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6, 27일 양일간 북경에서 중국사회과학원, 한국연구재단, 한국 교육부 공동 주관하에 ‘문화의 계승과 혁신’이라는 주제로 ‘제4회 한중 인문학 포럼’이 개최되었다. 이 포럼은 2013년 시진핑 중국국가주석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체결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에서 시작되었다. 성명에서 양국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내실화’를 위한 중점 추진 방안으로 “양 국민 간 다양한 형태의 교류를 촉진하고, 특히 인문 유대 강화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이를 위해, 학술, 청소년, 지방, 전통예능 등 다양한 인문 분야에서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아울러 양국 간 공공외교 분야에서의 협력, 그리고 다양한 문화교류도 가일층 촉진시킨다. 이를 통해, 양국 관계의 장기적, 안정적 발전의 기반이 되는 양 국민간의 상호 이해와 신뢰를 제고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매년 번갈아 가며, 한국과 중국에서 ‘한중 인문학 포럼’이 개최된 것이다.
한중 인문학 포럼은 2015년 처음 개최되어는 데, 1, 3회는 한국에서 2회는 중국에서 개최되었다. 한중 간 다양한 학술회의가 개최되고, 이 포럼보다 규모가 큰 학술회의가 있지만, 정례적으로 한중 인문학자가 모이는 회의로는 ‘한중 인문학 포럼’이 최대 규모이다. 이 회의의 의의가 큰 것은 사드 배치 논란으로 인한 ‘한한령’ 당시에도 2016년 11월 중국에서, 2017년 한국에서 회의가 개최되었다는 사실이다. ‘한한령’ 당시 우리는 보통 표면적인 문제에만 가졌다. 요우커의 수가 급감하고, 한국 상품의 수출이 막히고, 한국 문화산업의 진출이 어려움을 겪는 등의 문제만 말이다. 하지만 ‘한한령’의 여파는 한중 교류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쳤다. 한중 간의 학술회의 숫자도 크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중국 내 한국 관련의 서적 출판도 크게 줄었다.
이렇게 위축된 분위기 속에서 ‘한중 인문학 포럼’이 지속되었다는 것은 정치적 긴장 속에서도 장기적으로 한중이 발전해 갈 방향을 잃지 않고 유지해 나갔다고 생각된다. 이번 한중 인문학 포럼의 주제인 ‘문화의 계승과 혁신’ 역시 이와 맥이 닿아 있다. 유구한 역사적 교류의 전통을 계승하고 양국 관계 우호를 심화시키고 안정적인 발전을 위한 혁신을 모색하는 것이다. 중국 측 기조연설을 맞은 중국사회과학원 원장이자 중국사회과학대학 부총장인 황샤오용(黄晓勇) 역시 이와 같은 내용을 강조했다.
<제4회 한중 인문학 포럼 현장 – 출처 : http://www.hswy8.com/a/zhishi/17118.html>
이번 한중 인문학 포럼은 이왕의 포럼과 마찬가지로, 문학, 역사, 철학, 언어·교육· 문화 등 4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발표와 토론이 이루어졌으며, 중국의 한국학 연구를 대표하는 리화즈(중국사회과학원), 웨즈쟝(중산대학) 등이 참석했으며, 한국 측에서는 양일모(서울대), 유동춘(서강대), 문명기(국민대), 김경수(서강대) 등 수십여 명의 학자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문화 관련 분야로 흥미로운 주제로는 강희숙(조선대)의 <중한 양국의 대중문화 접촉과 언어 차용 현상>(中韩两国的大众文化接触与语言借用现象), 김민우(한신대)의 <중한 대중문화 ‘해외진출’ 전략 비교 연구>(中韩大众文化“走出去”战略比较研究), 왕핑(중국사회과학원)의 <중한 시각에서 본 옥문화 현황 분석>(中韩视角下的玉文化现状解析) 등이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한중 인문학 포럼이 ‘한한령’ 기간에도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양국 관계의 안정적 발전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를 지킨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학자들의 만남은 가장 자유롭게 서로의 입장을 얘기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공식 발표문과 토론 이외에도 리셉션과 식사 자리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가 공유되고 서로 입장이 충돌하기보다는 이해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들의 토론과 만남은 포럼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문 연구와 대학 교육 현장에 반영된다. 이와 같은 학술회의에 참여해 보신 분들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상호 간의 정치적 및 경제적 마찰을 보이지 않게 완화시키고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인문학 분야의 교류라고 생각한다. 동북아의 긴장 관계는 강도를 달리하며 지속되고 있지만, 인문학 분야의 더욱 다양한 교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