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터키 한국문화원은 터키에 한국 문학을 알리고 한국과 터키의 문학 교류를 증진시키기 위하여 11월 12일부터 17일까지 6일간 ‘한국문학 주간’을 개최했다. 이 행사는 터키에서 상대적으로 오랜 한국어문학과 역사를 가지고 있는 카이세리(Kayseri)주의 에르지예스 대학교와 수도 앙카라의 앙카라 대학교, 그리고 한국문학번역원이 공동주최했다.
황석영 작가와 안도현 시인이 본 행사에 초대되어 두 대학에서 동양 문학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들과 만남을 가졌고, 앙카라에 위치한 한국문화원에서는 안도현 시인의 글쓰기 특강이 열렸다. 두 문인의 대표작 『바리데기』와 『연어』는 터키에서 각각 ‘바리공주(Prenses Bari)’와 ‘은빛 연어의 대항해(Gumus Somon'un Buyuk Yolculugu)’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어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로 알려졌다. 특히 안도현 시인은 『연어』의 터키어 번역판이 출간됐을 당시 책 홍보를 위해 터키를 방문한 적이 있고, 지난해에는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된 ‘이스탄불 국제 도서박람회’에서 자신의 시 세계와 한국문학을 주제로 독자들과 만나기도 했다.
<주터키 한국문화원에서 글쓰기 특강을 진행 중인 안도현 시인의 모습 - 출처 : 통신원 촬영>
글쓰기 특강에서 자신을 ‘연탄재 시인’이라고 소개한 안 시인은 터키인들에게 “시를 쓰는 데 있어 가장 큰 적은 시를 쓰는 이 스스로가 표현의 세계를 하나의 테두리 안에 한정 짓는 것”이라면서 시인이라면 이미 존재하는 언어와 새로이 태어나는 언어 모두를 사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시인은 또한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고 두려워하는 대신 잘 관찰하고 깊이 생각하는 법을 훈련하는 것이 좋은 시를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며 격려했다.
<국영 매체 ‘아나돌루 아잔스’와 인터뷰 중인 황석영 작가(좌)와 안도현 시인(우)>
현지 언론사들도 두 문인의 터키 방문에 관심을 보였다. 두 사람은 터키 국영 언론사 《아나돌루 아잔스(Anadolu Ajans)》와의 인터뷰에서 터키 문학이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한국과 터키의 문화적·언어적 유사성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에 번역 출간된 터키 문학 작품으로는 사바하틴 알리의 『모피 코트를 입은 마돈나』, 엘리프 샤팍의 『이스탄불의 사생아』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묵의 작품이 다수 있다). 한편 황석영 작가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한국사회의 변화를 몸소 경험한 한국인의 입장에서 한국 현대사에 있어 한글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수백 년간 한국인의 민족성을 지탱해온 한글이 한국이 오늘날의 수준으로 발전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현지 언론은 두 작가에게 최근 큰 발전을 이룬 남·북의 관계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에 황 작가는 남한에 비해 북한의 표현의 자유는 상당히 제한돼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두 문인은 북한의 표현의 자유와 문학 발전을 위해서라도 전 세계가 한반도 통일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황 작가는 2005년 남한에서 문학인 120명이 평양으로 건너가 북한 측 문학인들과 교류했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한국어’라는 공통 언어가 한반도 통일을 가능하게 하는 주요 요소인 만큼 남·북한의 활발한 문학 교류가 통일과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현재 터키에 한국어문학과가 개설된 대학은 에르지예스 대학교, 앙카라 대학교, 이스탄불 대학교 세 곳이다. 물론 한국기업 취업을 위해 본 학과를 택하는 학생들이 일반적이지만 서양 문학에 비해 문화적으로 공감하기 쉬운 한국문학에 매력을 느끼는 대학생들도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2년 전 터키에서 번역 출간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는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문학으로 주목받으며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그의 다른 작품들도 터키에서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천양희, 이성복 시인의 작품이 한국문학번역원과 에르지예스 대학이 공동주최한 '한국시 번역 워크숍'을 통해 번역됐다.
<터키에 번역 출간된 한국문학 작품들 - 출처 : idefix>
하지만 일반적으로 볼 때 한국문학은 아직 터키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번역인 양성이 충분치 않고, 한국문학이 스스로를 전혀 홍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터키에서 한국문학의 인지도가 턱없이 낮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게다가 올해 터키에 닥친 외환위기로 출판계가 큰 타격을 입으면서 더 다양하고 많은 수의 한국 문학 작품이 터키에 소개되길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터키 대부분의 서점에 별도로 마련되어있는 일본 문학 코너를 볼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든다. 꼭 출판까지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지난해 한·터 문학인들간의 교류를 위해 마련됐던 '한-터키 문학의 밤', '한-터 문학 심포지엄' 등과 같은 문학 교류가 더욱 빈번히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