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으로 보는 이집트 한류 팬클럽 현황

4년전이었다. 파란색 히잡에 파란 티셔츠를 입고 파란 풍선을 들고 지나가는 한 무리의 여학생들을 보았다. 한국에서는 십수 년 전부터 팬클럽마다 고유의 색깔을 가지고 활동을 하곤 했지만, 이집트에도 팬클럽의 활동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보는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무리의 소녀들은 수퍼주니어의 팬클럽 ‘E.L.F(엘프)’였다. 이 팬클럽은 빅뱅의 VIP와 함께 이집트 팬클럽의 시초격이다. 멤버들은 20대 후반 30대 초반까지이며 10대 위주의 다른 팬클럽에 비해 연령이 높은 편이다.

<슈퍼주니어 팬클럽의 정모 사진- 출처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SujuEgypt>

한편, 이집트에서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음악은 sha'bi라고 불리는 포크 음악이다. 비트가 부각되는 흥겨운 리듬으로 최근에는 이 전통적인 포크 음악에 테크노 리듬까지 가미되어, 노동자들에게는 노동요로, 결혼식이나 흥겨운 잔치에 단체로 춤을 추는 음악으로 사용된다. 2011년 혁명 즈음에 인디밴드들도 활동을 시작하기는 했지만, 한국의 아이돌 그룹과 같은 댄스그룹은 전무하다. 대중적인 음악으로 가장 사랑을 받는 가수는 아므르 디압(Amr Diab)과 타므르 호스니(Tamer Hosny)를 꼽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자국의 음악적 트렌드에서 완전히 벗어나, 잘 알지도 못했던 한국이라는 나라의 댄스그룹에 열광하는 이집트 10대들이 궁금해졌다. 특히 한창 왕성했을 때에 비해 지금은 얼마나 많은 온라인 그룹이 존재하고 어떤 활동을 하는가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이집트의 10대 여성은 활동의 제약이 많다. 가족의 분위기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단독 외출을 허락하는 가족이 많지 않고, 새로운 곳을 방문할 때는 아버지나 오빠가 동행을 하거나, 놀러 나갈 때도 그 그룹 중 한명의 어머니가 동행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오프라인 활동의 제약이 많은 편이고, 많은 활동이 온라인 특히 페이스북에서 이루어진다.

현재 조사를 하면서 정리한 이집트 K-Pop 관련 페이스북 그룹은 100개가 넘는다. 흡사 한국에 있는 모든 아이돌 그룹들의 페이스북 그룹이 있는 것 같이 보인다. 100여 개의 페이지가 만들어진 시기는 2014년과 2015년이 가장 많았다. 다음은 상위 10개의 그룹만 대략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슈퍼주니어, BTS, 빅뱅, EXO가 주를 이루고, 범 가수적으로 K-Pop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모인 페이지도 있다. 거의 가수들이 주를 이룬 가운데 김우빈, 윤균상, 이종석 등을 좋아하는 Korean model Arab fans 페이지도 볼 수 있었다.

<이집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한국 아이돌 팬덤 페이지- 출처 : 통신원 정리>

이들의 주된 활동은 한국에서 일어나는 해당 가수의 활동을 나누는 것이다. 그중 가장 역동적인 활동을 하는 그룹은 BTS의 아미였다. 예를 들어 새로운 앨범이 현지 시각 새벽 3시에 발매가 되었다고 하면, 이들은 발매와 동시에 그 소식을 페이스북에 전하고 , 공유를 한다. 각각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한 명 혹은 다수의 관리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은 나름의 조직과 규칙을 가지고 활동을 한다. 온라인 오프라인 활동을 병행하는 경우, 이 관리자들이 팬미팅을 조직하거나, 한국의 오피셜 웹사이트에 보낼 자료를 만드는 등의 프로젝트들을 운영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집트의 대다수의 10대 여자 청소년들은 오프라인 활동에 참여하기 쉽지 않은데, 이 중에서 자신의 끼와 음악적 재능을 표현하고 싶은 사람들은 이런 온라인 공간을 이용한다.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온라인 공간에서 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페이스북을 조사하면서 느낀 것은, 온라인상에서는 국경의 제한이나 시차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류 1세대에는 콘텐츠 자체가 전파되는 시간의 갭이 존재했고, 아랍어 자료로 번역되어 전해지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실시간이다. 또한 한류의 붐이 크게 분 2014년에 비해 4년이 지난 지금은 더욱 왕성한 활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가정으로 페이스북을 봤는데, 팬덤의 종류가 세분화되고 많아지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숫자가 증가하지 않았고 온라인 상의 활동도 크게 새로울 것이 없는 주춤한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조사를 하며 만난 한 운영자는 새로 활동하기 시작한 한류 팬들의 연령이 10대 초중반으로 많이 낮기 때문에 아직 이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는데 제한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이 대학에 가고, 경제적인 활동을 시작할 때쯤은 이들의 활동이 질적으로 다른 양상을 띨 수 있겠다는 기대도 들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이집트 청소년들의 흥미를 계속 견인할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 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