 단순한 역사적 모험, 그 이상이라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결국 커뮤니티와 개인의 희생에 대한 얘기에요. 안시성의 시민들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고 서로를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들은 감당하기조차 힘들 정도의 도전에 맞섰고 더 큰 목적을 위해 힘을 합해 저항했습니다.
<안시성>에서 가장 부족한 점은 어떤 것입니까? <안시성>에 대해 제가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비평이라면 각 캐릭터들에 좀 더 미묘한 차이를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겁니다. 안시성의 사람들은 실제 삶 속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큰 존재들입니다. 그들은 자기희생적이고, 영웅적입니다. 단점이나 약점이 별로 없어요. 가장 복잡하게 그려진 인물은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과 사물 정도입니다. 전쟁이 진행되면서 양만춘은 자신이 성주로 있는 마을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지 보면서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기 시작합니다. 한편 젊은 영웅으로 양만춘을 살해하라는 지령을 받고 안시성에 들어온 사물은 양만춘을 죽이라는 명을 받고 그 마을에 들어오지만 양만춘이 단순한 반역자가 아닌, 진정한 인간미가 있는 인물임을 알게 되면서 고민에 빠집니다. 영화의 가장 큰 악당인 중국의 타이종(Taizong) 황제마저도 판에 박힌 듯한 악한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 외 캐릭터들에 대한 묘사는 좀 아쉬운 면이 있어요. <안시성>의 캐릭터들을 좀 더 깊게 개발했더라면 흥행은 물론이거니와 위대한 드라마가 될 수 있는 레벨을 갖출 수 있었을 겁니다.
영화 <안시성>에 바라는 바는요? 한 가지 더하자면 좀 더 많은 여성 캐릭터들이 있었으면 합니다. <안시성>에 여배우들은 많이 나오지만 실제로는 딱 2명의 여성 캐릭터만이 있습니다. 양만춘의 여동생인 백화와 양만춘의 옛 연인이었던 고구려의 신녀죠. 이 두 캐릭터 역시 다른 인물들처럼 너무 대충 그렸다는 느낌이 들어요. 백화는 그녀 자신이 영웅이며 자신의 연인이 전쟁에서 죽임을 당한 것을 보고 달려가 장렬한 최후를 맞는 캐릭터이죠. 신녀의 캐릭터는 특히 약했습니다. 그녀가 양만춘과 안시성을 배반하는 것은 놀랍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관객의 감정을 사로잡지도 못했어요.
<안시성>에 대한 총평을 하자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시성>은 아주 신났고, 즐길 만했고, 제 시선을 확실히 붙잡아두었고, 볼거리가 가득했던 영화였어요. 2시간 넘는 상영 시간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흥미진진한 시간이었습니다. |
※ 참고 자료
북미 박스오피스 통계 사이트, https://www.boxofficemojo.com/movies/?page=weekend&id=thegreatbattle.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