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씨네도레'에서 열린 한국 독립영화 상영회 – 출처 : 통신원 촬영>
지난 23일부터 28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한국독립영화 상영회 ‘INDIE & DOC |Fest Cine Coreano 2018’가 열렸다. 이번 상영회는 마드리드복합 문화센터 ‘마타테로’에 위치한 ‘시네테까’와 마드리드 시네마테크 ‘시네도레’에서 열렸다. 이 두 곳은 스페인 영화사에서 역사 깊고 상징적인 극장으로 영화 마니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극장이다. ‘시네도레’는 스페인 영상자료원들의 행사들이 개최되는 곳으로 영화도서관으로도 불린다. 또 ‘마타테로’에 위치한 ‘시네테까’는 전 세계의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양질의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는 곳이다.
지난 8월 열렸던 11회 ‘스페인 한국영화제’는 한국 상업영화 6편을 소개하며 대중적인 한국영화를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제1회 ‘인디&다큐 영화제’에서는 ‘서울독립영화제’와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주제를 다양한 미학적인 방법으로 풀어낸 한국의 독립영화들이 소개되었다. 한국 독립영화의 저변 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는 ‘서울독립영화제’ 순회상영회인 ‘인디피크닉’에서는 이번 영화제에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작인, 길 위에 내몰린 여성의 선택을 비추며 삶과 영화의 관계를 숙고하는 <이월>(감독:김중현)과 익사 직전에 구조된 아이를 마주하는 부부의 고민을 세심하게 다룬 영화제 최우수 장편상 의 수상작인 <살아남은 아이>(감독:신동진)을 스페인 관객들에게 지난 24일, 25일 소개했다. 이외에도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출연해 화제를 모은 음악을 통한 치유의 이야기 <황제>(감독: 민병훈,이상훈)와 입소문만으로 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다큐멘터리 독립영화의 파워를 보여준 <워낭소리>(감독: 이충렬)가 상영되었다. 이들 영화 4편은 상영회 기간 동안 각각의 영화관에서 중복상영되었다.
23일 열린 개막식의 개막작 상영장에는 스페인 ‘산 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와 영화전문지 관계자, 편집장, 스페인 영화 관계자 등 약 200명의 관객들이 찾았다. 개막식 인사말에서는 ‘산 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 관계자는 “스페인에서 한국영화의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홍상수, 김기덕, 박찬욱 같은 감독들의 영화에 제한되었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스페인 관객들이 한국의 새로운 감독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막작으로는 <황제>(감독: 민병훈, 이상훈)이 선정되었다. 자살을 꿈꾸는 3명의 남녀가 음악을 통해 치유되는 이야기를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실제 연주를 하면서 진행된 <황제>는 스페인 관객들에게 조금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오히려 한국 상업 영화 한 편보다 더 열렬한 현장의 반응이 있었다. 참신한 발상에, 영화를 이끄는 음악이 황홀했다는 반응들이었다. 영화 중간 연주가 절정에 다다를 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도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감독의 인터뷰를 미리 읽은 필자가 마지막 은유적 장면에 담겼던 의미를 이야기해주자, 더욱더 감동적이었다는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올해 5월 마드리드 국립 음악원에서 리사이틀공연을 펼치기도 했는데, 그의 공연을 갔다는 팬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영화감독이 한국 영화계의 스크린 독과점에 항의하고자 <황제>를 “극장에서는 상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하자, “한국 영화 팬들은 이 영화를 영화관에서 만나 볼 수 없었던 것”이냐면서, “큰 것을 잃었다”고 낙담하기도 했다. 덧붙여 “물론 스페인도 대자본의 지원을 받는 할리우드 영화들이 스페인 영화판을 점령하다시피 하지만 스페인 극장들은 여러 가지 콜라보레이션과 프로젝트들을 통해 다양한 영화들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한국같이 자국의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두는 나라에서 이런 좋은 영화들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극장가에서 편성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번 상영회 기간 동안 다른 영화들도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영화 <이월> 같은 경우 몰래 강의를 들으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처절한 상황의 여주인공을 통해 “최첨단 기술이 발달되어 있고, 잘사는 나라인 한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볼 수 있었다는 감상평들이 많았다. 물론 2-3 유로의 적은 입장료이긴 하지만 주중 상영회에도 많은 관객들이 찾아와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번 상영회 마지막 날에는 <황제>(감독:민병훈, 이상훈)와 <살아남은 아이>(감독:신동진)가 ‘시네도레’에서 상영되었는데, <황제>는 일찌감치 티켓이 매진되었다. 작품성은 물론이거니와 대중성까지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스페인에서 한국영화의 약진이 두드러진 한 해이기도 했다. 후반기에도 <신과 함께>, <버닝> 등의 영화가 스페인 극장에서 스페인 관객들을 직접 만났다. 이러한 현상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더 다양한 한국영화가 소개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